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자 접어서 들기 · 달걀 · 수 많은 건축물
우리 일상 속 ‘가우시안 곡률’ 스며 있어
주변 곡면보며 수학·물리학 음미해보길
"모두를 행복하게 할 수는 없다. 당신은 피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피자는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요리이다. 재료와 모양은 만든 사람 마음이겠지만, 일반적으로 밀가루로 만든 납작한 반죽 위에 토마토나 치즈 같은 각종 재료를 얹고 구워낸 요리를 피자라 부른다.
피자는 파스타와 함께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음식인데, '진짜' 피자 논쟁은 재미있는 구경거리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갖은 재료가 듬뿍 얹어져 여러 사람이 나눠 먹는 큰 피자는 미국식 피자라 할 수 있다.
이탈리아 피자는 오히려 토핑이 간소하고 작은 편이라는데, 파인애플이나 참치를 얹었거나 떠서 먹는 피자는 피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정통파들도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미 1960년대에 피자를 판매한 식당이 생겼었고, 1980년대에 미국 피자 프랜차이즈가 진출하면서 피자가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지금은 '김치 피자'를 해외에 전파하고 있지만, 초창기에는 느끼한 피자를 먹기 위해 손님들이 김치와 단무지를 식당에 요구했다고 한다.
토핑이 잔뜩 얹어진 넓적한 부채꼴의 피자 조각을 손으로 들고 먹다 보면, 피자의 꼭짓점이 그 무게 때문에 쳐져서 먹기 곤란할 때가 있다. 행여 소스나 토핑이 미끄러져 쏟아질까 싶어 접시나 두 손으로 받쳐서 조심스럽게 먹는 분들께, 이제 당당히 한 손으로 피자를 접어서 드시라고 알려드린다.
얇은 직사각형 종이 한 장을 집어 들어보자. 종이의 짧은 쪽 변을 잡고 들어서 올리면, 마치 피자 조각처럼 처지게 된다. 이번에는 그 짧은 변을 U나 V 모양으로 굽히거나 접어서 들어보면, 반대편에 동전 하나 정도는 올릴 수 있을 튼튼한 '피자 조각'을 만들 수 있다.
이 간단하지만, 마술 같은 '접어서 들기'에는 곡면의 기하학과 물리학이 숨어있다. 한 곡선이 있을 때, 어떤 한 부분을 잘라보면 그 굽어진 선과 잘 겹치는 원을 찾을 수 있다. 이 원의 반지름을 곡률 반지름이라고 하며, 이 반지름이 작을수록 많이 굽었다는 의미로 곡률이 크다고 한다. 직선은 무한히 큰 원과만 겹칠 수 있으므로 곡률이 0이다.
원기둥의 표면과 같이 굽어진 면에 대해서는 두 개의 곡률을 찾을 수 있다. 이 두 곡률의 곱을 19세기의 수학자 가우스의 이름을 따서 가우시안 곡률이라 부른다. 평면의 가우시안 곡률은 0과 0을 곱해서 0이고, 원기둥의 곡률 역시 0이다. 원기둥의 표면은 한쪽으로는 굽어있지만, 기둥이 서 있는 방향 쪽으로는 평평해서 가우시안 곡률을 계산할 때 0이 곱해지기 때문이다.
가우시안 곡률의 값이 변하지 않는다면, 곡면은 다른 곡면으로 쉽게 휘어질 수 있다. 가우시안 곡률이 0인 평평한 종이나 피자를 손으로 들어 올리면 쳐지면서 굽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이때, 굽어진 면을 잘 살펴보면 평평한 방향을 찾을 수 있고, 가우시안 곡률이 여전히 0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가우시안 곡률의 값이 바뀌는 변형을 하려면, 반드시 곡면을 잡아 늘이거나 줄이거나 찢어야 한다. 구면이었던 귤껍질을 평평하게 만드는 과정을 상상하면 된다. U모양으로 접어둔, 하지만 가우시안 곡률은 여전히 0인 피자 이야기를 다시 해보자. 이 피자의 끝이 휘어서 쳐지려면 또 하나의 곡률이 만들어져야 하고 그러면 가우시안 곡률이 변하게 된다. 면적이 바뀌거나 찢기지 않으며 가우시안 곡률을 0으로 유지하려는 U자로 굽혀진 피자는 우리가 먹기 좋게 쳐지지 않고 버텨주는 것이다.
풀잎부터 달걀, 감자 칩 그리고 많은 건축물은 가우스의 이 놀라운 정리를 활용해 견고함을 유지하는 구조의 예이다. 더 상세한 설명과 예시는 Aatish Bhatia의 2014년 'Wired' 기사 "How a 19th Century Math Genius Taught Us the Best Way to Hold a Pizza Slice"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앞으로는 주변 사물의 곡면이 새롭게 보이고 그 뒤에 있는 수학과 물리학을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