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 인재 양성의 기초가 되는 학교 운동부가 위기 상황이다. 최근 수년간 울산지역 학교 운동부들이 대거 해체되는 등 울산 체육계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엘리트 선수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역할을 하는 학교 운동부가 사라짐에 따라 앞으로는 울산 출신 스포츠 스타를 보기 힘들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곳곳에서 감지된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학교 운동부가 결국엔 모두 소멸할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한 가운데 학교 운동부의 역할과 학생 선수 육성 대안을 짚어본다.
#국가대표 A선수의 '탈울산' 이유는
최근 국가대표 선수로 선발된 지역 S중학교의 A학생이 울산을 떠났다. A학생은 소년체전 최우수 선수, 세계선수권 대회 출전 등 우수한 재능을 가진 선수다.
초등학교 롤러부로 운동을 시작한 A학생은 해당 학교 롤러부의 운영 중단으로 롤러부를 운영 중인 지역 내 초등학교로 전학을 갔다. 졸업 후 롤러부가 있는 중학교로 진학했지만, 이 중학교는 올해 초 롤러부 지도자가 일을 그만두며 훈련에 차질을 빚게 됐고 결국 A학생은 더 좋은 운동 환경이 마련된 타 지역으로 전학을 선택했다.
대한롤러스포츠연맹 관계자는 "울산시 입장에서는 선수를 키우기 위해 노력했는데, 타 시도에서도 자기들이 키워보고 싶으니 스카웃 하듯 진행됐을 것이다. 울산이 이 부분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다. 또 울산에는 실업팀도 없어서 선수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울산에 있을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울산에서 롤러부를 운영 중인 학교는 초등 2곳, 중등 1곳, 고등 1곳으로 지난 2021년 초등 1곳이 운영을 중단했다.
A학생이 다녔던 중학교 롤러부 코치직은 현재까지 공석이다.
#명문 학교 운동부도 생존 위기 내몰려
수십 년의 전통을 가진 명문 학교 운동부도 생존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1991년 창단해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엘리트 복싱 유망주 육성의 명맥을 이어온 중앙중학교 복싱부는 지난해 운영이 중단됐다. 전 복싱부 코치 A씨는 "복싱부를 살리기 위해 교육청 장학사도 만나서 도와달라고 부탁드리기도 했지만 소용없었다. 학교는 학생 선발 문제 등을 이유로 들어 복싱부를 없앤 것으로 알고 있다. 마지막에는 선수 2명만 남긴 했지만, 그래도 다음 해에 신입생 4~5명 정도가 들어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2018년도에 배구부 운영을 중단한 중앙중학교는 현재 운동부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다른 학교 운동부 상황도 마찬가지다. 동대초(수영), 평산초(씨름), 다전초(테니스) 등도 선수 부족을 이유로 지난해 해체했다. 다운중학교 스키부는 지난 2019년 창단했는데 불과 4년 만에 자취를 감췄다. C학교 관계자는 "학급 수도 감축되고 있고 운동부 학생 수급도 어려운 실정이다. 또 요즘 학부모들은 아이들 공부시키는 걸 선호하지, 운동은 선호하지 않는다. 게다가 비인기종목은 더욱 관심 갖는 학생들이 없다"고 현실을 토로했다.
울산시 교육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운영이 중단된 학교 운동부는 28팀(△2020년 5팀 △2021년 14팀 △2022년 4팀 △2023년 5팀)이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학교 운동부는 총 124개교 151팀으로, 5년 전인 2019년 142개교 172팀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줄어들었다. 이에 반해 최근 5년간 신규 창단된 학교 운동부는 한 곳도 없는 상황이다.

#운동부 해체는 '현재진행형'
잘 운영되고 있는 듯 보이는 운동부마저도 존폐 위기에 처했다. 1993년 수영부를 창단해 국가대표 선수를 배출하는 등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월봉초등학교는 지난해 새로운 교장이 부임하며 올부터 수영부 신입생을 받지 않고 있다. 재학 중인 수영부 학생 5명이 모두 졸업하면 수영부 운영도 중단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학부모들은 대책을 호소하고 있지만 뚜렷한 대안은 없는 상황이다.
월봉초 수영부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아이가 수영부 들어갈 때만 해도 학교에서는 믿고 맡겨달라고 했다. 그런데 교장이 바뀌고 나니까 수영부를 없애려는데 혈안이 됐다. 아이들 훈련도 잘 보내주지 않고, 대회에 나가는 것도 비협조적이다. 수영복이 떨어져도 사주지 않는 등 기본적인 지원조차도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가장 황당한 점은 학교 수영부 운영을 중단하겠다는 계획도 학부모와 사전 협의 없는 일방적 통보였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수영부에 뭘 더 해달라는 게 아니다. 그냥 하고 있던 것만 정상적으로 유지해 달라는 거다. 교육청에서도 무조건 운동부를 없애려고만 하지 말고 대안을 같이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수영부 코치 역시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코치 G씨는 "제 바람은 월봉초에서 재능 있는 아이들을 발굴해 가르치고 중등부로 올려주는 것뿐이다. 이렇게 초등 운동부를 없애면 체육중·고등학교도 있을 이유가 없다. 운동부가 자꾸만 없어지는 것은 체육계 기본을 흔드는 일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월봉교 교장은 "수영장까지 차를 타고 가야 하는 불편함과 위험함이 있고 훈련장 여건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학생 선발도 안 되고 있다. 교육청이랑 학부모랑 다 협의해서 아이들이 졸업하면 수영부 운영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교육청 판단이라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수영부 존폐를 두고 학교 구성원의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교육청의 역할이 주목된다. 학교 운동부를 폐지하려면 학교에서 운영위원회를 열어 합의를 거친 뒤 교육청에 신청해야 한다. 이때 교육청은 심의를 통해 폐지, 유지, 이전 등의 최종 결정을 내린다. 학교에서 운동부 운영 중단을 희망해도 교육청이 조정을 통해 다른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월봉초 수영부 폐지가 확정된 것이 아니다. 다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훈련 이동 중 안전사고 등의 우려가 있어서 수영시설을 갖춘 학교에서 육성하는 방향으로 조정하려고 한다. 또 선수 부족 문제도 크다"며 사실상 수영부 폐지 입장을 밝혔다.
월봉초 수영부 출신 국가대표 선수 J씨는 "학교에서는 꾸준히 신입생을 받고 노력해야 혹시나 저처럼 실업팀까지 가는 선수들도 나올 수 있다. 울산이 수영하기 좋은 환경도 아닌데, 학교 수영부마저 사라지면 정말 울산에는 인재가 나오지 않을 것이다"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심현욱 기자 betterment00@iusm.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