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신’ 사전적 의미인 ‘호구별성’은 ‘열병 퍼트리는 여성신’
삼국유사 속 처용가 마지막 구절 잘못 해석돼 남자로 둔갑 
“빼앗긴 것을…” 구절은 처용 처에 역병 옮기는 상황 표현

 

김현우 처용탈 제작가

‘역신’은 남자가 아닌 여자이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호구별성’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호구별성’을 찾아보면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열병을 퍼트리는 여성신’이라고 분명히 기록돼 있다. 결국 아이를 점지하는 삼신이나 부엌을 관장하는 조왕신처럼 여자인 것이다. 

일연스님의 삼국유사의 처용설화의 처용가의 맨 끝 구절에 “……빼앗긴 것을 어찌 하릿고?”라고 되어 있는 것을 근대의 학자들이 국어사전조차 찾아보지 않고 역신을 남자로 둔갑시켜 처용설화를 왜곡 시켰는데「악학궤범」이나「악장가사」에도 처용가가 기록돼 있는데 그 끝 구절은 사뭇 다르다. “...이런 저귀 처용 아비 옷보시면 열병대신이야 횟갓이로다”라고 기록돼 있다. 열병대신, 즉 역신은 처용에게 횟갓 즉 한 주먹꺼리도 되지 않는 존재라는 것이다. 

몇 해 전 울산의 모 종교 단체에서 처용설화는 신라의 문란한 성풍속이니 처용문화제라는 명칭을 폐지하고 다른 명칭을 써야 한다고 떠들썩하게, 처용문화제 명칭 변경 서명운동까지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적이 있다. 결국 필자와 신문에서 지상 논쟁을 하고 다시 모 TV방송국에서 폐지론자 쪽에서 세 명, 지키자는 사람들 쪽에서 세 명에 40분이  넘는 방송토론까지 벌려 결국 처용문화제 폐지가 무산된 적이 있다. 이는 결국 일연스님의 바꾸어 놓은 처용설화 때문에 벌어진 일인데 따지고 보면 일연스님의 처용가도 역신이 남자라는 표현은 전혀 없다. “……빼앗긴 것을 어찌 하릿고”라는 표현은 여자인 역신이 여자인 처용의 처에게 들러붙어 역병을 옮기는 상황을 표현한 것인데 근대의 학자들이 멋대로 논문을 써서 삼척동자도 역신은 남자이고 처용의 처를 범하였다고 믿게 만든 것이다. 

금년의 처용문화제 학술심포지움에서도 그때 방송국토론회 폐지론자 중의 한 사람이 토론회 좌장으로 앉자 아직도 처용문화제 명칭 변경이 끝나지 않았다고 분명히 발언해 아연해 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잘못된 해석 된 처용설화로 인해 그런 해프닝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또한, 그날 토론회에서 안동대학교 임재해 교수의 발제 중에 “처용은 무당이다”라는 발언에 다시 문제를 삼지 않을지 모르겠다. 처용은 신라 때 왕정을 보좌하는 급간이라는 벼슬을 했는데 조선시대의 천민시 된, 돈이나 벌려는 무당이 아니라 월명항 저자거리에 달 밝은 밤에 나가 백성을 교화하던 무당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처용은 무당이니 다시 처용문화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할지 몰라 심히 우려 된다.

처용의 아랍상인설도 문제가 됐다. 단국대학교의 무하마드 깐수는 북한에서 아랍 쪽으로 가서 신분을 세탁한 한국 이름 정수일로, 고정간첩으로 활약하던 사람이었다. 그가 쓴 처용의 아랍상인설을 읽어보면 처용이 아랍인이라고 증명 할 수 있는 부분은 전혀 없다. 그가 제시한 증거는 중세 아랍 지리학자 이븐 쿠르다지바의 “중국 맞은편에는 많은 산과 왕들이 있는데 그곳이 바로 신라이다. 이 나라에는 금이 많으며, 무슬림들이 들어가면 그곳의 훌륭함 때문에 정착 하고야 만다……” 등의 기록이다. 

이런 기록들과 그가 논문 발표 후 TV에 출연해 경주 괘릉의 서역인을 닮은 무인상과 신라 때 만들어져 무덤에서 출토된 서역인을 닮은 토우를 증거로 처용은 서역인, 그것도 아랍상인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신라 때의 인물을 현대에서 밝힌다는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워낙 충격적인 주장이라 사람들은 그 논문을 읽어보지 않고 언론매체에서 간단히 접하고 그것을 그대로 믿어버리는 것이다. 이제는 그러한 일들이 없기를 바래본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