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자동차와 조선 등 울산 지역 경제를 지탱하는 주력 산업 현장을 휩쓸고 간 파업의 상흔이 깊다. 노사분규 건수 자체는 줄었지만 갈등의 쟁점은 고도화되었고, 파업의 강도와 그로 인한 경제적 타격도 훨씬 커졌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주요 제조업 사업장의 파업에 따른 근로손실일수는 48만 9,190일로 전년 동기 대비 45.2%나 급증했다. 울산에 핵심 사업장을 두고 있는 현대자동차와 HD현대중공업 등에서 벌어진 장기 파업이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처럼 파업 일 수와 이에따른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배경에는 과거보다 한층 복잡해진 교섭 쟁점이 자리하고 있다. 그동안의 임단협이 기본급 인상폭을 둘러싼 줄다리기였다면, 이제는 기업 실적과 직결된 ‘성과급 배분 룰’이 핵심 갈등 요소로 떠올랐다. 현대차 노조의 ‘당기순이익 30%’, HD현대중공업 노조의 ‘영업이익 30%’ 요구처럼 천문학적인 이익 창출에 대한 보상을 명문화하려는 노조와, 경영 불확실성 및 장부상 이익 반영 시차를 이유로 난색을 표하는 사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린 것이다.
여기에 더해 정년연장, 신규 채용, 그리고 인공지능(AI) 및 로봇 등 신기술 도입에 따른 ‘인력운영 부담’ 역시 교섭 테이블의 뇌관이 되었다. 산업의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는 노동계와 유연한 인력 재배치를 원하는 경영계의 시각차가 고스란히 쟁의 장기화로 이어졌다.
문제는 이러한 대기업의 노사 갈등이 개별 사업장의 담장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동차와 조선 산업은 전후방 연관 효과가 방대해 수많은 중소 협력업체와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현대차의 120시간 라인 가동 중단으로 인해 2조 3,000억 원의 매출 차질과 5만 5,200대의 생산 차질이 발생한 것은, 곧 지역 부품사들의 자금줄이 마르고 공장 가동이 연쇄적으로 멈췄음을 의미한다. 11차례 부분파업을 겪은 HD현대중공업 역시 자칫 선박 인도가 지연될 경우 그 피해는 협력업체는 물론 지역 경제 전반으로 퍼져나갈 수밖에 없다.
이제 노사는 매년 반복되는 소모적인 파업 관행을 끊어내고, 교섭의 패러다임을 진화시켜야 한다. 기업 이익에 따른 투명하고 객관적인 성과급 산정 기준을 서둘러 제도화하고, 산업 전환기에 대비해 인력 운영의 연착륙을 돕는 체계적인 로드맵부터 머리를 맞대고 찾아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