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을 앞두고 야자(야간자율학습)를 빼먹고 몰래 도서관에 들어가 ‘제인에어’, ‘폭풍의 언덕’을 급하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원래 책은 시간이 없고, 뭔가에 쫓기듯 불안할 때 더 읽고 싶고, 그렇게 읽어야 더 재미있다.

수능시험이 드디어 끝났다.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하고 싶은 것도 참고, 읽고 싶은 책도 맘대로 못 읽었을 고3 학생들. 그들을 위해 ‘청소년출판모임’에서 가을 청소년 추천도서를 선정했다. 수능 끝낸 아이들이 놀다, 쉬다, 그것도 지겨워 질 때쯤, 한번쯤 손에 들고 볼만한 책들을 뽑아보았다.

청소년들의 고민·갈등 솔직하게 눈높이 서술

◆세상에 단 한 권뿐인 시집 (박상률 저/ 실천문학사)

오랫동안 청소년 문학에 종사하며 많은 기여를 해온 작가 박상률. 아무도 청소년 문학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때, 그는 오로지 청소년만을 위한 문학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성장소설 <봄바람>(1997)은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그의 대표작이자, 우리나라 청소년 문학의 고전이 되었다.

일찍이 청소년에 대한 고민을 해온 박상률은 청소년을 성년에 미치지 못한 ‘미’성년이 아니라 그 자체로 완성되고 독립된 존재임을 이야기한다. 그러면서도 우리 모두는 청소년이었음을 상기시키며 오늘날의 우리 아이들을 유별난 세대로 규정짓기를 거부한다. 이는 지금도 많은 학교에 강연을 다닐 정도로, 현장에서 그들과 직접 소통하면서 얻은 그의 혜안이기도 하다. 청소년에 대한 이와 같은 신념은 그의 작품 속에 그대로 스며들어 있다.

그런 박상률의 의미 있는 새 단편소설집 <세상에 단 한 권뿐인 시집> 이 나왔다. 특히 표제작인 ‘세상에 단 한 권뿐인 시집’은 해냄 「문학Ⅰ」 교과서에 실린 만큼 독자들에게 익숙하고 유명한 작품이다. 표제작 외에도 2012년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이 처한 어려움과 고민을 그들의 눈높이에서 솔직하게 서술하고 있는 각 단편들은 갈등의 고개를 넘고 있을 청소년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줄 것이다.

어른에 상처입은 아이들 전문병원 치유과정 담아

◆리버우드 클리닉 아이들 (테레사 토튼 저/ 김충규 역/ 푸른숲주니어)

<리버우드 클리닉 아이들>은 어른들의 잘못으로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아이들이 서로에게 의지한 채 힘겨운 현실을 마주하고 상처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은 출간되자마자 언론의 주목을 받은 것은 물론, 미국 도서관 협회를 비롯한 각종 단체에서 추천 도서로 선정되면서 북미권 최고의 청소년 소설로 자리 매김하였다.

그동안의 청소년 소설은 대부분 학교 현장을 배경으로 청소년들의 우정과 사랑, 폭력, 왕따, 자살 등의 이야기를 조금씩 변주해 오는 데 그쳤다. 거기다 여러 형태로 나타나는 상처의 껍데기를 슬쩍슬쩍 건드리다가 급하게 화해를 하고 결말로 치닫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에 반해 <리버우드 클리닉 아이들>은 배경부터 청소년 전문 병원으로 ‘상처의 치유’ 자체에 집중한다. 작가는 주인공이 입은 상처의 근원을 섬세하게 추적한 뒤, 치유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 나감으로써 문학적 다양성과 밀도를 확보했다.

결말에 이르러서도 정해진 답안으로 바로 가기보다는 갈림길에 선 주인공이 스스로 길을 택함으로써 주체적인 화해와 성장의 길을 모색했다.

청춘이 나아가야할 방향 40대 담론과 20대의 반론

◆아프니까 어쩌라고? (안치용 저/ 서해문집)

도발적인 제목의 이 책은 ‘도둑맞은 세대’인 현재 청춘들이 ‘희망 강권하는 사회’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살아가야 하는지를, 40대의 진보적 시선과 20대의 솔직한 심정으로 함께 풀어낸 이야기다. 청춘에 대한 근거 없는 위로와 격려에 실망한 20대 젊은이들에게 그들이 왜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되었는지 냉철하면서도 따뜻한 시각으로 분석한 40대 저자의 사회문화 담론과, 한편으로 그 내용에 찬성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글에 대한 비판과 반론을 제기하는 20대 대학생의 댓글이 함께 담겼다.

멘토라면 손사래를 치면서도 비판적 자유주의자임을 자처하는 지은이 안치용은 신문 기자와 대학 강사, 저자, NGO 대표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고민하고 공론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 책 역시 그러한 고민의 산물이다. 저자는 다양한 활동 속에서 꾸준히 고민했던 31가지 주제들을 인생 선배가 후배에게 들려주는 진솔한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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