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7대 특·광역시 중 유일하게 민영제를 고수해 온 울산시가 어제 이르면 2029년까지 시내버스 체제를 공영제로 전환하겠다는 로드맵을 내놨다. 시 재정이 한 해 2,000억 원 가까이 투입되면서도 노선 통제권이나 회계 감독권은 행사하지 못한 채 파업 위기마다 끌려다녔던 기형적 구조를 감안하면, 공공성 확보를 향한 정책 방향 전환은 불가피하고 당연한 수순이다.
그러나 방향이 옳다고 해서 성공이 절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버스 공영제는 거시적 구호만 앞세웠다간 자칫 지자체 재정 전체를 집어삼키는 거대한 수렁이 될 수 있다. 울산 7개 시내버스 업체의 부채는 현재 1,623억 원으로 이미 완전 자본잠식 상태이고, 미적립 퇴직금만 813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 차량과 차고지 등 사유재산 인수에 따르는 막대한 초기 보상 비용, 1,000명이 넘는 버스 운수종사자의 고용 승계와 인건비 책임까지 지자체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치밀한 계산과 뼈를 깎는 사전 구조조정 없는 공영제 추진은 ‘부실기업 인수 합병’이라는 최악의 결과로 귀결될 뿐이다.
무엇보다 선결해야 할 것은 ‘부실의 책임 규명’이다. 울산시는 그간 표준운송원가를 통해 퇴직금 명목의 예산을 지속해서 지급해 왔다. 그런데도 사측이 800억 원이 넘는 퇴직금을 적립하지 않은 채 회사를 빈껍데기로 만든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투명한 특별감사와 회계 검증이 선행되어야 한다. 사측의 방만 경영으로 발생한 누적 결손을 공영제라는 이름 뒤로 슬그머니 숨겨 시민 혈세로 대납해 주는 일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조직과 운영 기반의 정밀한 설계도 필수적이다. 울산도시공사 위·수탁을 거쳐 향후 트램 1·2호선과 연계한 ‘울산교통공사’ 설립까지 단계별 전환을 추진하는 만큼, 직영화에 따른 관료화와 생산성 저하를 방지할 경영 효율화 장치가 설계 단계부터 촘촘히 마련되어야 한다.
울산 시내버스 공영제가 혈세 먹는 하마로 전락한 타 지자체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속도전보다 ‘철저한 검증과 준비’가 우선이다. 울산시는 21일 시작되는 간담회 및 시민토론회에서 공영제 전환 과정의 모든 재정 추계와 노선 재편 방안을 시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부실의 싹을 엄격히 도려내고 공공 교통의 뼈대를 튼튼히 세우는 정교한 준비만이 울산 시내버스 공영제를 성공시키는 유일한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