김진영 편집국장·이사
김진영 편집국장·이사

 대통령과 참모들의 발언이 과격해지고 있다. 대통령은 육사가 쿠테타의 온상이라며 통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일부 장관은 북한 정권을 주적이라 칭하는 표현은 하지 말자고 하더니 아예 북한의 칭호도 조선으로 하자고 주문했다. 얼마 전에는 과반 이상의 국민이 존치를 지지하는 보완수사권도 원천봉쇄했다. 뭔가 급해 보인다.

 보완수사권 폐지 과정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검찰개혁은 민주당의 오래된 숙원이다. 검찰권의 오남용을 막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겠다는 명분도 있다. 문제는 속도다. 형사 사법체계는 정권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 삶과 직결돼 있다. 경찰 수사가 부실했을 때 누가 이를 바로잡을 것인지, 억울한 피해자의 마지막 구제수단을 어디에 둘 것인지부터 따져야 한다.

 그런데 너무 빨랐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조차 법안 처리 과정에서 "이렇게 빛의 속도로 형사소송법이 빨리 개정된 것은 처음일 것"이라는 취지의 우려를 내놓았다. 예측하지 못한 부작용이 나타나면 보완해야 한다는 말까지 했다. 여당 내부에서도 국민의 반대를 무릅쓰면서 왜 그렇게까지 무리해야 하느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 장면에서 서영교가 신났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여권발 사법시스템 붕괴의 선두주자격이다. 그는 검사의 직접 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없애는 것이 검찰개혁의 완성이고, 새로운 제도는 피해자를 더 두텁게 보호한다고 주장한다. 경찰과 검사가 상하관계가 아니라 서로 견제하고 협력하는 관계가 된다고도 했다.

 지난 3일에는 보완수사권 폐지가 돈 많은 사람에게 유리한 '사법의 민영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두고 "택도 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참 자신만만하다. 과연 그럴까. 서영교의 장담과 달리 국민들은 별로 자신이 없는 모양이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실시한 조사에서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61%였다.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23%에 그쳤다. 더 놀라운 것은 민주당 지지층이다. 유지 46%, 폐지 39%였다.

 이 장면에서 더 우려스러운 것은 정치가 개혁의 명분을 독점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보완수사권 폐지를 두고 일부 여권 인사들은 노무현 정신을 소환했다. 김용민 의원은 형소법 개정안 강행 처리 직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찾은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노무현 대통령님 '야 기분 좋다!'라고 하고 계시지요?"라고 썼다. '내주신 숙제 다 끝냈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조화도 놓았다. 마치 보완 수사권 폐지가 '노무현 정신'인 양 했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사법적 견제 장치를 없앤 것이 노 전 대통령이 바랐던 '노무현 정신'일 리 없다.

 노무현을 독점하면 노무현 정신이 되는가. 아니다. 노무현 정치의 핵심을 굳이 하나 꼽으라면 권력의 독점보다 권력에 대한 끊임없는 의심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제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도 불리할 수 있는 원칙을 세우는 정치였다. 그래서 노무현의 이름을 정치적 명분으로 불러낼수록 질문은 오히려 간단해진다.

 이 장면에서 여권은 스스로에 대해 심각한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이 개혁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불리해도 추진했을 것인가. 여기에 자신 있게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는가. 바로 이 질문이다. 형사소송법 개정과 대통령 관련 재판의 향방을 연결해 보는 야권과 법조계 일각의 의심도 존재한다. 그 의심이 사실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사실이 아니어야 한다. 그러나 정치에서는 의도가 없었다는 해명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그런 의심이 생기지 않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것까지 권력자의 몫이다.

 최근 여권의 움직임을 보면 이런 걱정은 더 커진다. 법사위를 둘러싼 인적 배치, 당권을 향한 움직임, 대형 국책 프로젝트까지 개별적으로 떼어놓고 보면 정치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여러 장면이 한 방향으로 겹치면 사람들은 묻게 된다. 왜 이렇게 서두르는가. 무엇이 그리 급한가.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을 대통령의 사법리스크와 연결하는 시각이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바로 이 대목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생각해야 할 사람이 있다. 윤석열이다. 윤석열 정부가 무너진 결정적인 이유를 야당의 공세에서만 찾으면 오산이다. 자신이 옳다는 확신이 지나쳤다. 자신을 지지하는 목소리는 민심이라 믿었고 반대하는 목소리는 정쟁이라 여겼다. 권력이 보내는 경고음을 듣지 않았다. 결국 대통령의 확신이 대통령의 가장 위험한 적이 됐다. 권력은 늘 자신만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역사는 반복된다.

 이재명 정부는 윤석열 정부의 실패 위에서 탄생한 정부다. 그렇다면 윤석열과 반대로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윤석열이 왜 실패했는지를 알아야 한다. 전임 정부가 검찰권력에 취했다면 새 정부가 의회권력에 취해서는 안 된다. 전임 대통령이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만 들었다면 이 대통령은 자신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까지 들어야 한다.

 승자의 정치는 쉽다. 통합의 정치는 어렵다. 이재명 대통령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힘이 아니다. 이미 충분히 강하다. 필요한 것은 그 힘을 쓰지 않을 수 있는 절제다. 법안을 하나 더 통과시키는 능력이 아니라 통과시킬 수 있는 법안도 한 번 더 숙고하는 여유다. 반대자를 굴복시키는 정치가 아니라 반대자조차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정치다.

   맹자는 천시불여지리(天時不如地利), 지리불여인화(地利不如人和)라 했다. 하늘이 주는 때는 땅의 이로움만 못하고, 땅의 이로움은 사람의 화합만 못하다는 말이다. 지금 이재명 정부에는 천시도 있고 지리도 있다. 남은 것은 인화다. 그런데 힘으로 밀어붙여 얻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인화다. 대통령과 여당이 마음먹은 일을 모두 해낼 수 있을 때, 오히려 하지 않을 줄 아는 것이 정치다. 그것이 권력의 절제이고 민주주의의 품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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