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노사가 120일간의 마라톤 교섭 끝에 도출해 낸 울해 임금 및 단체협약 첫 잠정합의안이 결국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됐다. 투표자 과반인 52.14%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2016년 이후 이어져 온 이른바 ‘1차 잠정합의안 부결 공식’의 악순환을 올해도 끊어내지 못했다. 모처럼 맞이한 조선업 슈퍼사이클과 지역 경제 회복을 염원하던 울산 시민과 지역 경제계의 실망과 우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번 잠정합의안은 결코 가볍지 않은 결과물이었다. 월 기본급 12만 원 인상에 일시금 1,100만 원, 수주 경쟁력 확보 지원금 200%, 성과급, 장기근속자 포상 확대 등 조합원 1인당 평균 4,056만 원 상당의 보상 효과가 포함돼 있었다. 지난해보다 보상 총액이 1,000만 원 넘게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였음에도 조합원 표심은 등을 돌렸다. 경쟁사나 전년도 인상 폭에 비해 기본급 상승분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이유였다.
노동자의 정당한 몫에 대한 요구 자체를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번 부결은 오랜 조선업 불황의 터널을 지나 갓 훈풍이 불기 시작한 현장의 현실과 지역사회의 시선을 너무 안이하게 바라본 것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교섭 과정에서 이미 7차례, 37시간에 걸친 부분파업이 이어지며 선박 건조 지연과 납기 차질 리스크가 고조된 바 있다. 여기에 잠정합의안 부결에 따른 재교섭 장기화와 전면파업 등 추가 쟁의행위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울산 동구 골목상권과 사내·외 협력사 노동자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글로벌 조선 시장의 경쟁은 노사의 시간을 마냥 기다려주지 않는다. 친환경·스마트 선박 수주 경쟁과 신규 공장 투자 등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는 엄중한 시기다. 노사 간의 소모적인 힘겨루기와 반복되는 관행적 부결로 생산 공정이 차질을 빚는다면, 글로벌 선주들의 신뢰를 잃고 경쟁국에 추격의 빌미를 주게 된다. 원청의 파업 때마다 조업 축소와 고용 불안이라는 직격탄을 맞아야 하는 협력업체와 지역 소상공인들의 고통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HD현대중공업은 울산 경제의 대들보이자 대한민국 조선업의 상징이다. 노사 모두 눈앞의 득실에 매몰되기보다 지역사회 맏형 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과 상생의 무게를 되새겨야 한다. 갈등과 대립의 낡은 관행을 털어내고, 조속한 재교섭을 통해 하루빨리 합리적인 최종 타결을 이뤄내길 강력히 촉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