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진흥을 위해 설치된 '건축물 미술작품'의 사후관리가 미흡해 오히려 도시 미관을 해치고 있다
문화예술진흥을 위해 설치된 '건축물 미술작품'의 사후관리가 미흡해 오히려 도시 미관을 해치고 있다

울산 남구 야음동 한 공동주택 앞 인도 위 미술작품은 색이 바래고 곳곳이 해져 정비가 필요해 보인다.
울산 남구 야음동 한 공동주택 앞 인도 위 미술작품은 색이 바래고 곳곳이 해져 정비가 필요해 보인다.



'길 위의 예술작품'이라고 불리는 건축물 미술작품이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도심 흉물로 전락하고 있다.

11일 울산 남구 야음동의 한 공동주택 단지에 설치된 조형물.

화강석, 브론즈 등을 소재로 인간의 밑바탕은 사랑에 있다는 것을 표현한 이 작품은 지난 2014년 2월 아파트 준공과 함께 설치된 손 모 작가의 '사랑'이라는 설치 미술품이다.

하지만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곳곳에 곰팡이가 핀 흔적이 있고, 흰색 화강석과 구리빛 동판 상당부분이 까맣게 변해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조형물 아래 작품 설명이 적힌 표지석도 군데군데 깨지고, 글씨도 지워져 있다.

아파트 주민 최씨는 "아파트를 상징하는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관리가 제대로 안되고 있다. 야외에 있어 더 빨리 훼손되는 것 같은데 누군가가 나서서 손을 봐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울산 곳곳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건축물 미술작품 중 특히 공공주택 밖에 설치된 미술작품들이 훼손, 변형 등이 심한 상태였는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공미술포털에 표시된 위치와 다르게 세워진 미술작품도 있다.
울산 곳곳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건축물 미술작품 중 특히 공공주택 밖에 설치된 미술작품들이 훼손, 변형 등이 심한 상태였는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공미술포털에 표시된 위치와 다르게 세워진 미술작품도 있다.

남구 삼산동에 위치한 다른 공동주택의 미술작품. 이 조형물은 이 모 작가가 지난 2009년 2월 설치한 '꿈속이야기'란 작품으로 꿈속에서 사랑스럽게 보이는 모자가 새를 타고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모습을 형상화 했다.

그런데 이 설치 작품은 공공미술포털에 게시된 위치와 달랐다. 포털 사진을 보면 건물 입구 오른편에 위치한 것으로 나와있는데, 실제 현장을 찾아 확인해보니 아파트 정면 화단으로 옮겨져 있었다. 작품 설치 위치가 왜 바뀌었는지 관할 지자체는 정확하게 모르는 상황이다. 게다가 작품은 곳곳에 스크래치가 나있는 등 관리되지 않은 모습이다.

울산시에 따르면 현재 지역 건축물 미술작품은 중구 106점, 남구 247점, 동구 79점, 북구 124점, 울주군 84점으로 모두 640점이 설치돼 있다. 울산시는 설치된 건축물 미술작품 사후관리를 각 구·군에서 맡아 하도록 하고 있다.

건축물 미술작품 제도는 정부가 문화예술 진흥과 도시환경 개선을 위해 지난 1995년 연면적 1만㎡ 이상인 일정용도의 건축물을 신축 또는 증축할 때 건축주가 의무적으로 건축비의 일정 비율을 건축물 미술작품 설치에 사용하거나 설치비용의 70%를 문화예술진흥기금으로 출연토록 한 제도다.

하지만 제도 의무화로 공공 미술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는데도 유지 보수 등 사후관리에 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건물주의 자의적 판단에 맡겨놓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울산시는 관련 조례에 따라 설치된 미술작품에 대해 1년마다 정기조사 및 현장 확인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후관리는 해당 건축물에 대한 권고 조치일 뿐 법적 강제성이 없다보니 권고만 반복해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 관계자는 "매년 하반기 현장을 방문해 훼손, 철거된 미술작품이 없는지 확인하고 건축주가 권고에 맞는 조처를 하도록 지속해서 연락하라고 기초단체에 지침을 내리고 있다"며 "실제 건물 간판을 가린다고 미술작품을 다른 것으로 대체 한 경우가 있어 원래 작품으로 복구한 사례도 있다. 조치할 수 없는 경우는 적합한 사유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기초단체 관계자는 "건축주나 관리사무소에 공문을 보내도 유지 보수에 돈이 들어가다보니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며 "적은 인력으로 수십~수백개 되는 미술작품을 매년 확인해 시에 보고하지만 법적 제재가 없다 보니 무용지물이다. 매년 건축물 미술작품은 생겨나고 있는 만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하소연했다.
정수진 기자 ssjin3030@iu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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