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애 울산음악창작소장
최영애 울산음악창작소장

우리 학창 시절엔 가을이 오면,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 독서(牘書)하기 딱 좋은 시절’이라는 슬로건을 정말 자주 볼 수 있었고 여기저기서 들었다. 원래도 책읽기를 즐기던 터라 가을이 오면 괜히 한 권이라도 더 읽어야만 할 것 같은 조바심마저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예전부터 사람들은 유난히 가을과 문화(文化)를 잘 어울리는 사이로 여겼나 보다.

최근 몇 년간 여름이면 늘 듣는 문구가 있다. ‘기상청 ‘날씨 예보’가 시작된 이래 가장 더운 여름‘이라는 소리를 반복해서 들을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시간(세월)이 흘러 여름은 지나가고 잘 견디느라 수고했다는 말처럼 무얼해도 즐거움과 행복이 배가(倍加)되는 ‘가을’은 우리 곁을 찾아온다.

그래서인지 가을이면 유난히 더 좋은 공연, 전시들이 눈에 띈다. 공연이나 전시 관람을 즐기는 이들에겐 행복한 비명을 지르면서 무얼 골라 보러 가야 할지 선택하기 어려운 풍요로움에 어쩔 줄 모르게 된다.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을 뒤로 하고 아침 저녁으론 쌀쌀함을 느낄 정도의 선선한 바람이 뺨을 스치는 시원하고 신선한 기분을 마음에 담고 하루종일 느긋하게 일하는 가을의 어느 하루를 보내고 나면 퇴근길에 ‘오늘은 좋은 공연 한 편 보고 갈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인가? 그렇다면 당신은 문화와 예술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리라.

여기 좋은 공연 한 편을 소개하려고 한다. 예술과 철학, 또는 인문학을 접목시킨 렉처콘서트가 유행한 지도 꽤 되었지만 지역에선 그리 쉽게 만날 수 있진 않은 것 같다. 15일 화요일 저녁 7시 30분 중구문화의전당 함월홀에서는 렉처콘서트 『조우(遭遇) - 오페라의 초대』 3편 베르디(Giuseppe Verdi; 1813. 10. 10. ~ 1901. 1. 27.) 3대 오페라 중 하나인 「리골레토(Rigoletto)」가 해설과 함께 주요 아리아 감상을 함께 할 수 있도록 진행된다.

인근 광역시와 비교해 클래식 음악 감상 수요가 아직 그리 많지 않은 울산에서 오페라에 대한 관심이 있는 시민들에게 어렵지 않고 부담 없이 ‘오페라(opera)’를 접할 기회가 주어졌다고 할까.

이 공연은 렉처콘서트라 오페라의 화려한 무대와 의상을 함께 즐길 수는 없지만 베르디 특유의 아름다운 아리아들은 마음껏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바그너가 평생토록 집착하고 열광했던 ‘오페라’는 그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가장 완벽한 무대종합예술이다. 희곡과 연기, 노래와 무대연출(세트)이 어우러져 오페라 한 편을 감상한다면 이미 최고의 클래식 음악(성악, 오케스트라, 무용 등)을 모두 즐기게 되는 것이다.

프랑스가 낳은 위대한 작가 빅토르 위고(Victor Hugo; 1802. 2. 26. ~ 1885. 5. 22.)의 원작 『왕은 즐긴다(Le roi s‘amuse, 환락의 왕)』은 위대한 오페라 작곡가 베르디의 손에 의해 『리골레토(Rigoletto)』로 재탄생했는데, 연인 마리 다구 백작부인(Comtesse Marie d’Agoult)과 이탈리아로 사랑의 도피 여행을 떠났다가 이 공연을 직접 보고 난 뒤 너무도 감동하여 『리골레토 패러프레이즈(Rigoletto Paraphrase)』라는 아름다운 피아노 독주곡을 작곡했다.

베르디 『리골레토(Rigoletto)』를 꼭 한번은 들어봐야 할 이유를 굳이 들자면, 우리에겐 하이마트 CM 주제가처럼 익숙해진 테너 최고의 인기 아리아 「여자의 마음(La donna è mobile)」와 소프라노 벨칸토 아리아의 대표곡 「그리운 그 이름(Caro nome)」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왜 오페라 성악가에게 사람들은 그리도 열광하는 것인지가 궁금하다면 이 두 곡의 아리아를 직접 들어보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악기는 사람, 즉 인성(人聲)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이제 다음 주면 추석(秋夕) 연휴가 이어지고 이 가을, 울산 곳곳에서도 문화의 바다가 넘실거리며, 예술의 숲이 우거질 것이다. 우리는 그저 자신의 취향(趣向), 기호(嗜好)에 따라 골라 즐기기만 하면 되는 일이다. 문화의 바다에 빠져보라~ 예술의 숲을 거닐어 보자 !

최영애 울산음악창작소장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