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굉음과 함께 시뻘건 불기둥이 치솟았다. 어제 오전 울주군 온산공단 내 한 사업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는 울산 시민과 공단 노동자들에게 다시 한번 아찔한 공포를 안겨주었다. 제4류 위험물인 톨루엔 등 화학물질이 타들어가며 내뿜은 유독가스와 시꺼먼 연기는 일대 하늘을 뒤덮었고, 인근 공장의 현장 근로자 수천 명이 작업을 멈추고 긴급 대피하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 빚어졌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이번 사고는 울산 국가산업단지가 안고 있는 ‘시한폭탄’ 같은 위험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온산공단을 비롯한 울산의 산업단지들은 조성된 지 수십 년이 지나면서 배관과 저장시설 등 기반 인프라의 노후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실제로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전국 노후 국가산단에서 발생한 중대사고 중 온산산단 8건, 울산미포산단 17건 등 총 25건이 울산에 집중되며 전국 최다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로 인한 사상자만 40명, 재산 피해액은 539억 원에 달한다.
특히 화재(23%)와 폭발(11%) 사고의 비중이 높다는 점은 매우 뼈아픈 대목이다. 산단 내 화학물질 누출이나 화재는 단순한 시설 피해를 넘어 대형 복합재난으로 번질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사고가 날 때마다 당국은 철저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를 약속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잊혀지고 또다시 굉음이 울산의 하늘을 흔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펑 소리가 날 때마다 불안하다”는 인근 주민의 호소를 언제까지 요행에 기대어 외면할 것인가.
더 이상의 땜질식 처방은 곤란하다.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기업은 온산공단을 비롯한 노후 산단 내 위험물질 취급 시설에 대한 전면적이고 근본적인 안전 점검에 나서야 한다. 노후 설비를 파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설 현대화를 위한 과감한 투자를 강제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아울러 대형 화재 및 화학물질 유출 등 복합재난에 대비한 실효성 있는 대응 매뉴얼을 현장 중심으로 전면 재구축해야 한다.
울산의 경제 심장인 산업단지가 시민과 노동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화약고’로 방치되는 일은 이제 끊어내야 한다.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산업의 발전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특히 노후 산단의 사고가 언제든 통제 불능의 국가적 재난으로 확대될 수 있음을 잊지 않아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