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국가 공동체는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어려움을 살피고, 이들에 대한 지원책을 세심하게 마련할 의무가 있다”라면서도 “그 과정에서 공정성과 합리성이라는 원칙이 반드시 함께 고려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아무리 작고 사소해 보이는 혜택이라도 합리적 근거 없이 계속되면 제도에 대한 공동체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라며 지원 정책 전반의 형평성을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불합리한 제도가 사회적 약자를 향한 혐오와 갈등을 부추기는 빌미로 악용될 가능성을 경계했다.
이 대통령은 “이는 정책의 지속 가능한 토대를 약화할 뿐 아니라 약자에 대한 혐오를 선동하는 세력에게 선동의 빌미를 줄 수 있다”라며 “깨진 유리창 하나도 허투루 보지 않아야 더 큰 불신과 갈등을 예방하고 약자를 더 두텁게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공공서비스의 지원 기준과 집행 현황을 다시 세심하게 점검하고, 국민 눈높이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불합리나 불공정이 있으면 신속하게 개선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이날 발언은 최근 다문화가정에 대한 우대제도를 둘러싸고 제기된 형평성 논란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보수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의 게시물을 인용하며 다문화가정 우대제도의 폐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일각에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를 약화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저에게 다문화가정을 차별한다고 지적하는 분도 계시다”라며 관련 비판에 반박했다.
이 대통령은 과거 크레파스의 ‘살색’ 명칭을 변경한 사례를 언급하며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보호 정책 자체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도 “그 안에 있는 작은 부분이 불합리성이 있다며 공격의 표적이 되면 정책의 신뢰도나 지속 가능성이 훼손되는 것”이라며 제도의 합리적인 운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어린이집과 산후조리원 이용 우선순위를 사례로 들었다.
이 대통령은 “다문화가정에 일률적으로 우선권을 주는 것이 바람직한가”라고 반문하며 “어렵고 힘든 쪽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가구의 경제적·사회적 여건 등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우대보다 실제 지원 필요성에 근거한 정책 설계가 중요하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자신이 우려하는 것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 정책 자체가 아니라 이를 둘러싼 극단적인 갈등과 혐오의 확산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제가 실제로 우려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극우적인 선동”이라며 “지금 유럽도 진통을 겪듯이 자꾸 틈만 나면 편을 갈라 적대화하고 공격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서로 다른 여건을 고려하면서도 공동체 대다수가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공정하고 합리적인 국정 운영을 거듭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