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구 울산대학교 초빙교수·한국화학연구원 명예연구원·AX 얼라이언스 위원장·공학박사
이동구 울산대학교 초빙교수·한국화학연구원 명예연구원·AX 얼라이언스 위원장·공학박사

 우리 모두 추구하는 자유민주주의는 '공동 번영'과 질 좋은 공공서비스, 그리고 표현의 자유를 약속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전혀 다르게 흘러왔다.

 공동 번영은커녕 양극화와 불평등은 갈수록 심해져 가고, 그 잘난 권위주의와 '아니면 말고' 막가파식 포퓰리즘이 자유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는 또 어떤가. 도대체 자유민주주의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한때 자유민주주의는 '공동 번영'을 가능하게 했다. 산업화 시대에는 제조업에 대한 기술 투자가 노동 수요를 창출하고 임금 수준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탈산업 시대에 이르러선 이 연결고리가 끊어졌다. 1970년대 이후 디지털 기술과 서비스 경제가 발달했으나, 제조업은 자동화와 세계화에 따라 쇠퇴했다. 이를 기점으로 엘리트 집단은 독자적인 세력으로 성장했다. 더 큰 핵심적 변화는 자유주의가 경제보다 인종, 젠더, 이민 등 문화적 이슈에 집중하게 됐다는 점이다.

 공동체가 유지되는 데 있어 공통의 규범과 가치관은 반드시 필요하다. 자유주의 또한 표현의 자유와 관용(寬容) 등의 가치를 중시한다.

 문제는 '이런 가치를 어떻게 교육하느냐?'에 달렸다. 이미 기성세력이 된 현대 자유주의자들은 자신들의 올바른 가치를 하나의 보편적 가치로서 사회 전체에 확산시키려는 획일성(劃一性)에 몰입돼 있었다.

 단연코, 자유주의가 추구하는 중요한 가치는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이다. 이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 역시 표현의 자유로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자유주의는 어떤가. 정치판에서는 여야(與野)를 불문하고, 누군가 자기편 주장에 비판적인 의견을 내기라도 하면 강성 지지층이 벌떼처럼 몰려가 온갖 협박과 모욕을 일삼고 있다. 이는 자유주의 본질적 핵심 원칙인 표현의 자유를 저버린 것이다. 결국 이러한 흐름은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만다.

 우리 사회공동체의 소외계층 목소리를 존중하는 새로운 자유주의가 절실한 때다. 이를 위해 당면한 중요 과제는 '공동 번영'을 만드는 것이다. 바야흐로 AI 시대다. 현재 AI 발전 방향은 자동화와 AGI(일반 인공지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이는 노동력을 대체하기만 할 뿐, 새로운 형태의 노동과 노동 수요를 만들지는 못한다. 그보다는 기존 노동자의 역량을 확대하고, 다양한 종류의 인간 업무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AI에 집중해야 한다. 자유주의가 다시 부흥하려면, 그 자유주의는 소외계층과 동반 부흥해야 한다.

 AI가 일상에 본격적으로 자리 잡은 지난 5년 동안 인간의 전인적(全人的) 능력은 어떻게 변화해 왔을까. 필자 역시 AI를 사용하면서 막연히 느껴왔던 '그 찝찝함의 정체'가 심히 궁금했다. 챗GPT 같은 AI 챗봇은 이용자의 의견에 공감하고 지지하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런 소통 방식에 익숙해질수록 예측 불가능하고 갈등을 수반하는 실제 인간관계를 점차 부담스럽게 여길 수 있다. 특히, 청소년과 청년층에겐 더욱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약 100년 전 지능검사가 도입된 이후, 세계적으로 IQ 점수는 꾸준히 상승해 왔다. 그런데 최근 이 점수가 처음으로 하락했다. 2026년 미국 상원 보고서에 따르면, Z세대(1997∼2010년생)는 이전 세대보다 낮은 인지 검사 점수를 기록한 첫 세대다. 디지털 기기의 과도한 사용이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다. AI 챗봇과 대화를 오래 이어갈수록 자신의 감정을 더 자주, 더 깊이 드러내는 경향을 보였다. AI와 정서적 상호작용이 많은 이용자일수록 현실 세계에서의 사회적 교류가 상대적으로 적은 경향도 확인됐다.

   젊은 세대라면 과제를 수행할 때나 새로운 기획을 시작하기 전 무조건 20~30분 동안 AI를 끄고 스스로 사고(思考)하는 습관을 갖는 게 좋다. 어린아이에게는 AI와의 대화보다는 흙장난이나 실제 놀이 같은 현실 세계의 경험이 더 중요하다. 실제 AI 기술을 만든 사람일수록 그 편리함과 위험성을 동시에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AI 기술과 테크기업에 대한 적절한 통제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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