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흑산도 읍동마을에서 상라산으로 이어지는 S자형 도로 ‘열두구비 고갯길’.

‘칙칙폭폭’ 기차소리는 언제 들어도 정답다.

딱딱한 좌석과 역마다 정차하는 기차가 장거리 이용객에게는 고통일수도 있겠지만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차창 밖으로 보이는 한적한 시골길의 전경은 꼭 사수할 만한 가치가 있다.

지난 주말 오랜 세월 운반자 역할을 하고 있는 기차에 몸을 싣고 전라남도 신안군의 아름다운 섬 흑산도와 홍도로 다녀온 이야기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흑산도

뱃길따라 흐르는 ‘흑산도 아가씨’
마을 휘감도는 ‘열두구비 고갯길’
눈물나게 톡 쏘는 홍어맛 일품

울산 태화강역에서 오전 10시 25분 무궁화호 기차를 타고 시작된 여행은 부산 부전역까지 1시간 20분, 부전역~전남 순천역까지 4시간 30분 동안 이어진다.

여행을 떠나는 동안 차창으로 들어오는 따뜻한 햇살에 낮잠을 즐기고, 심심한 입을 달래주려 준비해온 간식거리도 챙겨 먹으면 그만이다. 푸른 들판과 나무, 봄꽃이 스쳐 지나가는 바깥 풍경을 감상하노라면 기차에서의 6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지루한 듯 지루하지 않았던 기차여행의 종착역인 순천에서 내려 차를 타고 다시 2시간을 더 달려 도착한 곳은 전라남도 서남부에 위치한 항구 도시 목포. 가수 이난영의 ‘목포는 항구다’와 ‘목포의 눈물’ 그리고 세발낙지, 홍어, 삼학도, 유달산이 유명한 곳이다.

목포여객선터미널에서 흑산도로 들어가는 배는 오후 4시 이후로는 운행을 안 하기 때문에 이곳에서 하루의 여정을 풀었다.

다음날 오전 8시 10분 흑산도행 첫 배를 타고 89km를 달린지 2시간 30분 만에 흑산도 예리항에 도착했다. 이 항구에는 항상 가수 이미자의 ‘흑산도 아가씨’(1969)가 흘러나온다. 

▲ 흑산도 연리지 모양 나무.
하루 1,000여 명이 찾는 곳이지만 관광이란 단어와 그렇게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 섬이 아기자기한 맛이 없어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교통수단을 이용해서 한 번 둘러보고는 금방 떠나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남몰래 서러운 세월은 가고 물결은 천 번 만 번 밀려오는데 못 견디게 그리운 아득한 저 육지를 바라보다 검게 타버린 검게 타버린 흑산도 아가씨….’란 흑산도 아가씨의 슬픈 노랫말이 가슴에 파고든다.

그렇다고 그냥 그렇게 떠나버리면 크게 후회한다. 세심히 살펴보면 새롭고 신비한 볼거리들이 지천으로 널려있다. 흑산도에 머무는 시간을 잘 활용하면 인상에 남을 만한 추억거리를 많이 챙길 수 있다. 

가장 먼저 가볼 곳은 바로 지난해 3월말 개관한 흑산도 일주도로이다. 버스(1인 1만5,000원)나 택시(4인기준 6만원)를 타고 25.4km를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흑산도 구석구석을 살펴볼 수 있다.

비싼 비용이 부담된다면 자전거(1일 1인 대여2만원)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단, 굽이치는 고갯길을 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으니 참고하시길. 

▲ 홍도 1항구 전경
읍동마을에서 상라산으로 이어지는 S자형 도로, 일명 ‘열두구비 고갯길’을 감돌아 올라서 ‘흑산도아가씨 노래비’가 있는 상라봉에 오르면 산 아래로 흑산도의 숨겨진 절경이 펼쳐진다. 눈앞으로 내려다보이는 주변의 바다와 능선을 따라 흐르는 안개의 조화는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카메라 앵글에 멋진 광경을 담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이 장소를 적극 추천한다.

산중턱에서 내려다본 흑산도는 섬의 95%를 차지한다는 상록활엽수가 사시사철 푸르게 우거져있어 ‘검은섬’이라는 애칭에 걸맞았다. 섬 자체가 정말 푸르다 못해 검게 보인다.

