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야 오야 마음이지.” 일본말 습관이 불쑥불쑥 고개를 내밀던 시절 어른들의 입에서 자주 들었던 말이다. ‘오야’란 말은 일본말 ‘오오야’즉 ‘집주인’이라는 말이다.
회사원이나 유학생 등 일본에서 살다 온 사람들의 체험담 중에 ‘셋방살이’얘기가 이채롭다. 계약서에 동거 가족의 수를 적어넣는 것은 그렇다 치고 마지막 장에 세 가지 금지사항이 꼭 따라 붙는다. 첫째, 애완동물을 들여놓지 못함. 둘째, 피아노 같은 악기를 연주해서는 안됨. 셋째, 난방기구는 전기제품만을 사용 할 것. 금지사항의 연유야 짐작이 가지만, 이를 어기는 순간 바로 쫓아 낼 수 있으니 오직 ‘오오야 의 마음’에 달렸다.

또 일본에서는 일정 금액을 맡기고 그 이자로 부동산을 빌려쓰는 전세(傳貰)라는 개념이 없다. 그러니 거의 월세다. 복덕방 격인 후도산야(不動産屋)에 가면 임대 안내물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거기에는 똑같은 한자권이라도 일본에서만 통용되는 몇 가지 독특한 용어가 등장한다. 시키킨(敷金), 한자 뜻풀이로 ‘깔아놓은 돈’이니 한국의 보증금에 해당한다. 대개 월세의 두어 달 치를 빼고 돌려준다. 그 다음이 ‘레이킨(  金)’, 즉 집을 빌려줘 오오야에게 고맙다는 뜻에서 내는 상납금 꼴이니 셋방살이 신세를 더욱 서럽게 만든다. 역시 월세의 두어 달 치를 셈한다.

정리하자면 후도산야에 가서 방이 하나인지 둘인지 등을 따져 예산에 맞는 걸 고른다. 그 다음 보증인을 세워 꼼꼼한 계약서를 쓰고 서명한 다음, 시키킨과 레이킨, 중개 수수료(한달치 집세)를 지불해야 집 열쇠를 받을 수가 있다는 얘기다.

최근 국내 전세대란 속에 지난달 주택임대 가운데 월세비중이 9년만에 처음으로 40%를 넘어섰다. 세입자들은 매달 집세를 내야 하니 부담이 커지게 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국에만 있는 전세제도는 점차 월세중심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전망을 눈치채고 일본 최대의 주택임대업체 ‘레오팔레스21’이 한국시장에 본격 상륙할 채비를 하고 있다.

집없는 사람들의 거주편의와 살인적 전세난 완화를 위해서는 규제완화와 새로운 형태의 주택임대 사업자 육성이 필요하다. 집없는 사람들이 ‘오오야의 마음대로’휘둘리는 셋방살이를 벗어날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와야 한다는 얘기다.  김병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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