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의료문제는 광역시급 도시 수준을 무색케하는 부끄러운 현실이다. 공공의료원과 공공병원 병상이 없고, 의료인력도 전국 특·광역시 중 가장 적다. 그런데도 정부는 울산 의료 인프라 확충에 뒷짐을 지고 있다. 공공의료원은 경제성이 부족하다고 외면하고 민간 의료원 설립은 마땅한 투자자가 없다. 이 때문에 울산시는 시민 염원을 담아 울산의료원 건립을 예타면제로 재추진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돌파구는 제대로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부끄러운 현실은 통계로 잘 드러나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이 최근 발표한 ‘2022년 공공보건의료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울산 인구 100만명당 공공의료기관 수는 0.9개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적었다. 가장 많은 곳은 전남 12개였으며 강원 11.7개, 경북 9.9개, 충북 7.5개 순이었다. 울산 다음으로 가장 적은 곳이 경기인데 2.4개로 울산의 2.7배에 달한다. 전국 평균은 4.4개다. 지역인구 10만명당 공공의료기관 병상은 14개로 이 역시 가장 적었다. 전남이 255.2개로 가장 많았고 울산 다음으로 적은 인천 46.8개였는데 이 역시 3.3배 많은 수치다. 전국 평균은 123.1개다. 인구 10만명당 공공의료기관 인력은 0.4명으로 더 처참하다. 피상적으로 알려진 내용보다 통계 수치로 들여다보면 울산의 의료현실은 더 참혹한 사실이다. 기본 공공 인프라가 부족하다보니 지역내 의료서비스(지역환자 기준) 점유율도 0.5%로 바닥이다.
공공의료 인프라가 절실한 상황이지만 기획재정부는 지난 5월 울산의료원 예비타당성 재조사 심의에서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부결시켰다. 지역 의료계에서는 정부의 정책과 기조가 국·공립병원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필수의료 지원에 대한 혜택을 울산은 사실상 보지 못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문제는 실질적인 대책이다. 울산시는 열악한 의료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광역단체가 할 수 있는 부분은 한계가 있다. 의료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민간부문의 투자가 절실하지만 대부분의 민간 투자는 이른바 돈 되는 진료 과목에 집중되는 게 현실이다. 실질적인 의료 인력 확보와 이를 바탕으로 한 공공의료가 대안이지만 정부의 집중적인 투자없이는 불가능하다. 양질의 의료 인력과 장비를 갖춘 공공의료 체계가 구축돼야 지금의 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 정부의 발상의 전환을 촉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