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강갑회에게 장승은 단순한 촬영 대상이 아니다. 마을 들머리와 사찰 입구, 들판과 산길에 서 있는 장승을 찾아가 그는 먼저 안부를 묻는다. 인간에게 생사가 있듯 장승에게도 생사가 있음을 여러 차례 보았기 때문이다. 세월과 비바람에 깎이고, 사라지고, 주변 풍경이 바뀌는 시간을 확인한 뒤에야 카메라를 든다.
강갑회 작가가 사진전 『장승_마음 기둥』을 26일부터 울산 남구문화원 ‘갤러리 숲’에서 열고 있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장승 소개를 넘어, 작가가 왜 오랜 시간 장승 앞에 섰는지를 들여다보게 한다.
강 작가는 2021년부터 2026년까지 전국의 마을과 사찰 입구, 들판, 들길, 산길을 찾아다니며 장승을 촬영했다. 이번 전시에는 그 여정에서 남긴 디지털 흑백사진 44점이 걸렸다.
그가 장승을 바라보는 핵심어는 ‘마음 기둥’이다.
강 작가는 “옛사람들은 마을 입구에 장승을 세우고 마음의 안정과 마을의 안녕을 빌었다”며 “장승은 개인과 공동체의 불안한 마음을 붙들어주는 기둥 같은 존재였다”고 말했다.
전시장에 걸린 장승들은 잘생기거나 반듯하지 않다. 퉁방울눈, 주먹코, 합죽이 입, 벙거지, 삐뚤어진 수염, 울퉁불퉁한 몸통이 화면 속에 드러난다. 그러나 그 투박함이 오히려 오래 시선을 붙든다.
강 작가는 “장승은 조형적으로 완벽한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그 불완전성이야말로 장승의 미학”이라며 “균형과 조화보다 어긋남과 미완성 속에서 힘들게 살아온 기층민의 마음과 생활이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강 작가는 또 “디지털 시대에 장승은 더 이상 예전처럼 제사의 대상은 아닐 수 있다”며 “그러나 지금도 장승은 한국인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기둥”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전시는 오는 9월 1일까지 이어지며, 관람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무료 관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