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남구보건소장 자리가 7개월째 공석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일반직 공무원 채용 불발 이후 정년 제한을 풀고 연봉 책정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개방형 직위로 전환하고, 의사 외에 치과의사·한의사·간호사·약사 등으로 지원 문턱까지 낮췄으나 끝내 적격자를 찾지 못했다. 울산 5개 구·군 중 인구가 가장 많은 남구에서 방역과 공공보건 행정의 컨트롤타워가 장기간 비어 있는 현실은 지역 공공의료 체계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지원 요건을 비의사 직군까지 대폭 넓혔음에도 채용이 무산된 것은 일선 공공의료 현장이 직면한 구조적 모순 때문이다. 가장 큰 원인은 민간 의료계와의 극심한 처우 격차다. 개방형 직위 하한액 기준 연봉 7,000만원 안팎의 보수는 일반 병원 봉직의 평균 급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반면 맡아야 할 책임과 업무 강도는 막중하다. 감염병 위기 대응과 상시 방역, 지역 주민을 위한 만성질환 관리, 방대한 보건행정과 악성 민원 처리까지 총괄해야 한다. 과중한 격무와 법적 책임에 비해 턱없이 낮은 보수를 감내하며 선뜻 나설 인재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애초에 무리였다.
보건소장 공백은 단순히 인사 행정의 실패로 끝나지 않는다. 평시에는 직무대리 체제로 기본 업무를 지탱할 수 있을지 몰라도, 새로운 감염병 유행이나 대형 재난이 닥쳤을 때 지휘부 부재는 심각한 의료 대응 혼선과 행정 공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 피해는 오롯이 취약계층과 지역 주민의 건강권 침해로 돌아간다.
지방자치단체의 발품과 호소만으로는 이 깊은 구인난을 해소할 수 없다. 중앙정부 차원의 과감한 제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제도를 개혁하지 않고 ‘지자체가 알아서 해결하라’며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국가의 제1책무인 국민 생명과 안전 보호를 포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무엇보다 경직된 지방공무원 보수 지침을 손질해, 필수의료 및 공공보건 핵심 보직에 대해서는 지자체가 민간 수준에 상응하는 파격적인 처우를 제시할 수 있도록 급여 상한선과 자율성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아울러 감염병 대응 체계 지원 인력을 보강하고 과도한 행정 부담을 덜어주는 근무 환경 개선도 병행되어야 마땅하다. 정부와 지자체는 ‘봉사와 사명감’에만 기대는 낡은 공공의료 인력 수급 방식에 기댈 게 아니라 현실에 기반한 특단의 처우 개선책 마련에 즉각 나서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