이곳을 지나 2~3분 가다보면 오른편으로 바다가 펼쳐지면서 바위 사이에 뚫린 구멍 모습이 한반도의 모습과 닮았다하여 이름 붙여진 지도바위와 구문여 바위가 보인다.

구문여 바위에 뚫려있는 구멍은 거센 파도가 치는 날이면 중앙 공간 사이로 물줄기가 분수처럼 쏟아 나오는데 그 모습이 장관이다.

해안가 길을 따라 계속 가다보면 교각이 없는 도로를 만나게 된다. 일명 ‘구름다리’라고도 불리는 이 도로는 지도바위 인근에 있는 비리 마을의 윗 절벽을 따라 만들어졌다.

멀리서 보면 도로의 받침대가 없어서 아슬아슬해 보이기도 하지만 왠지 하늘 위에 떠 있다는 착각을 받기도 한다. 하늘도로 왼쪽 벽면으로는 신안의 명물과 문화유산을 상징하는 벽화가 300m가량 길게 그려져 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꼬부랑 길을 다섯 번 넘고 나면 속이 울렁거린다. 이때 심기 불편한 속을 잠시 잊게 해주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짙은 애매랄드빛 바닷물과 모래의 부드러운 촉감이 매력인 ‘샛개 해수욕장’이다.

이곳은 바다의 수심이 얕아서 안전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특히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주변 갯바위 낚시는 또 하나의 재미거리이다.

주위가 몽돌 자갈밭으로 이루어진 배낭기미해수욕장도 또 하나의 명소이다. ‘배가 머무는 곳’이란 뜻의 흑산도 방언의 배낭기미에는 주위로 소나무들이 많아 여름철에 찾으면 안성맞춤일 듯싶다. 관광버스를 이용한 일주도로는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 모듬회와 해물.
●먹을거리: 여행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그 지역의 먹을거리이다. 흑산도는 홍어로 유명하다. 그리고 80년대부터 가두리 양식으로 키워 온 전복은 그 맛과 품질이 좋아 다른 곳보다 비싼 가격에 판매된다. 봄이 제철인 멸치와 칼슘 함량이 높은 자연산미역, 흑산도 연안의 암초사이에서 서식한다는 조피볼락(우럭)도 흑산도의 특산물이다.

1. 홍탁삼합: 홍어회를 돼지고기 수육과 겹쳐 묵은 배추김치로 싸서 한입에 쏘옥 넣고 씹으면 세 가지 맛이 입 안에서 어우러지는 맛이 일품이다. 마지막은 막걸리로 입가심을 하면 홍어 특유의 톡 쏘는 맛의 진가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우리식당 ☎061-275-9030)

2. 홍어찜: 오랜 숙성기간을 걸쳐 매콤한 양념과 함께 버물려 나온다. 전라도 지방에서는  가장 인기가 높다한다. 그 맛이 강해 눈물이 핑 돌 정도이며, 삼키고 난 다음에도 숨 쉴때마다 목구멍과 콧바람을 통해 홍어 특유의 맛이 베어 나올 정도로 그 여운이 길다. (영광수산횟집 ☎061-275-9353)

●숙박: 흑산비치호텔(061-246-0090~2), 수협숙소타운(061-275-9035)

●문의전화: 목포여객선터미널(061-243-2111), 흑산면 관광안내소(061-240-8520), 자전거(010-2848-1122), 관광버스 흑산영업소(061-246-0090), 해상유람선 안내소(061-275-9115)

■홍도

▲ 해질녘에 붉게 물든 홍도.
노을에 물든 ‘붉은 보석’  황홀경의 극치

기암절벽 짙푸른 바다
수려한 경관 탄식 절로

해발 368m 깃대봉 올라
시원한 바람 등줄기 식혀

흑산도에서의 일주도로 여행을 마치고 도착한 두 번째 여행지는 홍도이다.
오후 2시 50분 흑산도에서 홍도로 가는 ‘뉴-골드스타’ 쾌속선을 타야됐지만 갑자기 나빠진 해상날씨 탓에 30분을 기다린 뒤에야 배에 오를 수 있었다. 출반한지 40분만에 홍도에 도착했다.

