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24일 아베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연속재임 일수 2,799일을 기록 일본 정치사에 새로운 기록을 세운다. 2012년 12월 2차 집권에 성공한 그는 1964년부터 1972년까지 집권한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전 총리의 7년 8개월(2,798일) 연속 재임 일수 기록을 이날로 넘어서게 된다. 메이지 유신 중추 세력들이 1885년 이토 히로부미를 초대 총리로 추대한 이래, 최장수 수장이였다.
 장기 집권이 훌륭한 리더십을 뜻하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장기 집권이 가능했던 비결로는 흔히 ‘야당 복(福)’때문이라고도 했다. 아베 정권의 폭주와 우경화 등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왜 정권이 바뀌지 않느냐’는 질문의 단골 답은 "대안이 없다"였다. 
 자민당 내 총리 교체를 두고도 ‘포스트 아베는 아베’라는 말이 유행했다. 배경엔 일본 국민에게 트라우마로 남은 야당 집권 3년간의 기억 때문이다. 과거 자민당 내엔 몇개의 파벌이 있어 매파와 비둘기파 역할을 하며 총리 교체를 통해 정권 교체 효과를 대신했는데 당내엔 이렇다 할 아베 경쟁자가 없었다. 아베 내각 지지율은 바닥이지만 야당은 더 낮았다.
 하지만 2020년 8월 당시 한 주간지에서 아베 총리의 건강 이상설을 확산시켰다. 총리가 관저에서 토혈(吐血)을 했다고 보도했다.  한국에선 ‘아베가 물러나야 한일관계가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2020년 6월 이후부터 TV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을 피해 건강 이상설이 제기돼 왔다. 특히 2020년 들어 코로나바이러스 대책에 실패하면서 지지율이 30%대로 하락, 사실상 힘을 잃은 상태였다. 드디어 8월 28일 눈물을 보이면서 8년 9개월 최장수 총리 사임 발표를 했다. 하지만 이후 건강회복설과 함께 ‘아베 전 총리 슬슬 재시동’이라는 기사와 함께 세번째 총리 등판설이 회자되기도 했다.
 퇴임 후에도 ‘레이와(令和·일본 현재 연호)시대의 야미쇼군(闇將軍·막후실력자)등으로 불리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가 지난 8일 참의원 선거 지원 유세 중 총을 맞고 숨졌다. 정치 행보 재개가 없었다면 비명횡사(非命橫死)는 면했을 것이다. 전날 밤 유세 일정을 나가노에서 나라로 변경한 것이 운명을 바꿔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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