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을 앞둔 1일 울산지방검찰청에서 관계자들이 기존의 검찰 간판을 철거한 뒤 공소청 간판을 설치하고 있다. 최지원 기자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을 앞둔 1일 울산지방검찰청에서 관계자들이 기존의 검찰 간판을 철거한 뒤 공소청 간판을 설치하고 있다. 최지원 기자
검찰의 수사·기소 기능을 분리하는 형사사법체계 개편에 따라 울산지방검찰청도 44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이 출범했다. 하지만 출범 직전까지 인력배치와 업무 분장이 명확히 공개되지 않는 등 준비가 충분하지 않아 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울산지검’

울산지방검찰청은 공소청 출범을 하루 앞둔 1일 청사 건물 외벽 상부에 붙어 있는 간판을 내리고 ‘울산지방공소청’으로 새단장을 마쳤다.

대형 사다리차를 동원한 교체 작업은 오전 8시부터 시작해 오후 3시가 다돼서야 끝이 났다.

일부 직원들은 청사 밖으로 나와 덤덤한 표정으로 간판 교체 작업을 지켜봤다.

수십 년간 같은 자리를 지켜온 ‘울산지방검찰청’ 간판은 오랜 세월을 고스란히 견딘만큼 하얗게 빛이 바래 있었다.

긴 작업 끝에 새 간판이 외벽에 설치되자 청사 주변을 지나던 사람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 퇴근 무렵에도 ‘울산지방검찰청’이라는 간판이 걸린 건물을 배경으로 직원들이 사진 찍는 모습이 포착됐다. 40년 넘게 울산의 형사사법 업무를 담당해 온 조직의 마지막을 기록하기 위해서였다.

“함께 기억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 직원은 한참 동안 건물을 바라보다 “역사 속으로 사라지니까요…”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하얗게 바랜 울산지방검찰청 간판이 철거됐다.
하얗게 바랜 울산지방검찰청 간판이 철거됐다.
#중수청·공소청 인력 비공개...수사 공백 우려

2일 울산지방공소청이 출범하면서 명칭부터 많은 것이 바뀐다.

기존에는 검사가 직접수사와 보완수사를 할 수 있었지만, 수사권이 폐지됨에 따라 울산지방공소청에서는 기소와 공소유지, 영장청구 등의 업무만 담당하게 된다. 수사가 부족하다고 판단하면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즉 공소청 검사는 사건을 재판에 넘길지 판단하는 역할을 맡는다.

수사 기능은 경찰로 넘어간다. 이에 따라 울산경찰청도 업무 증가에 대비해 수사부서 인력을 보강했다.

올해 상반기 20명을 수사부서에 배치한 데 이어 하반기에도 45명을 추가로 보강해 모두 65명의 인력이 수사부서로 이동했다.

신규 인력이 아닌 기존 각 부서 인력을 수사부서로 재배치한 것이라 보강 효과와 각 부서의 업무 부담 변화는 향후 운영 과정에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다만 7대 중범죄(부패·경제·방위사업·마약·국가보호·사이버·법왜곡) 사건은 이번에 신설되는 중수청에서 맡는다.

울산지검에는 검사 1명이 중수청으로 옮겼으며, 1명은 공소청 개소 전 사직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울산에 중수청이 별도로 설치되지 않아 관련 수사를 부산에 설치되는 ‘부산중수청’이 맡게 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사건 관계자들이 부산까지 이동해야 하는 불편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울산은 대형산단과 기업 등이 밀집한 지역인 만큼 산업·경제 분야 사건에 대한 현장 접근성과 지역 전문성을 어떻게 확보할지도 과제로 꼽힌다.

부산중수청의 정원은 총 322명인데 이 가운데 울산 사건을 실제로 담당할 구체적인 인력 배치 규모는 아직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울산지방공소청 출범에 따른 정확한 인력 현황 역시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울산지검 관계자는 “구체적인 공소청 인원 수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장 혼란과 수사 공백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울산지방변호사회 공보상임이사 허순민 변호사는 “공소청, 중수청 인력 부족으로 사건 처리 지연이나 공백이 발생해 사건 관계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며 “특히 산업도시인 울산의 특성상 중대범죄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문 수사인력 확보도 중요한데 인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울산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울산에 중수청 수사인력을 상시 배치하거나 유관기관 간 협력 체계가 빨리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당부했다.

한편 울산공소청은 출범 직후 90일의 보완수사 유예기간을 활용해 시효 임박 사건을 우선 마무리짓고, 잔여 사건들은 경찰 및 중수청에 이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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