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미술을 공부한 백다래 작가는 고향에 돌아온 뒤 지금까지 울산에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발화하는 신체, 박제된 감정’ 작품 앞에 선 백다래 작가. 본인 제공
영국에서 미술을 공부한 백다래 작가는 고향에 돌아온 뒤 지금까지 울산에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발화하는 신체, 박제된 감정’ 작품 앞에 선 백다래 작가. 본인 제공
울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시각작가 백다래에게 예술은 삶을 버티는 사람들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2024년 개인전 ‘삶을 지탱하는 행위와 삽질’에서는 삽질을 통해 불안정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담았고, 지난해 ‘들숨, 날숨’에서는 무용수·소리꾼과 함께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표현했다.

올해는 조금 다른 시도를 한다. 29일부터 11월 1일까지 울산 중구 토마토소극장에서 열리는 개인전 ‘발화하는 신체, 박제된 감정’에서는 가까운 사람에게 차마 하지 못했던 말들을 작품으로 옮겼다.

계기는 뜻밖에도 막장 드라마 쇼츠였다. 등장인물들이 참았던 말을 속 시원하게 쏟아내는 모습을 보며 자신은 가까운 사람에게 그렇게 말해 본 적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백 작가는 “삼킨 말을 끝까지 꺼내 보는 장면을 만들고 싶었다”라며 “꺼낸 말이 ‘발화’이고, 꺼내지 못하고 몸에 남은 감정이 ‘박제’”라고 설명했다.

작품에는 연인과 가족, 직장 동료, 친구에게 하지 못한 말을 꺼내는 네 사람이 등장한다. 관객이 자리에 앉으면 자신의 얼굴도 다섯 번째 화면에 나타난다. 남의 이야기를 듣던 사람이 어느새 그 이야기의 상대방이 되는 것이다.

그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보러 왔다가 그 말을 듣는 사람이 되어 보기를 바랐다”라고 말했다.

이번 작업에는 연극배우 이혁우·박정영·김호성·김민주가 참여했다. 백 작가가 직접 대본을 쓰고 배우들의 연기를 촬영해 말뿐 아니라 표정과 숨결에 담긴 감정까지 보여준다.

영국에서 미술을 공부한 백 작가가 울산에 자리 잡은 것은 코로나19 시기 참여한 지역 레지던시가 계기였다. 고향에 돌아온 뒤 지금까지 울산에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울산은 평화롭고 아름다운 도시이고 함께 작업하기 좋은 예술가들도 많다”라며 “울산의 문화와 장소에 대해 아직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라고 했다.

이번 전시는 K-Art 청년창작자지원사업 선정작이다. 30일 오후 7시 오프닝 퍼포먼스가 열리며, 관람은 오후 1시부터 8시까지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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