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절벽과 수도권 쏠림 현상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지방 소재 대학들의 위기감이 그 어느 때보다 깊다. 이러한 교육계의 구조적 난제 속에서 울산과학기술원(UNIST)이 전해온 2027학년도 수시모집 결과는 단연 눈에 띈다. 개교 이래 처음으로 지원자 1만 명을 돌파하며 역대 최다인 1만 1,211명이 몰렸고, 전체 경쟁률은 19.84대 1에 달했다. 지난해 대비 40%가 넘는 급증세이자 5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는 대학 입학 전형이 시대와 산업의 변화, 그리고 학생의 다양성을 어떻게 담아내야 하는지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이번 성과의 일등 공신은 무엇보다 철저하게 수요자와 미래 가치를 겨냥한 ‘맞춤형 전형 설계’에 있다. 삼성전자 계약학과인 반도체공학과의 경우 35명 모집에 3,940명이 몰려 무려 112.57대 1이라는 폭발적인 경쟁률을 기록했다. 국가 핵심 전략 산업인 첨단 반도체 분야에 대한 청소년들의 열망과 함께, 탄탄한 산학협력 인프라를 바탕으로 미래를 보장하는 교육 과정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만들어낸 결과다.
더욱 주목할 대목은 올해 신설된 ‘그릿(GRIT)인재전형’이다. 10명 모집에 248명이 지원해 24.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이 전형은, 획일적인 내신과 수치화된 정량 평가에서 벗어나 특정 분야에 대한 몰입도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끈기, 창의적 융합 잠재력을 평가한다. 이는 정형화된 틀에 갇히지 않고 자신만의 색깔을 키워온 수험생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문을 열어주는 것이다.
일반전형과 고른기회전형 역시 각각 23.62대 1, 27.48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전국 고교를 발로 뛰며 대학의 비전을 전달한 적극적인 소통 노력과 더불어, UNIST가 추구해온 무학과·무전공 등 혁신적인 융합 교육과정의 경쟁력이 전국적으로 확실히 자리 잡았음을 방증한다.
인공지능이 지식을 대체하는 시대에 대학이 길러내야 할 인재상은 과거와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입시는 그 철학이 세상과 만나는 첫 관문이다. UNIST의 이번 약진은 대학이 과감한 전형 혁신과 체계적인 산학연계로 교육의 본질을 세울 때, 지리적 한계를 넘어 전국의 우수 인재가 스스로 찾아온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급변하는 교육 생태계 속에서 다른 대학들이 눈여겨보아야 할 값진 혁신의 모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