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종길 HR컨설팅 대표

20여 년 전부터 나에게는 한 좌우명이 있다. ‘지계작대기(知計作大器)’.. 이런 좌우명을 갖게 된 계기는 참으로 우연 이었다. 그러나 이 좌우명은 지금까지 나의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좌우명을 얻게된 동기는 20여 년 전 치악산 자락 한 마을 뒷산에 홍련암이라는 작은 암자에서 시작되었다. 

종교적으로도 혼란스럽고 사회생활 적응에도 힘겨웠던 21살 어느 날의 오래된 기억이지만 당시에 만난 한 노스님을 잊을 수가 없다. 내가 그 스님에 대해 기억하고 있는 것은  법명이 운효라는 것과 병풍에 경면주사를 이용해 기독교의 성경구절을 써 넣으시는 분이라는 것, 그리고 당시 연세가 96세이셨지만 어린아이 같이 주름 하나 없는 투명한 피부를 지니셨다는 것이다. 

이 스님의  특이한 점은 불교식 병풍에 불경의 내용이 아닌 기독교 성경의 내용을 쓰고 계셨다는 것이다. 더 특이한 것은 이분의 서재이자 마루에서 보게된 많은 책들 사이에 있는 기독교 주석 성경 전집이나 기독교서적들이었다. 

속장경 대장경, 그리고 많은  필사본과 불경 해설집 사이에 유독 성경을 연구하고 계신 스님이 이상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다. 더욱이 그것을 자신의 신도들에게 줄 병풍에 쓰고 계셨는데 사회에 갓 진출한 어린 기독교청년으로선 스님의 행동은 도통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풍경소리와 차를 삼키는 소리, 그리고 붓으로 글을 쓸 때마다 들리는 옷깃의 스치는 소리만 들리는 적막 아니 고요함 속에서 어린청년의 호기심으로 스님에게 물었다. “어째서 스님은 기독교서적을 이렇게 많이 가지고 있으신가요!” 스님의 대답은 짧으면서도 쉬웠다. 어려서부터 늘 듣던 그 말 “책속에 길이 있다” “세상의 모든 책속에는 진리가 있는데 그 진리중 인간이 살아가는데 성경의 진리가 으뜸”이라고 말씀하셨다. 

불교 스님의 입에서 기독교인이었던 나조차 잠시 회의에 빠지게 했던 “성경의 진리가 세상에서 가장 으뜸이다” 는 말을 듣게 되다니, 순간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듯 충격을 받았다. 그러면서 운효스님은 내게 글을 하나 써서 내어 주신다. ‘知計作大器’, 이글의 의미를 알겠느냐고 물으셨다. 나는 시골농부의 아들로 한글 뜻과는 다른 한자지만 지게작대기로 해석을 해서 말씀드렸다. “지게는 짐을 지었을 때 지게작대기가 없으면 절대 혼자 일어설 수 없듯 세상의 꼭 필요한 인물이 되라는 가르침 아닐까요? 하고 답변을 드렸더니 “좋은 해석”이라고 말씀하시고서는 자신이 이 한자의 담은 뜻을 알려주신다. “모름지기 사람이라면 자신이 속한 사회에 도리(이치)를 잘 알고 지켜 행하는 사람만이  큰 그릇이 된다”는 뜻이라며 내가 기독교인으로 힘든 이유도 아직 성경의 가르침을 잘 모르기 때문이라며 “돌아가서 더 열심히 신앙생활을 통해 그 도리를 다하라”고 하셨다. 불교 스님에게서 기독교인으로 신앙생활을 더 열심히 하라는 권면을 듣게 되다니…. 

‘知計作大器’라는 짧은글에 담긴 뜻처럼 일백 살을 목전에 둔 한 노승의 가르침은  이후 20년이 넘게 나의 좌우명이 되었고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이분의 가르침대로 이후 성경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사회에 던지는 가장 중요한 가르침인 낮은 자리에서 섬김으로 사랑을 실천하라는 진리를  알게 됐고 그리스도의 가르침대로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내가 되었다.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그 이치를 잘 알고 지켜 행하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많다. 다만 정치적 싸움만하는 입법, 사법 ,행정 권력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 섬김의 자세가 절실한 것 같다.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국정농단이라는 생소한 단어가 모든 미디어를 휘젓는 키워드가 됐다. 이런 사건의 원인에는 무엇보다도 자신들의 위치에 맞는 일을 하지 않아서 비롯된 일이다. 입법기관 국회의원으로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은 정부의 역할이 무엇인지, 그리고 사회 질서를 바로 잡기 위한 사법부 역할은 무엇이지, 각 분야의 소속된 사람들이 자기분야의 이치를 잘 알고 지켰다면 그들로 인해 국민들이 힘겨워 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기회는 있다.‘知計作大器’라는 이 다섯 글자가 가지는 뜻이 지금 우리사회에 꼭 필요할 때 인 것 같다. 

“사람이라면 자신이 속한 사회에 도리(이치)를 잘 알고 지켜 행하는 사람만이  큰 그릇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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