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 숨기지 말고 적극적 치료, 관리하면 '일상 영위'

울산병원 신경과 전문의 김형찬 과장

 

김형찬 울산병원 신경과 전문의
김형찬 울산병원 신경과 전문의
 

 

 

 

김형찬 울산병원 신경과 전문의가 뇌전증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울산병원 제공
김형찬 울산병원 신경과 전문의가 뇌전증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울산병원 제공
 

 

우리 뇌의 전기적 질서가 깨져 뇌신경 세포가 과도하게 흥분해 발작, 의식저하, 떨림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뇌전증'. 국내 약 36만 명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될 만큼 흔한 병이지만 과거 '간질'이라는 용어가 주는 편견으로 인해 환자는 물론 가족들이 겪는 고통이 크다. 김형찬 울산병원 신경과 전문의의 도움으로 뇌전증의 진단과 발병원인, 치료, 환자들이 일상 생활에서 주의해야할 부분이 무엇인지 알아본다.

# 뇌전증의 원인

뇌전증의 유병율은 1000 명당 4-10명 정도이며, 매년 10만 명당 20-70명이 새로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소아기(0-9세)와 노년기(60세 이상)에서 많이 발생한다.

뇌전증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며 연령에 따른 차이가 있으며 특별한 원인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소아의 경우 중추신경계 기형, 분만손상, 뇌염, 수막염 등의 급성 감염, 뇌종양 등이 원인이 되며, 성인의 경우 중추신경계 감염, 뇌종양, 뇌혈관 질환, 퇴행성 뇌질환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치료하지 않더라도 나이가 들면서 저절로 호전될 수 있는 양성 뇌전증부터 정신 발달을 지체시키거나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 뇌전증성 뇌증까지 매우 다양하게 분류가 되며 다양한 임상 양상을 가진다.

부분 발작은 대뇌피질의 일부에서 기인한 발작을 의미하며 전신 발작은 대뇌의 광범위한 범위에서 동시에 양측이 대칭적으로 시작하는 것을 말한다.

전신 발작은 '눈이 뒤집히고 거품을 물고 쓰러지는' 증상이기 때문에 응급실을 내원해 진단되는 경우가 많으나 부분 발작은 멍해지거나 입맛을 쩝쩝다시고, 말이 안나오거나, 한쪽 팔만 떨고, 묘한 기분이 드는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저림이나 통증, 속이 안 좋거나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느낌, 공포감, 환청, 환시, 기시감, 미시감 같은 전조 증상을 느끼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정신 질환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있다.

# 진단하는 과정 및 방법

뇌전증의 진단은 병력청취가 가장 중요하다. 경련이 순간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직접 목격하기가 쉽지 않으며 당황한 상태에서는 자세한 양상을 관찰하기가 힘들게 된다. 따라서 뇌전증이 의심되는 환자는 과거 병력, 목격자의 진술에 의한 경련의 발생 양상(경련이 발생한 상황, 좌우 차이, 처음부터 정신을 잃고 전신을 떨었는지, 눈동자나 머리가 어느 방향으로 돌아갔는지, 경련 지속시간, 경련 종료 후 바로 정신을 차렸는지 등)을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뇌전증의 진단에 가장 중요한 검사는 자기공명영상(MRI)과 뇌파(EEG)다. MRI는 병변을 찾아내어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할지 계획을 세울 수 있으며 수술적 치료를 통한 예후 예측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주며 MRI에서 이상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뇌파에서 비정상을 보이는 경우가 있으면 치료 계획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밖에도 핵의학 검사(PET, SPECT), 유전자 검사, 비디오 뇌파 검사(VEM), 자기 뇌파 검사(MEG)를 시행하기도 한다.

# 치료법

뇌전증의 치료는 약물 치료와 비약물 치료로 나뉘어 있으며 비약물 치료에는 수술, 케톤 식이 요법, 미주신경 자극술 등이 있다.

약물 치료의 시작은 두 번 이상의 비유발 발작이 나타나거나 한 번 발작이 있더라도 뇌파, MRI에 이상이 있는 경우, 신경학적 검사 이상, 가족력이 있는 경우, 외상이 동반된 발작, 활동성 감염, 뇌전증 중첩증(30분 이상의 발작, 혹은 의식 회복 없이 발작이 연달아 발생)의 경우는 약물 치료를 시작한다. 뇌전증 약물은 다양하게 발전해 왔으며 현재 15개 정도의 항경련제가 있고 환자의 나이, 동반 질환, 발작의 양상을 고려하여 약제를 선택하게 된다.

항경련제 치료를 하는 경우 70%의 환자는 발작이 조절되며 이 중 절반 정도는 향후 약물을 중단해도 발작이 재발하지 않는다. 소아는 2년 이상 발작이 없는 경우, 성인은 5년 이상 발작이 없는 경우 약물 중단을 고려하게 되는데 운전을 많이 하거나 위험한 작업을 하는 직업을 가진 경우는 발작 재발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뇌전증 환자가 일상 생활에서 주의해야 할 부분

음주나 수면 부족, 스트레스, 발열성 질환의 경우 발작이 많이 발생할 수 있어 피하는 것이 중요하며, 1년 이상의 운전에 방해가 되는 뇌전증 증상이 전혀 없는 경우 운전도 가능하며 최근 뇌파 결과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담당의와 상의가 필요하다.

여성의 경우 임신 및 출산, 피임 등의 다양한 상황에 노출된다. 특히 발프로익산(Valproate)의 경우 다른 약제에 비해 기형아 출산의 위험이 높고 태아의 지능도 10% 정도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권장되며 임신 수개월 전부터 하루 4mg 엽산을 섭취하는 것이 신경관 결손 장애 같은 기형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많은 뇌전증 약이 피임약의 분해와 배설을 촉진해서 피임 효과를 감소시킬 수 있다. 따라서 더 많은 용량의 피임약을 복용하거나 콘돔과 같은 피임방법을 권장하고 있다.

김형찬 울산병원 신경과 전문의는 "뇌전증은 불치병이나 정신병이 아니기 때문에 얼마든지 지적이며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수 있으나 한국의 경우 형별이나 치료될 수 없다는 인식이 많아 치료를 받지 않거나 격리된 생활을 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또한 유전성 뇌전증은 5% 미만으로 매우 드물고 후천적 요인이 더 중요한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결혼과 출산을 꺼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뇌전증 환자의 경우 보약 같은 한약제는 약물과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고, 수영, 암벽타기 등 발작이 발생하였을 때 위험할 수 있는 운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면서 "보호자의 경우 발작이 나타나는지 자세히 관찰하여 전신발작이 생겼을 때 넥타이나 벨트를 느슨하게 풀어주고 흡인이 일어나지 않도록 옆으로 비스듬하게 누여주는 것이 중요하며, 혀를 깨물지 않게 손에 입을 넣는다던지 힘을 주어 팔다리를 잡게 되면 부상의 위험이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고 전했다.

* 추가적인 궁금한 점은 대한 뇌전증 학회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뇌전증TV' 및 뇌전증 지원 센터에서 시행 중인 뇌전증 도움 전화 1670-5775를 통해 상담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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