해질녘 섬 전체의 바위들이 붉게 보인다하여 ‘붉은 홍(紅)’자를 따서 이름 붙여진 홍도.
이곳은 날카로움과 광활함이 함께 공존하는 33경의 기암절벽들과 270여종의 상록수들이 살아 숨 쉬고 있는 충만한 생명력을 간직한 곳이다. 섬 전체가 다도해해상국립공원과 천연기념물 제170호로 지정되어 있을 정도로 그 수려한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 홍도 기암괴석
전남 신안군 흑산면에 속한 섬 홍도는 목포에서 115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으며 두 개의 마을로 구성돼 있다. 1구에는 해수욕장과 동백군락지가 있고, 2구에는 등대와 생태계 자연림이 있다. 1, 2구 마을의 총 인구 500여명은 관광수입과 어족자원을 생계로 살고 있다한다. 홍도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모습은 언덕 위에 따닥따닥 세워져있는 건물들의 모습이다. 각종 숙소와 관공서, 식당들이 모여 있어 달동네 같은 친숙한 느낌이다.

섬에 도착하고 가장 먼저 할 일은 홍도의 자랑거리인 깃대봉을 올라가는 일이다.
깃대봉으로 가기 위해 홍도 1구의 오른쪽 마을 언덕으로 향했다. 마을로 올라가는 길은 그리 가파르지 않다. 두 사람이 지나가면 알맞은 좁은 골목길을 오르다보면 길 양쪽으로 깔끔하게 정돈된 아기자기한 건물들이 보인다. 마치 옛 시골 마을길을 걷는 느낌이다.

골목의 끝에 다다랄 때쯤 흑산초등학교 홍도분교장 정문이 보이고 그 오른쪽으로 깃대봉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다.
해발 368m의 깃대봉을 오르는 길은 초반부터 가파르게 이어진다. 10분쯤 걷다보면 첫 번째 쉬어가는 곳이 나온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결에 등줄기에 난 땀도 식히고 눈앞으로 펼쳐진 1구 마을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이곳에선 위에서 내려다보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왼쪽으로는 홍도 항구에서부터 마을로 들어오는 길목까지 관광객들로 가득했고, 길목 양쪽으로는 해삼, 멍게, 낙지 등의 각종 신선한 해산물을 판매하는 작은 가게들 20여점이 죽 늘어서 성업 중이었다.

오른쪽으로는 동글동글한 몽돌이 가득한 몽골해수욕장이 둥근 형태로 형성되어 있고, 햇살을 받아 반짝거리는 바다는 다이아몬드보다 더 반짝였다.  

본격적인 등산은 두 번째 휴식처를 지나 300m 표지판이 보이는 곳에서부터 시작된다. 중간중간 흙길이 있어 미끄러지기 쉬우니 주의해야 한다.

깃대봉으로 향하는 길에는 철쭉과 동백, 이름 모를 나무들이 온통 빽빽하게 우거져있고 가는 길마다 연리지, 연인의 길, 바다 밑으로 뚫려있는 숨골재 골 등 볼거리도 다양하다.

▲ 동백수림
깃대봉에 올라서면 남서로 양상봉의 연봉이 한 폭의 동양화를 펼쳐 놓은 듯하고 동쪽으로는울창한 숲이 장관이다. 깃대봉 산 너머로는 2구 마을로 향하는 쪽길이 나 있다. 등산은 왕복 2시간이 걸린다. 산 너머로 해가 지는 모습은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만든다. 저무는 붉은 해의 빛을 등지고 있는 산 뒤로 후광과도 같은 아우라가 형성됐다. 이 멋진 광경을 카메라에 담고 숙소에 내려오니 시간은 어느 덧 저녁 7시였다.

주린 배를 움켜잡고 숙소 바로 아래 식당으로 향했다. 요즘 우럭과 농어가 제철이라 신선하다는 주인아저씨의 말만 믿고 회 한 접시를 주문했다.
홍도 스타일인지 회의 살점이 두툼하게 썰어져 나왔다. 간장에 찍어 한 점 먹어보니 입 안에서 사르륵 녹는다. 자연산은 이걸 두고 하는 말인 듯하다.   

