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거래소는 카프로 주식에 대해 이날부터 오는 16일까지 정리매매를 진행한 뒤 17일 상장폐지한다.
정리매매 첫날인 이날 카프로 주가는 가격제한폭이 적용되지 않으면서 장중 90% 넘게 급락했다. 2024년 1월 거래정지 이후 주식을 팔지 못했던 주주들의 매물이 한꺼번에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거래소는 지난해 11월 상장공시위원회를 열어 개선계획 이행 여부와 기업의 계속성, 경영 투명성 등을 심사한 결과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카프로가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해 절차가 보류됐지만, 서울남부지법이 지난 1일 신청을 기각하면서 정리매매가 재개됐다.
카프로는 1969년 한국카프로락탐으로 설립돼 1974년 5월 증시에 입성했다. 울산 본사 상장사인 롯데정밀화학의 상장 시점인 1976년보다 약 2년 빠르다. 다만 카프로가 서울에서 울산 남구 부곡동으로 본사를 공식 이전한 것은 지난해다. ‘울산에서 52년을 이어온 상장사’라기보다 현재 울산에 본사를 둔 기업 중 가장 긴 상장 역사를 가진 회사다.
카프로는 국내 유일의 카프로락탐 생산업체로 성장해 2011년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중국산 저가 제품 공세와 석유화학 업황 침체로 수익성이 무너졌다. 2023년 카프로락탐과 유안비료 생산을 중단하고 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갔으며, 이듬해 완전자본잠식으로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태화그룹 계열사 등이 참여한 컨소시엄은 2024년 카프로를 인수했다. 카프로는 감자와 유상증자, 출자전환으로 완전자본잠식을 해소한 뒤 지난해 5월 수소출하센터를 준공하고 황산·수소·탄산암모늄 등으로 사업구조를 전환했다.
실적은 일부 개선됐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19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5% 증가했고, 영업손실은 111억원에서 37억원으로 줄었다. 2분기 영업손실도 3억원 수준까지 축소됐다. 그러나 상반기 금융비용이 65억원에 달하면서 순손실 100억원을 기록했다.
사업 전환의 실적을 이끈 것도 수소보다 황산이었다. 상반기 황산 매출은 149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75.1%를 차지했지만 수소 매출은 36억원으로 16% 감소했다. 6월 말 현재 총차입금은 1,318억원, 부채비율은 267.1%에 달한다.
상장폐지가 되더라도 카프로는 비상장 기업으로 수소·황산 사업을 계속할 수 있다. 하지만 공개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통로와 상장사 신뢰를 잃게 된 만큼 투자 유치와 재무구조 개선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