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역사와 문화 속에 오랫동안 살아 숨 쉬어 온 ‘학(鶴)’의 이야기가 한 곡의 노래로 다시 태어났다.
통신사 이예위원회(회장 정종희)가 ‘통신사 이예의 노래’에 이어 두 번째 문화사업으로 ‘울산학’을 제작했다. 이명훈 씨가 작사하고 한기철 씨가 작곡했으며, 가수 이반이 씨가 노래한 ‘울산학’은 울산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또 하나의 상징이다.
‘통신사 이예의 노래’가 울산을 대표하는 역사 인물 충숙공 이예의 외교와 소통, 평화의 정신을 노래했다면, 이번 ‘울산학’은 울산이라는 도시가 품어 온 역사와 문화, 자연과 생태의 기억을 노래한다.
노래에는 달빛 어린 태화강과 큰바다로 이어지는 물길, 물안개 피어오르는 회야강과 그곳에 내려앉은 학의 모습이 담겼다. 신학성(神鶴城)의 역사와 학의 날개를 통해 울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위해 하늘과 바다를 하나로 이어간다.
울산과 학의 인연은 결코 낯설지 않다. 신라시대 신학성, 고려시대 학성이라는 지명이 전해지고 있으며 학성공원, 학성동, 학소대, 반학천, 학성교 등 지금도 곳곳에 학의 흔적이 남아 있다. 울산학춤 역시 이러한 지역의 역사와 정서를 오늘의 문화로 이어주는 소중한 자산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문학 속에서도 학은 울산의 오랜 풍경으로 등장하고 있다.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의 집청정을 찾은 선비들이 남긴 한시 406수 가운데 학을 소재로 한 작품만도 80수에 이른다. 조선시대때 일본을 40여 차례 오간 울산 출신 통신사 충숙공 이예의 호 역시 ‘학의 언덕’을 뜻하는 학파(鶴坡)다.
이처럼 학은 울산에 새롭게 만들어야 할 상징이 아니라, 이미 울산의 역사와 문화 속에 존재해 온 정체성의 한 부분인 것이다.
그동안 울산을 대표하는 상징으로 고래가 널리 알려져 왔다. 이제는 고래와 함께 ‘학의 도시 울산’이라는 또 하나의 문화적 이미지를 발굴하고 키워갈 필요가 있다. 이는 고래를 대신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울산이 오랫동안 간직해 온 또 하나의 얼굴을 시민의 기억 속에서 되살리자는 것이다.
그 가능성은 충분하다.
2028울산국제정원박람회(태화강국가정원)의 철새와 생태환경, 울산학춤, ‘울산학’ 노래를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연결한다면 울산의 역사·문화·생태를 아우르는 새로운 시민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 통신사 이예의 외교와 평화 정신까지 더한다면 울산만의 독특한 역사문화 브랜드로 발전시킬 수도 있다.
특히 울산대공원 동물원에 학을 사육하고 이를 생태교육과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실제 학을 관찰하고 울산의 지명과 역사, 학춤과 노래를 함께 배우게 된다면 ‘학의 도시’라는 말은 단순한 구호를 넘어 살아 있는 교육 콘텐츠가 될 것이다.
이번 ‘울산학’ 노래는 그래서 더욱 의미가 크다. 역사는 기록으로만 남아 있을 때보다 시민들이 노래하고 이야기할 때 더욱 의미가 있고 생생하게 살아 숨 쉴 수 있다.
작곡가 한기철 씨는 오랫동안 울산의 역사와 자연, 시민의 삶을 노래해 온 지역 음악인이다. 작사가 이명훈 씨 역시 조선시대통신사현창회 회장으로 활동하며 통신사와 이예의 역사적 가치를 알리는 데 힘써 왔다. 여기에 가수 이반이 씨의 목소리가 더해져 ‘울산학’은 시민들이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로 완성됐다.
이제 필요한 것은 노래 한 곡을 만든 데서 멈추지 않는 일이다.
“울산에는 학이 있다. 울산에는 학춤이 있다. 울산에는 이예가 있다.”
이 메시지를 시민문화로 확산시켜야 한다. 학과 태화강, 학춤과 노래, 그리고 통신사 이예의 소통·외교·평화 정신을 하나의 문화적 흐름으로 연결해야 한다.
울산의 정체성은 공업도시 울산이라는 한정된 이미지를 벗어나 문화적 자산이 풍부한 문화산업도시라는 분위기를 끊임없이 만들어 가야 한다. 이것은 시민이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자랑하며, 무엇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느냐에 의해 만들어진다.
‘울산학’은 그 질문에 대한 작지만 큰 의미를 담은 답이 될 수 있다.
황윤영 양산도시문화연구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