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지정 사례가 없고 제도의 실효성도 낮다는 이유로 작년 관련 조례를 폐지한 서울 강남구와는 대조적인 행보다.
3일 울산 5개 구·군에 따르면 ‘청소년 통행금지·통행제한구역 지정 및 운영에 관한 조례’는 현재 중구와 남구, 동구, 울주군 등 4개 구·군에서 운영 중이다. 북구도 지난달부터 관련 조례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각 조례는 성매매 행위 등 청소년에게 유해한 곳이나 청소년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는 지역을 통행금지·제한구역으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청소년 통행금지구역은 24시간 통행을 금지하고, 통행제한구역은 일정 시간대에 통행을 제한하는 방식이다.
이는 청소년보호법 제31조에 근거한 것으로, 해당 법은 지방자치단체장이 청소년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통행금지·제한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인 지정기준과 선도·단속 방법 등은 조례로 정하도록 했다.
조례 제정 시기는 중구가 2014년 12월로 가장 빠르며, 동구 2019년 10월, 울주군 2024년 9월, 남구 2026년 8월 순이다. 북구까지 올해 조례 제정을 마치면 울산 5개 구·군 모두 관련 제도를 뒷받침할 제도적 근거를 갖추게 된다.
문제는 제도가 마련된 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실제 행정 현장에서는 활용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울산에서 관련 조례를 운영하는 4개 구·군 모두 현재까지 청소년 통행금지·제한구역을 지정한 사례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일부 담당자는 해당 조례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하기도 했다. 복수의 지자체 관계자는 “조례를 활용한 사례가 없다”며 “이 법은 상위법에 근거해 제정해야 하는 것으로 안다. (제정한) 다른 지자체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는 이 같은 실효성 문제를 이유로 아예 조례를 폐지했다.
강남구의회는 지난해 2월 관련 조례 폐지안을 발의해 같은 달 원안 가결했다. 1991년 조례 제정 이후 실제 구역을 지정·운영한 사례가 없었던 데다, 청소년보호법과 아동복지법 등 상위법에 이미 청소년 보호를 위한 규제가 마련돼 있어 별도 조례를 유지할 필요성이 낮다는 판단에서다. 폐지 조례는 2025년 3월 시행됐다.
전문가들은 법률에서 조례로 정하도록 위임한 사항이라 하더라도 실제 행정 수요와 활용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조례 제정 자체에 그칠 것이 아니라 지역 내 청소년 유해환경 실태를 살피고, 실제 지정 필요성이 있는지부터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 한 법조계 관계자는 “상위법에 근거해 조례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례가 실제 행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함께 살펴야 한다”라며 “제정 이후 활용되지 않는 조례가 반복적으로 만들어지지 않도록 제도의 필요성과 실효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