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말 모처럼 시간을 내어 영화 '연가시'를 보았다. 올해 한국영화 최단 기간 흥행 기록을 세우고 있는 화제작이기도 하지만, 기생충이 사람의 뇌에 감염되어 사람을 물에 빠져 죽게 한다는 내용이 신경외과 의사인 나로서 궁금했기 때문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변종 기생충은 물놀이를 통하여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간다. 감염된 사람은 식욕이 왕성해진다. 그러나 체중 변화는 거의 없다. 그리고 일정기간 기생하다가 산란기가 가까와지면 다시 물로 돌아가기 위해 사람의 뇌를 조종하여 갈증을 유도한다. 감염된 사람은 엄청난 양의 물을 들이켜도 타는 듯한 갈증때문에 무의식적으로 강이나 하천으로 뛰어들어 결국 익사하게 된다.
여름 휴가철을 맞이하여 물놀이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요즘 연가시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는데, 영화의 내용이 얼마나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을까?
연가시(학명:Gordius aquaticus)라고 불리는 기생충을 여러 백과사전에서 찾아본 결과 현재 약 300여 종이 존재하며, 생활사는 다음과 같았다. 가느다란 철사 모양의 성충은 민물에서 교미하여 알을 낳고, 유충이 되면 물 가까이 날아오는 잠자리, 메뚜기, 사마귀, 등의 숙주 곤충으로 옮겨 기생한다. 숙주 곤충의 몸 속에서 생활하다 성충으로 자라면 숙주 곤충의 신경을 조종하여 물로 뛰어들게 한 다음 숙주 곤충의 몸을 뚫고 빠져나와 민물로 돌아온다. 성체는 몸길이 15~90cm가량으로 가늘며, 몸빛은 대체로 옅은 갈색 또는 검은색이다.
의학적 지식으로 얘기하면 연가시처럼 곤충을 숙주로 이용하는 기생충이 사람의 몸 속으로 들어와 병을 일으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 이유는 기생충마다 자신이 기생할 수 있는 숙주가 극히 일부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숙주특이성은 기생충과 숙주간에 수십만년 동안 형성된 관계로서 몇 년 몇십년만에 곤충에서 사람으로 숙주가 바뀌는 것은 불가능하다.
민물고기가 바닷물에서 살 수 없듯이 곤충과 사람은 온도와 체액성분이 다르기 때문에 만일 연가시가 사람 몸에 들어와도 제대로 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비록 영화 속에서 개를 대상으로 변종 연가시 실험이 성공했다고 해도 몇 개월도 안된 짧은 시간에 종을 뛰어넘어 새로운 숙주로서 사람 몸 속에서 적응하여 산다는 것도 극히 어렵다.
영화 속의 연가시는 변종 기생충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이를 바꾸어 말하면 실제 연가시는 그럴 위험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영화는 영화일 뿐, 재미를 위한 허구와 과장을 일부 일반인들이 오해하다보니 기생충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생기는 것이다.
영화에서처럼 변종은 아니지만 실제로 사람의 뇌에 기생하며 뇌를 손상시키고 두통과 발작 등의 문제를 일으키는 기생충은 존재한다. 질병명으로는 낭미충증(Cysticercosis)이라고 하는데, 갈고리촌충(학명: Taenia solium)의 알이나 유충에 의해 일어나는 감염증을 말한다. 갈고리촌충은 머리에 수 십개의 갈고리가 원을 이루고 있어 유구촌충이라고도 하고 돼지고기에 의해 감염되므로 돼지고기 촌충이라고도 한다.
원래 돼지 기생충이지만 돼지와 사람이 수만년의 시간동안 함께 지내다보니 이제는 사람의 몸에서도 기생하게 된 것이다. 낭미충증은 대개 덜 익은 돼지고기나 분변에 오염된 채소를 통해 이 기생충의 알이나 유충을 섭취한 경우에 발생한다. 갈고리촌충에 감염된 돼지고기를 사람이 먹으면 소장에서 8~10주 후 성충이 된다.
성충이 기생할 경우의 증상으로는 복부 불쾌감, 설사, 구토, 체중감소 등이 있다. 또한, 뇌 안에서는 두더지굴처럼 여러 군데 구멍을 뚫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생활하는데, 이로 인해 신경이 심각하게 손상되면 실명, 마비, 발작, 실어증 등의 치명적인 증세를 일으킨다.
감염자도 모르게 몇 년동안 사람 몸 속에서 자랄 수 있기 때문에 조기 발견하기가 매우 어렵다. 특히, 뇌나 척수 속에서는 몸통을 돌돌 말아서 둥근 공모양으로 기생하기 때문에 MRI 검사에서 종종 암이나 종양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치료방법은 구충제를 복용하거나 수술로서 제거하는 방법이 있다. 이를 예방하려면 돼지고기를 충분히 익혀 먹어야 하며, 분변으로 키운 채소는 중성세제로 잘 씻어서 먹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