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떠나는 도시에서 미래를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사람이 있어야 상권이 살아나고 기업이 성장하며, 학교·병원·문화시설 같은 생활 인프라도 유지된다. 결국 인구는 도시의 현재와 미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힘이다.
그렇다면 울산 남구는 어떤가. 그동안 남구는 인구를 늘리기 위해 출산·양육 지원부터 청년 일자리와 주거 지원, 생활환경 개선까지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만으로 인구 감소의 흐름을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제는 사람들이 실제로 선택하고 정착할 수 있는 도시의 미래를 설계해야 할 시점이다.
우리가 바꿔야 할 것은 도시의 모습이다. 울산은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주거지가 기존 도심을 벗어나 외곽으로 확장되는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 도시의 영역은 넓어지지만 정작 도심에 위치한 의료·문화·상업시설 등 생활 인프라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긴다.
반대로 이러한 생활 인프라가 새 주거지를 따라 이동하게 되면 중심부의 공동화가 심화할 우려도 있다. 인구가 줄어드는 시대에는 도시의 외연을 넓히는 것보다 기존 도심의 잠재력을 되살리고, 도시공간을 효율적으로 재편하는 '도시 안의 성장'이 필요하다.
그 출발점은 주거 환경이다. 사람은 일자리만 보고 도시를 선택하지 않는다. 어디에서 살고, 아이를 어떻게 키우며, 일상이 얼마나 편리한지를 함께 고려한다. 생활환경이 갖춰져야 도시를 선택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트램은 단순한 대중교통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울산 도시철도 1호선은 태화강역에서 신복교차로까지 10.85㎞를 연결하고 15개 정거장을 두는 사업이다. 트램의 진짜 가치는 열차 한 대가 아니라 이를 계기로 도시의 공간을 바꿀 수 있다는 데 있다.
정시성이 보장되는 대중교통 축을 중심으로 주거·일자리·상업·문화가 연결된 생활권을 만들고, 트램 노선을 따라 역세권을 새로운 도시 거점으로 재편해야 한다. 법과 제도가 허용하는 범위에서 용도·건축·개발 관련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해 주거와 상업 기능이 결합한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개발의 양이 아니라 도시의 밀도와 연결성이다.
남구가 지향하는 것은 '트램을 따라 도시를 바꾸는 것'이다. 구체적인 구상이 '남구 대개조 3대 권역별 개발 프로젝트'다. 태화강역은 교통·물류의 관문으로, 삼산·달동은 상업·문화의 중심으로, 옥·무거동은 교육·청년 창업의 거점으로 육성한다. 최근 국가계획에 반영된 태화강역 복합환승센터를 통해 광역교통과 트램을 연결하고, 각 권역의 특성에 맞는 기능을 강화해 하나의 도시축으로 연결할 계획이다.
도시의 활력은 건물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 공간에서 일하고, 소비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남구가 민생경제 119기동팀을 운영하고 골목형 상점가를 확대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트램을 따라 사람이 모이고 상권이 살아나면 소상공인의 매출이 늘고, 그 소득은 다시 소비로 이어진다. 지역경제가 다시 사람을 부르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출산율 반등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남구에서는 5개 구군 가운데 가장 많은 1,546명의 아기가 태어났고, 합계출산율은 전국 평균(0.80명)보다 높은 0.83명을 기록했다. 2024년 0.73명까지 하락했던 합계출산율이 다시 상승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이번 반등으로 인구 감소의 흐름이 바뀌었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인 것은 분명하다.
인구 감소를 숙명처럼 받아들일 이유는 없다. 도시의 외연을 넓히는 것에만 의존하기보다 기존 도심의 잠재력을 다시 살리고, 트램을 중심으로 도시공간을 촘촘하게 연결해 사람이 살고 일하고 소비하고 즐길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트램을 따라 집이 생기고, 상점과 일자리가 들어서며 문화가 흐르는 도시. 청년이 정착하고 가족이 아이를 키우며, 사람이 다시 돌아오고 머무는 도시. 그것이 민선 9기 남구가 만들어 갈 미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