저녁에는 홍도 1구항 길목에 자리한 가게에서 풍기는 생선구이 냄새가 발걸음을 절로 향하게 한다. 해삼, 멍게, 소라, 홍합 등의 싱싱한 안주와 시원한 막걸리(탁주)의 만남은 그야말로 말이 필요 없다.   
다음날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 홍도에서의 여정은 이곳에서만 즐길 수 있다는 33가지 비경의 기암괴석들을 둘러보는 일부터 출발했다.

유람선 관광은 홍도의 관문인 홍도 1구항에서 시작하여 남문과 촛대바위, 도승암 등이 몰려 있는 홍도 제1경을 돌아 섬을 시계방향으로 한바퀴를 도는 코스이다. 섬의 남쪽을 돌아나가면 실금리굴과 거북바위, 부부탑을 비롯해 원숭이바위, 주전자바위, 석화굴, 독립문 등이 차례로 이어진다.

비경에는 저마다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들이 있는데 유람선에서 안내하시는 분이 맛깔나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여행을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감초역할을 해준다.
소요시간은 그날 해상날씨에 따라 달라지지만 보통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이며, 1인당 19,000원의 승선비를 낸다.

섬과 해상 관광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배를 타고 홍도 인근 바다로 나가 선상 배낚시를 즐길 수도 있다.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홍도에서의 낚시 맛에 흠뻑 빠지고 싶을 것이다.

▲ 홍도 생선구이
주로 농어와 돔, 우럭, 놀래미 등이 잘 잡힌다. 낚시로 잡는 자연산 우럭과 농어는 육질이 신선하여 씹는 맛이 좋고 감칠맛이 있다. 미끼는 오징어를 잘게 썰어 사용하거나 멸치 등의 생선을 이용하면 된다.
갯바위낚시 이용요금 1인당 2만5,000원~3만원, 어선대여 선상낚시 1일 30만원(6~10명).
오전 일정을 마친 뒤 목포로 나가는 배편을 기다리는 동안 동백꽃을 볼 수 있는 홍도생태전시관을 둘러봤다.

홍도는 2~3월이면 동백꽃이 활짝 핀다. 따뜻한 햇살과 바다의 서늘한 습기로 인해 4월 중순까지 그 모양을 유지하고 있는 동백수림은 동백나무 수백 그루가 서식하고 있다.

홍도 1구항에서 마을이 있는 왼쪽으로 올라서면 ‘홍도생태전시관’이라고 적힌 표지판이 보인다. 한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길목을 따라 2분 정도 걸으면 ‘홍도관리사무소’가 나오고 그 왼편으로 하늘을 덮을 정도로 자라난 상록활엽수가 원시림을 이루고 있다. 안쪽으로는 수많은 동백꽃이 달린 나무들이 있고 땅 바닥에는 이미 떨어진 꽃잎들로 무성했다.

300년이 넘는 동백나무는 물론 섬의 60%를 차지한다는 구실잣밤나무, 후박나무 등 아름드리 나무들도 볼 수 있다.
산책로를 따라 가면 1970년대까지 매년 정월 초사흘이면 마을공동체의 안녕과 평안을 기원하기 위해 마을제사를 지냈다던 ‘홍도1구 죽항(竹項)당산’이 보인다.
이곳은 지난 70년대 중반까지 당제가 지속되다가 갑작스럽게 중단된 이후 허물어진 채 유지되다가 지난 2007년 고증을 거쳐 다시 복원돼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홍도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목포로 향하는 배에 올랐다. 홍도에서 목포까지는 쾌속선으로 2시간거리이다. 기차를 타고 시작한 2박 3일의 섬 여행은 이렇게 끝났다. 항상 그렇듯 여행 초반에 품었던 호기심과 기대는 여행을 끝내고 돌아가는 길 내내 긴 여운을 남긴다. 기차여행이 주는 구수함으로 시작해 흑산도와 홍도가 주는 자연의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을 간직한 채 이번 여정을 끝맺는다.

●문의전화: 홍도관리사무소(061-246-3700), 홍도탐방지원센터(061-246-2257) 

●낚시: 서진3호(7.31톤 채낚기) 061-246-3951, 건양호(4.84톤 연승) 061-246-3868 

●숙박시설: 서해모텔/식당(061-246-3764), 남문파크모텔/식당 061-246-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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