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송 통일기반조성 한민족포럼 공동대표·문학박사

 우리가 일제 치하에서 벗어난 지 80년이 되어 간다. 우리 말과 글을 말살하려는 일본의 강압 속에서도 민족정신을 살리기 위해 이의 보존과 보급에 힘을 쏟으시려 수많은 애국지사가 소중한 목숨을 바쳤다.

 우리 민족의 얼인 말과 글을 지키시다 순국하신 한뫼 이윤재 선생의 업적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자료에서 간략히 살펴본다. 그는 주시경 선생의 정신을 이어받아 우리 말과 글을 지키고 민족혼을 살려서 독립을 쟁취하려는 독립운동 언어학자로 평안북도 영변에서 교사로 재직 중, 3·1운동을 주동해 평양 감옥에서 3년간 옥고를 치렀다. 이후 조선어사전 편찬위원이 되어 조선어학회 기관지 「한글」을 창간·편집했고, 민족정신의 보전과 계승을 위한 잡지 「한빛」을 발행했다. 1937년에는 도산 안창호가 조직한 민족운동 단체 ‘수양동우회(修養同友會)’ 사건에 관련돼 서대문 감옥에서 약 1년 반의 옥고를 겪었다. 출옥 후, 「기독신문사」 주필로서 한글 보급과 우리말 사전 편찬에 주력하다가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동지들과 함께 체포되었고, 일제 경찰은 우리 독립운동에 내란죄를 적용해 이윤재 선생에게 잔혹한 고문과 악형을 가하므로, 1943년 12월 함흥 감옥의 독방에서 55세의 나이로 순국하고 말았다. 

 해방 후인 1953년에 그의 유고집 「표준한글사전」이 간행됐고, 이는 7만5,000여 어휘의 뜻을 풀이한 사전으로 일상에서 많이 쓰이는 순우리말과 한자말, 외래어와 사투리 및 전문어의 뜻을 풀이했다, 이처럼 처절한 상황에서도 목숨을 바쳐 우리 민족의 말과 글을 지키려 노력하신 수많은 선각자의 헌신과 희생을 지금의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과정을 겪으며 보존된 우리 말과 글이 오늘날 국제화,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점점 차별받고 있어 정말 안타까운 상황이다. 공공 기관인 한국방송국 화면에 KBS로만 표기되고, 중앙정부 정책에도 ‘그린벨트’, ‘로컬푸드’, ‘글로벌 비전’ 등의 외래어를 쓰고 있으니, 한민족 정신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우리 말과 글은 민족 고유의 혼이 깃들어 있어 우리의 표상이고 자랑이다. 그런데도 길거리의 상점 간판에는 한글 없이 영어로만 표기된 것이 점점 많아지고, 우리의 대화에도 지식인의 자랑처럼 외국어 표현이 잦아지고 있어 정말 안타까운 상황이다. 우리 민족의 얼인 말과 글을 보전하기 위해 이를 법으로 명확히 규정해야 할 필요가 절실하다. 

 지난 2018년 울산시청 시민실에서 개최된 통일기반조성 한민족포럼 국제학술대회에서 조선족 독립운동가의 아들인 중국 북경민족대학 황유복 교수님이 발표하신 논문 「통일기반의 전략과 조선족 민간단체의 역할」과, 러시아 연해주 한인협회 이동명 회장님이 발표하신 논문 「러시아 연해주 한민족 독립운동사 고찰」에서 그들은 모두 중국과 러시아에서 출생했지만, 중국말이나 러시아말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우리말로 논문을 발표하고 질의응답을 하셨다. 2024년 3월에 필자가 한민족의 표상인 백두산을 등정할 때 중국의 조선족자치주인 연길시에서 숙박했는데, 길거리의 모든 간판에는 예외 없이 한글과 한자가 함께 표기돼 있었고, 우리말도 통용돼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제 세계화 시대인 21세기를 지나서 30세기를 넘도록 미래 천년을 우리 민족이 생존하고 번영하기 위해 평화통일은 필수적이고 즐거운 과업이며, 세계 10대 경제국인 남한이 통일기반조성을 위한 노력과 비용을 상당 부분 담당해야만 가능해진다. 

  그러나 외국 문화에 휩쓸리고 우리 말과 글을 경시하여 민족 고유의 정체성을 상실하게 되면, 한민족 통일의 염원도 사라지게 되고 우리 민족은 영혼을 잃은 식물 같은 종족이 되어 수 세기 안에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될 것임을 가슴속에 깊이 새겨야만 할 것이다. 박일송 통일기반조성 한민족포럼 공동대표·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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