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울주군 온산공단 내 화학업체에서 ‘펑’하는 폭발음과 함께 큰 불이 나 한때 도로가 통제되고 근로자 수천명이 대피하는 등 일대가 혼란을 빚었다. 노후화가 진행 중인 온산공단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하면서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톨루엔 옮겨 담던 중 발화… 옥외탱크 7기 전소

14일 울산소방본부, 울주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41분께 부승화학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남울주소방서 현장대응단은 신고 6분 만인 9시 47분께 현장에 도착했고, 화재가 주변으로 확대되는 것을 우려해 10시 4분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소방청은 장시간 화재 진압 및 지원 강화를 위해 오전 10시 47분과 11시 18분 두 차례에 걸쳐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하고, 부산·대구·경남에서 고성능 화학차와 무인방수차, 회복지원차 등 소방차량 총 12대를 긴급 동원했다.
울주군은 ‘온산읍 학남리 공장 화재 발생. 인근 공장 근로자 및 주민은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시길 바랍니다’, ‘창문을 닫아주시고 근처 통행 차량은 우회 이동 하시기 바랍니다’는 등 안내 문자를 4차례 발송하기도 했다.
화재는 부승화학 옥외탱크에 보관 중이던 제4류 위험물 톨루엔을 200L 드럼통으로 옮겨 담는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드럼통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발화가 나면서 탱크로 불길이 옮겨붙은 것으로 파악된다.
부승화학 외부에는 총 17기의 옥외탱크가 있었는데 이번 불로 7기가 전소됐다.
나머지 10기와 인근 업체의 옥외탱크 등 26기는 소방당국의 방어 작업으로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았다.
불에 탄 탱크 7기는 시너, 에탄올, 아세톤, 톨루엔, 자일렌 등 제4류 위험물을 총 16만8,000L까지 보관할 수 있는 규모다.
최초 발화가 시작된 톨루엔 탱크의 경우 최대 저장 용량이 2만8,000L인 가운데 사고 당시에는 이보다 적은 수량이 담겨져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소방당국은 화학성 물질 특성상 일반적인 물 분사만으로는 진화가 어렵고 오히려 불길을 확신시킬 위험이 있어 약제품을 섞어 진화 작업을 벌였다.
또 해경은 화학물질과 화재 진압에 사용한 소화수 등이 바다로 유입돼 해상오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방제 조치를 시행했다.
이날 소방, 경찰, 공무원 등 200명 이상과 장비 100대 이상이 동원됐으며, 화재 발생 4시간여 만인 오후 1시 50분에 완진됐다.

#인명피해 없었지만, 노후산단 불안함은 커져
다행히 부승화학 현장에 있던 근로자 12명 모두 자력으로 대피해 인명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온산공단 하늘을 뒤덮은 쌔카만 연기와 매캐한 냄새 등으로 근로자 수천명이 대피해야 했다.
연소 중인 물질들이 제4류 위험물인 만큼 연기를 흡입하거나 추가 폭발로 인한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선제적인 조치가 이뤄진 것이다.
부승화학 바로 옆에 위치한 울산종합비즈니스센터에 있던 최경태(64)씨는 “처음에 ‘펑’하는 폭발소리가 나길래 바로 1층에 내려가봤더니 부승화학 탱크에서 검은연기와 새빨간 불꽃이 치솟아 올랐다”라며 “폭발음이 한번에 그치지 않고 1분 간격으로 10여차례 이상 들렸다”고 아찔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사고 당시 최씨가 찍은 영상을 보면 불이난 것을 보고 급하게 차량들이 대피하는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센터에서 교육을 받던 A(42)씨도 “폭발음이 계속 나서 나가 보니 불길이 굉장히 크게 올라오는 상태였다”라며 “센터 건물은 폐쇄돼 집에 돌아가려고 했는데 하나뿐인 길이 막혀 있어 한동안 오도 가도 못못했다”라고 설명했다.
불이 난 곳 인근에는 에쓰오일 샤힌프로젝트 현장도 있어 근로자 약 7,000명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이처럼 폭발음과 함께 대규모 대피 소동이 벌어지자, 노후화가 심화된 온산공단 일대의 안전관리 체계를 향한 우려가 다시금 커지고 있다.
온산산단은 배관과 저장시설 등 기반시설이 오래돼 화재나 화학물질 누출 시 대형 복합재난으로 번질 위험을 상시 안고 있다.
실제로 2020년부터 2024년 6월까지 전국 국가산단에서 발생한 중대사고의 약 97%가 조성된 지 20년 이상 된 노후 산단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울산은 같은 기간 중대사고가 전국에서 가장 많았던 만큼, 노후 설비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과 실효성 있는 안전관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단 인근의 한 주민은 “펑 소리가 나거나 불이 났다는 뉴스를 들을 때마다 늘 불안하다”며 “공단에 위험물질을 다루는 노후 시설에 대한 전수점검과 실질적인 재난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