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복 ‘한치물회’.

여름철 뚝 떨어진 입맛을 되돌려주는 새콤달콤한 ‘물회’.

포항, 제주 등 해안가에서 흔히 먹던 향토 음식으로, 뱃사람들이 상품성 떨어지는 생선을 회쳐서 고추장을 푼 물에 넣고 함께 먹은 것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이처럼 뱃사람들의 고단한 삶이 묻어 있는 물회는 지역마다 방식의 차이는 있지만 이제 어디서든 맛볼 수 있는 여름철 별미로 자리 잡았다.

광어, 우럭, 가자미, 도미 등 생선회와 해삼, 전복 등 해물, 채소를 섞고 장과 식초로 맛을 낸 국물을 부어 시원하게 먹는 물회는 입 안뿐만 아니라 속까지 시원하게 해준다.

이제는 물회도 점점 진화하고 있다. 울산의 독특한 물회 맛집 3곳을 소개한다.

▲ 돈방석 ‘해삼버섯양지물회’.

◆‘해삼버섯양지물회’

생선 대신 소고기, 날 것 대신 익힌 해삼
임신한 아내 입덧까지 잡아… 입소문 자자
사골·양지 육수에 석달 숙성한 초장 감칠맛

물회는 물회인데 우리가 아는 물회가 아니다. 생선 대신 소고기가 들어 있고, 날 것 대신 익힌 해삼과 버섯이 가득 들어 있다.

동구 일산해수욕장 인근에 위치한 식당 ‘돈방석’(대표 서권정). 이곳에서는 ‘해삼버섯양지물회’라는 독특한 물회를 선보이고 있다.

서권정(46) 대표의 양지물회는 이미 부산에서 큰 인기를 얻은 메뉴로, 약 한달 전 울산에 직영점을 차려 직접 음식을 내놓고 있다.

‘물회는 생선’이라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한 양지물회. 이는 아내와 딸 사랑에서부터 시작됐다. 6년 전 늦둥이 딸을 얻은 서 대표는 임신한 아내가 물회를 먹고싶어 했지만, 비려서 먹질 못했다.

당시 한우고기 식당을 운영하던 서 대표는 비리지 않은 물회를 만들 방법을 궁리하던 끝에 소의 양지를 이용해 물회를 만들게 됐고, 이를 맛본 아내는 물론 주변 지인들도 극찬했단다.

그길로 지난 2009년 부산 재송동에 돈방석을 차려 양지물회를 선보여 인기를 얻으면서 해운대, 울산 동구에 차례로 가게를 냈다.

▲ 한달 전 울산에 문을 연 ‘돈방석’에서는 양지물회를 선보이고 있다.

양지, 초장, 육수는 서 대표가 운영하는 기장군 작업장에서 모두 가공해서 사용한다.

해삼버섯양지물회는 삶은 버섯, 해삼, 양지에 김, 파, 오이, 고추, 양파를 얹고 차가운 육수를 부어 큼직한 그릇에 내놓는다. 생선물회의 정석을 따르면서도 따르지 않았다.

야채를 제외한 주재료는 모두 익힌 것들이다. 사골과 양지를 넣고 끓인 육수에는 생선회 등 날 것 보다는 익힌 것이 더 어울렸기 때문.

기름기를 완전히 제거하고 얇게 썬 양지에 사골을 우려내 구수하고 순한 육수가 스며들면서 촉촉한 맛을 내고, 3개월간 숙성한 초장이 감칠맛을 더한다.

여기에 꼬들하면서 탱글한 삶은 해삼이 바다의 맛을 첨가해주고, 맛타리버섯, 양송이, 표고 등 6가지 종류의 버섯은 쫄깃한 식감으로 먹는 재미를 준다. 말아먹는 소면으로는 쌀국수를 내놓아 잡내 없이 물회 본연의 맛을 편안하게 느낄 수 있다.

반찬은 붉은 물회와는 달리 백김치와 식초에 절인 오이를 내놓는다. 영업시간은 오전 10시부터 밤 12시까지. 문의 232-8085.

▲ ‘대복’은 대구·전복요리 전문점이지만 여름철이면 ‘한치물회’가 최고 인기를 누린다.

◆‘한치물회’

비리지 않은 한치, 보들보들한 식감 일품
살얼음 동동 붉은 육수에 하얀 속살 살포시…
대구 우려낸 비법 육수… 소면 말아 후루룩∼

물회라고 하면 생선회가 좀 더 익숙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오징어나 한치도 못지않게 인기다. 남구 신정동 ‘대복’에서는 한치회를 가득 넣어 만든 한치물회를 먹을 수 있다.

