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년 세계문화유산 지정
유적 몰린 삼릉~용잠골코스 둘러봐
신라의 미소 ‘삼릉사 배리삼존불’
붉은 빛 입술 ‘마애관음보살상’
영생 염원하는 ‘선각육존불’까지
시대상 담긴 이채로운 모습 재미
●하늘의 별만큼 많은 불교유적
남산은 워낙 많은 등산코스가 있지만 삼릉쪽으로 올라갔다. 이날 남산 문화유적해설사가 동행해 곳곳에 있는 신라의 유적들을 설명해주기로 했다.
서라벌의 진산(鎭山)격인 경주 남산은 예로부터 ‘절집이 하늘의 별만큼이나 많다'는 말이 따를 정도로 산사와 문화유적이 즐비한 문명의 공간이다. 금오봉(468m)과 고위봉(494m)을 사이에 두고 사방으로 펼쳐진 능선 골짜기에는 왕릉이 13기, 절터가 147곳이나 있다.
또 불상은 118기, 탑이 96기 등 문화유적의 수가 모두 670여 개에 이른다. 이처럼 다양한 문화유적이 산재한 노천 박물관은 2000년 12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삼릉코스에서 시작
그 유적들을 다 볼 수는 없고, 가장 많은 유적이 몰려있는 코스가 삼릉에서 올라가 용잠골로 내려오는 길이다. 삼릉으로 곧바로 오르지 않고 옆으로 난 길로 먼저 ‘신라의 미소’로 불리는 ‘삼릉사 배리삼존불’을 만나러 갔다.
‘백제의 미소’로 불리는 ‘서산 마애불’에 필적할 신라의 대표적 미소에 해당된다. 하지만 배리 삼존불은 보호각이 설치되며 아름다운 미소를 잃고 말았다. 바위에 새겨진 부처에 내리쬐던 햇살이 더 이상 미치지 못하니 얼굴이 전혀 딴 모습으로 변하고 말았다. 사진으로도 불상의 미소를 담기가 어려웠다. 이어 삼릉 숲으로 향한다.
삼릉은 신라 8대 아달라왕, 53대 신덕왕, 54대 경명왕의 능이 모여 있어 삼릉으로 불린다. 삼릉 위쪽에서 사진기를 들고 찍으면 3개의 능 뒤로 ‘4번째 능’이라 불리는 산등성이가 함께 들어온다. 삼릉을 둘러보고 이제 본격적으로 등산로로 진입한다.



●목 없는 ‘석조여래좌상’
걷다보면 길옆에 이름 모를 작은 불상, 석등이 곳곳에 있다. 오르는 길에 작은 계곡이 있어 물소리 새소리 들으며 걷는 재미가 솔솔 하다. 남산에는 40여개의 계곡이 있다고 하니 그야말로 ‘산 좋고 물 좋고’다. 솔숲 터널을 지나 맨 처음 만나는 부처는 목이 없는 석조여래좌상. 조선시대 숭유억불정책에 희생된 부처다.

●립스틱 바른 ‘마애관음보살상’
석조여래좌상을 오른편에 두고 등산로를 오르면 일명 ‘립스틱 바른 불상’으로 불리는 ‘마애관음보살상’이 있다. 문화해설사가 다양한 설명을 곁들여줘 특징을 하나씩 기억해두면 기억에 오래 남을 듯 했다. 이 불상은 자태가 오밀조밀 귀엽다. 남산에서 가장 매력있는 불상으로 ‘미스 신라’로 불린다고 한다. 키가 154cm에 입술엔 붉은색이 감돈다. 석공이 붉은 빛이 도는 돌 부분에 부러 입술을 새겨둔 것이다. 마애관음보살은 한 손엔 전병을 들고 있다. 사가들은 이를 중생을 구제할 약병으로 해석하고 있다. 발가락 끝을 오므리고 있는 모습도 이채롭다.
●선각육존불, 선각여래좌상, 석굴암부처
거대 바위에 그림처럼 새겨둔 선각육존불도 신라인의 신앙심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현세의 기복을 염원하는 문수-보현보살과 내세의 영생을 염원하는 아미타부처 여섯 분을 새겨 두었다. 검은 이끼가 덮여 있어 자세히 보지 않으면 잘 안보일 정도지만, 찬찬히 보면 6명의 부처가 눈에 들어온다.
선각육존불을 지나면 두툼한 얼굴과 입술이 마치 농부의 얼굴처럼 소박한 선각여래좌상, 그리고 부부 금슬이 좋아진다는 부부바위가 나타난다.
선각여래좌상도 포인트가 입술이다. 또 이곳에는 바위 경사면에 패인 곳이 여러 군데 있어 이곳에 동전을 붙이고 소원을 비는 사람들도 많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만나는 게 석굴암의 부처를 빼닮은 삼릉계석불좌상. 이 부처는 ‘성형수술’을 했다. 떨어진 불두를 이어 붙이는 바람에 얼굴에는 시멘트 성형수술 자국이 있다. 등 뒤의 광배도 복원을 해두었다. 좌상 뒤에 석굴도 있는데, 이곳에 들어가 좌상과 아래 세상을 내려다보면 기분이 묘해지기도 한다. 불상처럼 가부좌를 틀고 석굴에 앉아 크게 심호흡을 한 후 용잠골로 내려오는 것으로 이날 역사기행은 끝이 났다.
글·사진=김정숙 기자 sook9882@iusm.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