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한 대단지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 울산시와 소방청 등에서 화재 안전 대비 지침을 마련했지만 권고안에 그치고 있어, 현장에는 안전 설치가 미흡한 실정이다.
울산의 한 대단지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 울산시와 소방청 등에서 화재 안전 대비 지침을 마련했지만 권고안에 그치고 있어, 현장에는 안전 설치가 미흡한 실정이다.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폭발 화재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울산 내 대단지 아파트 현장도 전기차 주차구역과 충전소가 지하주차장에 몰려 있어 대형사고가 우려된다.

울산시와 소방본부는 지하공간 화재 위험 등을 우려하며 충전시설 지상 설치를 골자로 한 지침을 만들었지만, 상위법이 없어 권고안 수준에 그치고 있다.

5일 국토교통부와 울산차량등록사업소 등에 따르면 울산지역 전기차 등록 대수는 7월 31일 기준 8,671대로 전체 60만6,010대 중 1.4%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전기차 등록 대수는 2021년 3,166대, 2022년 5,061대, 2023년 7,838대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발맞춰 전기차 충전소도 올해까지 6,467대가 설치됐다.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친환경자동차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2022년 1월 시행되면서 전기차 충전시설 의무 대상이 100세대 이상 아파트, 주차대수 50면 이상 공중이용시설 등으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정확한 수치는 확인되지 않지만 전체 약 80~90% 가량이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설치돼 있는 것으로 울산시와 소방본부는 추정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취재진이 무작위로 500세대 이상 아파트 단지 5곳을 찾아 확인한 결과 아예 전기차 주차구역·충전소가 없는 단지 1곳을 제외하고 나머지 4곳 모두 지하주차장에 전기차 충전소가 설치돼 있었다.
 

지난 2일 오전 인천 서구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전날 오전 6시 15분께 아파트 지하 1층에서 벤츠 전기차에 화재가 발생해 8시간 20분 만에 진화됐다. 이 화재로 지하 주차장에 있던 차량 40여대가 불에 탔고, 100여대가 열손 및 그을음 피해를 입었다. 연합뉴스 제공
지난 2일 오전 인천 서구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전날 오전 6시 15분께 아파트 지하 1층에서 벤츠 전기차에 화재가 발생해 8시간 20분 만에 진화됐다. 이 화재로 지하 주차장에 있던 차량 40여대가 불에 탔고, 100여대가 열손 및 그을음 피해를 입었다. 연합뉴스 제공
 

문제는 지하주차장 화재 발생 시 진화도 어렵고 자칫 대형 화재로 번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는데 있다. 지난 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에서 흰색 벤츠 전기차에서 불이나 지하주차장 내 차량 70여대를 불태웠고, 유독가스와 단수·단전 등으로 주민 수백명이 집을 떠나 임시대피소에서 숙식을 해결해야 했다.

당시 폐쇄적인 지하주차장 구조상 연기 배출이 원활하지 않고 소방차 진입이 제한돼 발화 지점까지 쉽게 접근할 수 없었다. 게다가 전기차에 탑재된 리튬배터리 화재 시 고온 유지와 함께 불길이 지속되는 '열폭주' 현상으로 화재 진압에 큰 어려움이 따랐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내부 온도가 순식간에 치솟는 열폭주 현상으로 800℃ 이상으로 급상승하기 때문이다.

지자체도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울산시가 올해 2월 『울산광역시 정비자동차 충전시설 전용주차구역의 화재예방 및 대응지침』 예규를, 동구가 6월 『환경친화적 자동차 전용 주차구역의 화재 예방 및 안전시설 지원 조례』를 제정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관련 상위법이 없어 권고안 수준에 그치고 있다.

특히 울산시 지침을 보면 전기자동차 주차구역(충전구역)은 '지상'에 설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아울러 △구역 내 일정단위 격리방화벽으로 구획 △방출량이 큰 스프링클러 헤드 설치 △주차구역 인근에 질식소화포 설치 △물막이판 및 전용의 연결송수관 및 방수기구함 설치 △전기자동차 주차 단위구획별 전용 연기배출 덕트 설치 등을 권고하고 있다.

소방청도 전기차 충전 장소는 '지상'에 설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내용의 '성능위주설계 평가 운영 표준 가이드라인'을 만들으나, 이 역시 법적 강제력이 없는 권고사항이다.

상위법 마련도 지지부진하다. 국민의힘 정찬민 의원(경기 용인시갑)은 지난 2022년 9월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 시 소방시설도 포함해야 한다는 내용 등을 담은 친환경자동차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에 계류된 상태다.

중구의 한 대단지 아파트 주민 A씨는 "계속되는 전기차 사고에 이어 직전 청라 사건까지 전기차 화재가 우려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다만 우리 아파트를 포함해 최근 신축 대단지 아파트들은 지상주차장이 없거나 소규모로 조성하다 보니 전기차 충전소를 옮길 여력이 없는 문제도 있다. 이 부분도 함께 고민해서 상위법을 제정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윤병집 기자 sini20000kr@iu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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