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열린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의 한국전력공사 국감에서, 산업용 전기요금 지역별 차등제의 문제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김기현 의원이 “전력 여건이 판이한 경상권과 전라권을 단일 ‘남부권’으로 묶은 정부 설계안이 울산을 비롯한 울·부·경 등 동남권 산업도시에 심각한 역차별을 초래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객관적인 전력 통계와 발전 기여도를 무시한 채 도식적인 행정 편의주의로 입안한 정부안의 모순이 국감 현장에서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국감에 제출된 최근 5년간 평균 발전량을 보면 경상권(107만2,008GWh)은 전라권(41만2,144GWh)의 2.6배에 달하고, 전력자립률 역시 경상권이 127.7%로 전라권(91.9%)을 압도한다. 송전설비 또한 경상권이 2.2배나 더 촘촘히 구축돼 있다. 정부 스스로 송전비용과 전력자립률을 핵심 요금 산정 기준으로 내세웠음에도, 자립률 100%를 밑돌며 외부 전력에 의존하는 지역과 120%를 훌쩍 넘겨 수도권 등으로 전력을 송출해 온 전력 생산 중심지를 같은 할인 구간(㎾h당 13~18원)에 몰아넣은 것은 명백한 모순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2조 8,000억 원에 달하는 재원 조달 방안에 숨겨진 또 다른 불공정이다. 정부는 재원 중 약 1조 원을 지역별 도매가격제(LMP)를 통해 비수도권 발전사의 전력 도매단가를 깎아 충당하겠다는 계획이다. 경상권은 전력자급률이 높아 송전 계통 부담이 적고 국가 전체 전력망을 지탱해 왔음에도, 단지 ‘비수도권’이라는 이유만으로 발전 수익 삭감의 덤터기까지 쓰게 생겼다. 이는 타 지역의 요금 할인 재원까지 대신 떠받치는 기막힌 역차별 구조다.
정부가 내놓은 ‘지방우대지수 등을 활용한 사후 4개 권역 세분화’ 방침 역시 미봉책에 불과하다. 이미 영·호남을 단일 바구니에 담아 13~18원의 좁은 폭을 씌워놓고, 인구소멸지수나 사회·경제 지표 등을 들이대 세부 할인을 쪼개겠다는 발상은 전력 인프라가 집중된 산업도시 울산의 발목을 두 번 잡는 일이다. 이는 차등요금제의 본령인 ‘발전 기여 비례 원칙’을 왜곡해 지자체 간 소모적 이전투구만 부추길 뿐이다.
정부는 국감에서 드러난 산업용 전기요금 차등제의 구조적 결함을 면밀하게 살펴, 영남권 또는 동남권을 별도 권역으로 독립 분리해 발전량과 송전비용, 원전 리스크를 정확히 반영하는 전면적인 제도 재설계에 착수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