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수산 너머로 해넘이를 한 태화강변은 서서히 어둠이 내려앉으며 또 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아름다운 강이다. 생명이 있고 사람이 있고 강물에 떠 가는 이야기가 있다. 여기에 더해 영혼을 맑게 해줄 잔잔한 음악과 함께이면 그는 이미 다 가진 것이다. 보고 듣는 귀가 열린 감성 충만한 울산 사람에게 줄 선물이 있다. Last Exit To Brooklyn,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출구’라는 휴버트 셀비 2세(1928~2004)가 1964년 발표한 소설이다. 1950년 한국에서 6·25전쟁이 터지자 브루클린 부두에서 전쟁터로 가는 병사들과 거리의 여자들이 벌이는 하류 인생들의 이야기로 60년대 미국이 앓고 있던 총체적 사회문제를 책으로 엮은 문제작이다.
1989년 영국과 서독 합작으로 울리 에델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졌고 영화 음악은 다이어 스트레이츠의 리더 마크 노플러가 ‘A Love Idea’를 작곡했다. 애절하고 진한 감성적 선율의 이 영화 삽입곡을 들으며 아름답고 화려한 뉴욕과 브루클린 거리를 상상했다면 당신은 속은 것이다. 영화는 시종 어두컴컴하고 비관적이며 타락과 절망 속에 흐르는 배경음악은 작곡자가 노린 의도가 무엇이었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브루클린의 밤을 밝히는 가로등 불빛은 화려했지만 절망으로 가득한 사람들의 마음속에 둘러쳐졌을 검은 어둠의 장막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영화는 휘황찬란한 거리를 달려가지만 실상은 짙은 어둠 속을 방황하는 인간 내면을 표현한 한편의 대서사였다.
이런 영화 이야기와 반대로 어둠 속을 달려야 밝음을 만나는 곳이 KTX 울산역(통도사)이다. 발전하는 울산의 기상이 외부와 연결되는 소중한 통로이지만 새벽이나 밤늦게 울산~언양을 오가는 운전자들은 삼호를 벗어나자마자 칠흑 같은어둠 속을 달려야 한다. 가로등 하나 없는 캄캄한 길을 오로지 운전자의 경계심과 자동차 전조등에 의지해 울산역까지 이동해야 하며 역에서 울산으로 오는 길 또한 같은 상황이다. 여기에 비까지 내리면 차선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엎친 데 덮친 일이 되고 만다. 예산이 부족하고 가로등 불빛에 농사에 지장이 있다는 둥 이유는 다양하지만, 시민 안전보다 우선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침묵하는 다수의 마음을 읽어내고 위험으로부터 시민을 구해내는 것은 관계기관의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하며 그것이 존재 이유 아니겠는가!
그동안 어둠 속 통행 문제가 여러 곳에서 제기됐지만 입암처럼 꿈쩍 않는 울산시와 울주군의 무관심과 무신경은 이제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울산과 양산 그리고 경주 일부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울산역은 2003년 개통됐고 양산시와 통도사 측의 강력한 주장으로 2010년 울산역(통도사)으로 부기해 사용되고 있다. 개통 당시 울산/양산 통도사 역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으나 2009년 5월 역사 명칭을 부기할 수 없도록 코레일이 내부 규정을 개정하면서 울산역(통도사)으로 확정돼 사용하고 있다. 그동안 이용객 폭주로 인한 역사 확장과 주차장 증설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역명의 개칭 여부도 인근 양산시와 의회에서 강력히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울산시의 대응이 주목된다. 한편,각 지역 초미의 관심사인 역명의 갈등과 관련해 시민 동의 없이 창졸지간에 울산역에서 태화강역으로 역명이 변경된 것에 대해서도 대다수 울산시민은 문제 제기와 함께 관계기관의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태화강역은 1916년 울산과 경주, 동래와 장생포를 연결하는 경동선 철도부설에 이어 경주~울산 간의 열차가 개통된 것이 그 시작이며 원래 개통일은 1921년 10월 25일이다. 이후 울산역은 2010년 KTX 전용 역사인 현 울산역에 자신의 이름을 넘겨주고 태화강역으로 불리게 됐다. 2021년 동해남부선 복선전철사업 과정에서 귀신고래를 형상화한 현대식 역사로 완공됐으며 서울~청량리를 2시간 30분에 주파하는 KTX-이음 운행이 예정돼 있다. 그러나 외형적 성장도 중요하지만, 개통 당시부터 사용하던 고유의 명칭을 제대로 된 협의없이 변경한 것은 행정편의적 결정이다. 그리고 처음 고속철도를 계획할 당시부터 울산이 주장했던 경주~울산~해운대~부산 노선은 제대로 된 협의와 의견수렴 없이 현재의 노선이 확정됐고 그것은 울산시와 지역 정치권의 쓰라린 패배였으며 울산광역시의 허약한 현주소가 그대로 노출된 가슴 아픈 사건이었다.
모든 것은 사필귀정이다.
KTX 울산역(통도사)은 서울주 또는 서울산역으로 변경돼야 마땅하며 태화강역 또한 동울산역으로 부르는 것을 제안한다 역이름 하나 제대로 시민의 뜻을 받들지 못해서야 광역시의 자존심을 어디서 찾을까! 무슨 변수를 더 고려해야 하는가?
조경환 울산지적발달장애인협회 운영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