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 바로 앞에 맨발길이 말이 됩니까. 소음에 먼지까지 정말 못살겠습니다."
도심 아파트 단지 한 가운데 위치한 공원에 최근 맨발길이 조성되면서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주민들은 맨발길 대신 '먼지길'이라 부르며 맨발길에서 나오는 먼지와 생활소음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며 대책을 요구했다.
19일 오전 방문한 울산 남구 달동 현대2차아파트와 달동주공1단지아파트 사이에 위치한 '쉼터공원'.
아파트 단지 사이 쉼터공원에는 어린이 놀이터와 운동기구가 조성돼있고 오른편에는 큰 나무들과 함께 산책길이 조성돼 있었다.
산책길에는 이날 오전 인근 주민들이 신발을 한편에 벗어두고 맨발로 산책로를 걷고 있었다.
맨발로 산책을 하던 한 주민은 "가까운 도심에 맨발길이 조성돼 찾아오기 좋아서 자주 방문하고 있다"며 "맨발길 바로 앞에 아파트가 있긴 한데 모래가 많이 깔려있지 않고 많아야 5~6명 정도 맨발로 산책하는 거라 큰 불편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쉼터공원은 특히 달동현대2차아파트 일부 동과 가깝게 있어 생활소음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고 외부인 출입으로도 불편을 호소해왔다.
이에 남구는 산책로 나무에 "주민들이 소음으로 힘들어하고 계시니 맨발길 이용시 주의해달라" 현수막을 걸어뒀다.
소음으로 민원이 끊이지 않던 곳인데 최근에는 맨발길까지 조성되면서 찾는 시민들이 늘어났고 맨발길과 고작 세발자국 떨어진 곳에 있는 한 동은 먼지가 날려 아파트 창문까지 열 수 없게 됐다.
이날 만난 달동현대2차아파트 주민들은 "상식적으로 아파트 바로 앞에 맨발길을 조성하는게 말이 되느냐. 아파트 주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이라 어느정도 소음이나 외부인 단지 출입까지는 참고 살았는데 이건 아니지"라며 "공원 옆 아파트 내 정자는 어르신들이 나와 쉬는데 외부인들이 자주 이용해 문을 잠궈두기도 한다. 이제는 맨발길로 먼지가 날려 앉아 있기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한 주민은 남구청 홈페이지에 "아파트에서 5m 거리에 맨발길을 만들어서 아파트 정원과 발코니샤시, 유리가 먼지로 지저분하다"며 "개선요청을 했으나 아무도 회신해주지 않는다. 창문을 열 수 있도록 조치해달라"고 민원을 남기기도 했고,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에도 "주민들이 맨발길이 아니라 먼지길이라 부르며 먼지 안나는 황토를 깔던 맨발길을 없애고 화초를 싶어달라고 한다"는 등의 민원을 넣고 있는 상황이다.
맨발길이 조성된 쉼터공원은 1990년 11월 어린이공원으로 조성돼 옛 명칭은 달동 주공아파트와 현대아파트 사이에 있어 주현공원으로 불리다 쉼터공원으로 개명했다. 2017년에는 특색있는 스토리공원사업으로 놀이기구, 산책로, 운동기구, 편의시설을 설치해 어르신 웰빙공원으로 새롭게 단장했다.
그러다가 맨발길을 만들어 달라는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남구청에서 산책로 일부를 지난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맨발로 다닐 수 있도록 정비했다.
남구청 관계자는 "공원에 맨발길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있었고 이전부터 맨발로 산책하는 시민들이 있어 나뭇가지 등에 다치지 않도록 작년 하반기부터 화단, 산책로를 정비하면서 마사토를 조금 깔았다. 하지만 정식 맨발길은 아니다"며 "황토는 비오면 지저분해지고 미끄럼 사고를 낼 수도 있어 불가능하다. 소음 및 먼지 날림 민원을 살펴보며 관리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정수진 기자 ssjin3030@iusm.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