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가(儒家)의 영향으로 우리나라나 중국사람들은 유난히 자신의 신체에 대해 민감하고 또 중시한다. 이처럼 육신을 중시하다 보니 몸의 일부를 가지고 비유하는 말도 많다. 간담(肝膽) 수족(手足) 안목(眼目) 비위(脾胃) 심혈(心血) 골수(骨髓) 등. 심복(心腹)이라는 말도 그 중의 하나다. ‘심복’은 말 그대로 심장과 배이니 우리 몸의 가장 중요한 부위라 하겠다. 그래서 자기 마음을 가장 잘 읽고 있는 측근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이른바 ‘최측근’ ‘오른팔’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중국 사람들은 심장과 배에 병이 났다는 뜻으로 ‘심복’이라는 말을 더 많이 쓰고 있다. 이는 와신상담(臥薪嘗膽)이라는 고사와 관계되는 이야기다. 춘추시대 오월(吳越) 두 나라는 앙숙이었다. 오왕 함려는 월왕 구천이 쏜 화살에 맞아 죽었다. 그러자 왕위를 물려받은 오왕의 아들 부차는 매일 풀섶에서 자면서(臥薪) 복수의 칼을 갈다가 마침내 월왕 구천을 대패시켰다. 구천은 패잔병을 이끌고 회계산으로 달아나 숨었다.
이번에는 구천이 쓰디 쓴 쓸개를 맛보면서(嘗膽) 복수의 날을 기다렸다. 그는 우선 부차에게 뇌 물 공세를 펴면서 화친을 맺고, 신하의 도리를 다하겠다고 제의했다. 이때 부차의 심복이자 충신인 오자서가 “구천은 분명 꾀를 부리고 있다”며 간곡히 만류했다. 그러나 부차는 미인·뇌물 공세에 넘어가 구천의 청을 들어주고 만다.
얼마 뒤 부차가 군사를 동원하여 이웃 제(齊)나라를 치려고 하자 오자서는 또 말렸다. “월의 구천은 머지 않아 오나라에게 ‘심복의 병’(心腹之患)이 될 것이 틀림 없습니다. 이 기회에 차라리 월을 치십시오.” 하지만 부차는 오자서의 말을 듣지 않고 제나라를 친다.이때를 노리고 있던 구천은 불의의 기습전에 나서 오를 점령하자 심복 오자서의 말을 듣지 않아 패한 부차는 자결한다.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이 제자리 걸음을 하자 새누리당의 대선패배 위기감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친박 2선 후퇴를 포함한 ‘새판짜기’ 요구가 터져 나왔다. “후보만 뺴고 나머진 모두 바꾸자”는 것이다. 김종인·안대희 위원장은 이한구 퇴진과 한광옥 영입 철회를 요구하며 당무를 보이콧 하고 있다. ‘심복의 병’(心腹之患)을 앓고 있는 박근혜 후보의 용단이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