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와 업계는 지난해 8월 국내 NCC 생산능력 270만~370만t을 줄이고 고부가·친환경 제품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같은 해 12월 여수·대산·울산 3개 산단의 16개 기업이 사업재편안을 제출했다. 기업별 방안을 구체화하기 위한 첫 단계였다.
대산에서는 롯데케미칼의 연산 110만t NCC 가동을 중단하고 HD현대케미칼과 사업을 통합하는 재편안이 지난 2월 승인됐다. 여수에서도 여천NCC 2·3공장 139만t을 멈추고 여천NCC와 롯데케미칼 여수 기초소재 사업 등을 신설 법인으로 통합하는 안이 7월 승인됐다.
두 지역의 감축 규모는 249만t이다. 기존 설비 감축만 놓고 보면 정부 목표 하단까지 21만t이 남았다.
현재 울산의 에틸렌 생산능력은 SK지오센트릭 66만t, 대한유화 90만t, S-OIL 기존 설비 18만t 등 약 174만t이다. 여기에 샤힌의 180만t급 스팀크래커가 가동되면 지역 공급구조가 크게 바뀐다.
샤힌은 9조원대가 투입된 최신 설비다. 정유 부산물 활용과 높은 에너지 효율로 기존 NCC보다 원가 경쟁력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기초유분을 배관으로 주변 업체에 공급할 수도 있다. 다만 주력 생산물은 에틸렌과 폴리에틸렌 계열이어서 샤힌 가동 자체를 고부가 스페셜티 전환으로 볼 수는 없다. 기존 업체의 원료비를 낮출 기회인 동시에 공급과잉을 키울 변수다.
울산 NCC 3사는 외부 컨설팅을 통해 여러 재편 시나리오를 검토했지만 합의안을 만들지 못했다. S-OIL은 신규 설비의 원가 우위를 지켜야 하고, SK지오센트릭은 NCC를 후속 폴리머 공정과 떼어 판단하기 어렵다. 대한유화도 하나뿐인 NCC를 폴리에틸렌·폴리프로필렌 설비와 연계해 운영하면서 배터리 분리막용 소재를 키우고 있다.
설비 폐쇄나 합작법인 설립은 가동률 조정과 달리 되돌리기 어렵다. 자산가치와 원료 장기계약, 지분·경영권, 인력 재배치, 환경책임까지 함께 정해야 한다. 샤힌의 실제 생산원가와 외부 공급 물량·가격이 확인되기 전까지 어느 회사도 먼저 선택지를 포기하기 어려운 이유다.
반대로 감축을 서두를 때의 지역경제 비용도 작지 않다. 한국은행 울산본부는 울산 NCC 규모를 10% 줄이면 지역 생산액 1.2%, 부가가치 0.8%, 취업자 수 0.4%가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모형 분석이지만 충격이 운송·정비와 음식·숙박업까지 번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울산이 정해야 할 것은 감축량만이 아니다. 어느 설비를 언제 줄일지뿐 아니라 유휴 설비와 부지를 무엇으로 전환할지, 후속 공정에 필요한 원료를 누가 어떤 조건으로 공급할지, 인력과 협력업체를 어떻게 재배치할지를 하나의 실행계획에 담아야 한다.
결국 울산 구조조정의 핵심은 ‘몇 만t을 줄이느냐’보다 샤힌 가동 이후 지역 석유화학 공급망을 어떻게 다시 짜느냐에 있다. 원가 경쟁력이 높은 설비를 중심으로 기초유분 생산을 조정하고 기존 업체들이 고부가 소재 비중을 높이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실제로는 공급 물량과 가격, 장기계약, 후속 공정 재편까지 함께 맞물려야 한다.
샤힌의 실제 생산원가와 외부 공급 조건이 확인된 뒤에도 이런 역할 분담의 틀을 만들지 못하면 울산은 감축 목표를 채우고도 공급과잉 문제를 해소하지 못할 수 있다. 반대로 이를 계기로 산단 전체의 원료·설비·제품 구조를 다시 짤 수 있다면 울산은 여수·대산과 다른 방식의 구조조정 모델을 만들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