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원 UNIST 교수
조재원 UNIST 교수

  "앞으로 10년이 못 돼 집이 무너지는 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미리 10만병을 양성하되, … 그렇게 하지 않으면, 갑자기 변란이 일어났을 때 시민을 몰아다가 싸우게 되는 사태를 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선조수정실록> 1582년 9월 1일 기록에 남은 율곡 이이 선생이 한 경연에서 말한 내용이다. 당시 유성룡은 "무사할 때 양병하는 것은 화를 기르는 것입니다"라고 반대했다고 한다.

 그러다 1592년 임진란이 일어나자, 유성룡은 "이문성(李文成·율곡)은 참으로 성인이다"라고 탄식했다고 전한다. 지금 시대에 맞는 율곡 선생의 새로운 '10만 양병설' 버전이 있다면, 이 시대 사회 아픔을 고민하고 새로운 세상을 고민하는 최소 10만명의 젊은 예술가 양병설이다.

 북한과 대치하는 상황에서 병역 의무를 대체하긴 힘들더라도 총 대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예술 능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나라를 염려하면서 미래를 고민하고 국가 비전을 설계하는 것은 나라를 지키는 것 못지않은 엄청난 일임이 틀림없다. 성별과 무관하게 할 수 있다. 세상 그 어떤 나라도 한 적 없으니, 한국이 해내자고 제안하는 것이다.

 인공지능(AI)은 인류가 지금껏 겪은 그 어떤 것보다 심각하게 인류 미래를 위협하고, 기후변화 재앙과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바이러스 팬데믹처럼 퍼지고 있는 전쟁의 위협에 우리 사회는 지금 속수무책이다. 이런 현실로부터 자신의 나라를 염려하면서 구해내는 일을 정부에게만 맡길 수는 없으니 순수하고 예민한 창의력과 감성을 지닌 젊은 예술가에게 염치없지만 부탁하고 싶다. 한국이 앞장서면 세계의 젊은이들도 함께하지 않겠는가.

 고가에 자신의 작품을 팔 수 있고 엄청난 음원 수익을 내는 예술가를 말하는 것이 물론 아니다. 아직 주목받지 못했지만 여전히 성장하는 잠재력 충만한 젊은 예술가를 말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예술은 물론이고 철학과 과학을 아우르는 넓은 의미의 예술 작업과 활동을 하는 예술가를 말한다. 예술가의 작품뿐만 아니라 그들의 인생과 예술 작업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 

 인공지능 기술 패권, 기후변화 재앙, 그리고, 강대국이 퍼뜨리는 전쟁 바이러스가 세상을 온통 암울하게 만드는 지금, 현실 문제를 고민하면서 미래 비전을 설계하는 젊은 예술가의 활동만이 이 시대 평화의 열쇠와 난제를 풀 지식을 가져올 마지막 희망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필자는 "어떤 예술가에게 작은 돈이지만 투자하고 있어요" 하는 말이 유행처럼 우리 사회에 퍼졌으면 한다. 물론 정부도 예술가를 지원하는 사업을 다양하게 펼치고 있다. 

 '10만 예술가 양병설'은 정부의 지원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투자를 받는 젊은 예술가와 총이 아니라 예술적 창의력과 감성으로 위기에 처한 국가를 구하는 예술가 병(兵)을 말한다. 

 투자받은 그들이 성공하지 못하면 아쉽겠지만 젊은 시절의 예술 활동이 경제적 성공 잣대로는 가름하기 힘든 가치를 창조하므로 경제적인 성공 여부와 무관하게 가치 있는 투자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예술가만큼 사회의 아픈 곳을 외면하지 않고 함께 고민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다. 예술은 위로와 관심이 필요한 곳을 찾아내는데 귀신같은 재주가 있다고 믿는다.

 '10만 예술가 양병' 예술 활동으로 만약 성공한다면 투자에 대한 수익을 훗날 사회가 여러 측면에서 돌려받을 수 있으니, 그들의 성공은 곧 내 성공이 될 수 있다.

 여유가 있을 때마다 젊은 예술가에게 투자하고 그 투자로 젊은 예술가는 일정 기간 전 국토에서 예술 활동으로 복무한다. 일정 기간 예술 활동 복무 후에 각자의 위치로 돌아간다.

 예술 복무 중 쌓은 경험과 예술 철학으로 사회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게 되면 세상 그 어떤 나라보다 강한 나라를 만들지 않겠는가. 이런 젊은이라면 정부가 엄청난 예산으로 양성한 인재와는 다른 차원의 능력을 갖출 것으로 믿는다. 

 무엇보다 그 흔한 '인재'라는 꼬리표 없는 젊은이의 정체성을 지닐 것이다.

 대중으로부터 투자받아 자유롭게 활동하는 젊은 예술가가 10만명 이상인 사회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이들은 전 국토를 누비면서 자신들의 예술 작품 활동을 통해 사회 구석구석에 행복한 즐거움을 전파하고 좌절과 아픔이 있는 곳에서는 슬픔을 덜어줄 것이다. 이를 두 자로 줄이면 자비(慈悲)라고 할 수 있다. 행복을 나누고(慈) 슬픔을 덜어주는(悲) 젊은 예술가가 나라의 보배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비즈니스 감각이 뛰어나고 디지털 가치에 정통한 누군가 '10만 예술가 양병 플랫폼'을 꼭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 

 지금 한국은 아무 문제 없이 무사하다는 유성룡 같은 분석보다는 큰 재앙이 올 것 같은 전조를 예감한 율곡의 혜안이 현대적으로 해석됐으면 한다. 그런 플랫폼에 투자해 매년 10만 젊은 예술가가 탄생할 수 있다면 세금과 국가 예산에 기대지 않는 일종의 기본소득 같은 혜택이 전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행복하고 신나는 일이 반만년 조용히 기다려온 우리 민족에게 이제 생길 때도 되지 않았나? 조재원 UNIST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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