오징어보다 한 수 위로 보들보들한 식감이 일품인 한치로 만든 이 물회는 비린맛이 별로 없어 생선물회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많이 찾는다고 한다.

최영수·김혜금 부부가 운영하는 ‘대복’은 대구와 전복요리 전문점이지만, 여름철이면 한치물회가 최고의 인기를 누린다고.

메뉴를 주문하면 한치물회와 소면 한덩어리, 밥 한그릇, 그리고 7~8가지의 밑반찬들이 함께 차려진다. 음식은 눈으로도 한 번 먹는다고들 하는데, 한치 한 마리를 사용해 만든 한치물회는 시각적으로도 탐스럽다.

살얼음이 떠 있는 붉은 육수와 하얀 속살의 한치 위로 초록빛 파와 고추, 오이가 올라가고, 주위에는 채 썬 적양배추가 고운 색감을 뽐내며 한치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한치를 걷어내면 채 썬 배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에서는 물회에 소면을 바로 넣어 말아먹는 것을 권한다. 먼저 젓가락으로 물회를 비빈 다음 소면을 넣고 다시 한 번 더 비벼준다.

새콤하면서도 달달한 육수가 여름에 무뎌졌던 입맛을 번쩍 돌아오게 하고, 부드러운 한치가 목으로 곧잘 넘어간다.

붉은 육수가 재료에 스며들 때쯤 되면, 젓가락으로 집어든 것이 한치인지, 소면인지 구별이 안 된다.

입안에 넣어도 마찬가지. 육수에도 특별한 비법이 있는데, 바로 대구를 우려낸 육수를 넣는 것. 대구요리 전문점이기에 가능한 비법이다.

반찬으로 김치, 우엉조림, 김치, 볶은 감자 등을 내어주는데, 물회만으로도 든든해서 반찬에는 손이 안 갈 정도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아래에서 살얼음이 떠 있는 육수를 들이키니 여름피서가 따로 없다. 후식으로는 수정과를 내어준다.

영업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단, 오는 8월 1일부터 3일까지는 휴무라고 하니 참고하자. 문의 269-3509.

▲ 고빈정 ‘쌈 싸먹는 물회’

◆‘쌈 싸먹는 물회’

육수 가득 ‘여름이’와 비빔물회 ‘겨울이’
육질 탱탱한 회는 깻잎·상추쌈으로 먼저…
특제소스 육수에 소면·밥 말아 마무리

남구 달동 남구청 맞은편에 자리잡고 있는 ‘고빈정 물회’는 간판 그대로 물회를 전문으로 하는 곳이다.

횟집을 운영했던 최상일 대표가 3년 동안 전국의 물회 요리를 먹으면서 연구한 물회를 선보인다.

물회 메뉴는 두 가지다. ‘여름이’와 ‘겨울이’다. 여름이는 육수가 있는 물회이고, 겨울이는 육수가 많이 없는 비빔물회다. 우럭, 광어, 참가자미 세 종류의 생선회를 넣는다. 그런데 물회를 주면서 깻잎과 상추를 준다.

이곳에서는 소면이나 밥을 말기 전에 해야 할 것이 있다. 물회를 쌈에 싸먹는 것이다. 안주도 되고 밥도 되는 메뉴를 생각하다가 만들어냈다고.

기자가 먹은 것은 여름이. 얼음이 녹기 전 비빈 물회를 상추나 깻잎에 싸 먹고, 그러다 얼음이 녹아 국물이 생기면 그때 소면이나 밥을 말아 먹으면 된다.

최 대표는 ‘건강한 자연의 맛’을 추구한다. 익히지 않은 재료와 활어가 건강한 입맛을 찾아준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육수에는 탄산이 들어가지 않으며, 생선의 비린 냄새를 잡기 위해 개발한 특별한 소스가 들어간다.

신맛, 단맛, 매운맛의 조화가 환상적이다. 자극적이진 않지만 결코 밋밋하지 않은 맛으로 계속해서 수저가 간다. 초장은 직접 담아서 최소 6개월 숙성 시킨 것으로 사용한다.

함께 나오는 맑은 지리탕도 일품이다. 물회 재료로 사용하고 남은 생선 부위를 넣고 끓인 탕으로, 물회를 먹은 후 차가워진 속을 달래주며 조화를 이룬다. 시원하고 깊은 맛이 매력적이다.

영업시간은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3시~5시는 휴식시간이다. 문의 258-0807.

▲ 남구청 인근에 위치한 ‘고빈정 물회’. 이곳에서는 물회를 쌈에 싸먹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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