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주군 천상저수지 인근 산책로에 핀 ‘계요등(鷄尿藤)’. 닭의 오줌 냄새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폭염에도 생존 강인한 생명력
나팔꽃 축소판 앙증맞은 꽃
열매서 나는 악취가 더 심해
줄기, 이질 치료 등 약용으로

자연에는 섭리라는 것이 있다. 어떤 현상이든 그것이 나타나는 원인이 있고, 예측 가능한 결과가 있다. 발길에 치이고 눈길 한번 받지 못하는 작은 식물에도 자연의 섭리가 있다. 올해 마지막 여름 야생화로 소개하는 ‘계요등’에도 마찬가지다.

‘계요등’은 울산 울주군 천상저수지 산책로를 따라 쉽게 만날 수 있는 꽃이다. 이곳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다만 워낙 작은 탓에 발걸음은 느리게, 시선은 조금 더 주의 깊게 움직여야 한다.

30도를 훨씬 웃돌며 펄펄 끓는 폭염에 다른 꽃들은 녹아버리기 일쑤지만 ‘계요등’은 강인한 생명력을 지녔다. 원색의 큼직한 꽃을 상상할지도 모르지만, 실제 모습은 앙증맞다. 덩굴을 이루며 피어나는 이 꽃은 손가락 한마디보다 작은 크기다. 언뜻 보기에는 활짝 벌어진 나팔꽃을 작게 줄여둔 것도 같다. 다섯가닥으로 갈라진 하얀 꽃잎은 중심부로 갈수록 짙은 자줏빛이 돈다. 꽃잎 전체에 돋아난 새하얀 솜털은 마치 눈꽃인 듯 또는 설탕가루인 듯 보인다.

생김새가 귀엽고 사랑스럽기까지 해서 이 꽃에 붙은 이름이 야박하게 느껴질 정도다. ‘계요등(鷄尿藤)’은 풀어서 보면 닭의 오줌 덩굴식물이란 뜻을 갖고 있다. 닭의 오줌 같은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다행히 비릿한 냄새의 근원은 꽃이 아니라 줄기다. 덩굴을 이루는 줄기를 건드리면 암모니아 냄새가 난다. 그 냄새가 역하게 느껴지진 않지만 썩 기분 좋은 정도도 아니다.

학명인 파에데리아(Paederia)도 악취를 의미하는 라틴어 ‘Paidor’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불쾌한 냄새 앞에서는 동서양의 구분은 없는 듯하다.

작고 앙증맞은 이 야생화가 꽤나 발칙한 냄새를 풍기는 것은 해충 등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것이라고 한다. 삶을 향한 작은 발버둥이다. 적의 접근을 막기 위해 스컹크가 고약한 악취를 내뿜는 것과 마찬가지다. 조그마한 꽃이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랜 세월 동안 진화를 거듭하면서 축적한 지혜의 산물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계요등’의 꽃말도 지혜로움이다.

꽃은 더위가 찾아오는 7월부터, 그것이 물러가는 9월까지 핀다. 가을에 접어들면서 공 모양의 열매가 맺히는데, 노란빛의 갈색으로 익는 열매의 악취는 더 심하다고 알려져 있다.

불쾌한 냄새는 나지만 ‘계요등’의 줄기는 약용으로 쓰인다고 한다. 한방과 민간에서는 가래를 없애거나 신장염, 이질 등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식물 전체를 짓이겨서 동상 상처나 벌레 물린 데 바르기도 한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