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북구를 동서로 가르는 무룡산, 그 동쪽 아래 위치 바닷가에 맞닿은 강동은 배산임수의 지세를 품은 울산의 대표 해안이다. 빼어난 바다 비경과 에메랄드빛 몽돌해변으로 울산시민들이 자주 찾는 명소로도 유명하다. 약 2,000만년 전 마그마 활동으로 만들어진 주상절리가 신생대의 신비로움을 품고 있고, 돌미역의 주산지로 삼국시대부터 어업 중심지로 기능해 밤샘 조업을 끝마치고 새벽 어스름을 타고 하루를 끝마치는 어민들의 삶을 간접체험할 수 있다. 이런 강동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강동사랑길·강동누리길을 가봤다.

울산 북구 판지마을 일대는 푸른 바다와 마치 불에 탄 듯 새까맣고 평평한 반석이 흑백 대비를 이루고 있어 색다른 경관을 선사한다. 판지(板只)란 이름의 유래도 반석이 판자처럼 깔려 있다해서 붙어졌다.
울산 북구 판지마을 일대는 푸른 바다와 마치 불에 탄 듯 새까맣고 평평한 반석이 흑백 대비를 이루고 있어 색다른 경관을 선사한다. 판지(板只)란 이름의 유래도 반석이 판자처럼 깔려 있다해서 붙어졌다.
강동사랑길의 시작점인 정자항 귀신고래등대. 남·북방파제 각각 흰색과 빨간색 귀신고래 형상 등대가 어선들의 무사귀환을 돕고 있다.
강동사랑길의 시작점인 정자항 귀신고래등대. 남·북방파제 각각 흰색과 빨간색 귀신고래 형상 등대가 어선들의 무사귀환을 돕고 있다.

◆ 북구 강동사랑길·누리길

끊임없는 몽돌과 주상절리로 이뤄진 해안을 걷다 보면 파도에 몸을 맡긴 몽돌에서 나른한 '사각사각'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온다. 마치 어패를 채에 넣고 해감할 때 나는 소리 같아 허기가 동한다. 정자해변에서 출발해 동구와 북구 경계인 주전해변까지 약 7㎞에 달하는 해안길을 강동누리길, 여기에 중간중간 샛길처럼 나 있는 둘레길을 모두 합쳐 강동사랑길이라 한다.

사물의 가장자리를 한 바퀴 돈 길이를 뜻하는 '둘레'란 의미처럼 강동사랑길은 한 지역의 명소를 한 바퀴 돈다는 느낌이 강하다. 무려 7개 구간으로 나눠져 있는데, 각 구간에는 믿음, 윤회, 연인, 부부, 배움, 사색, 소망이란 이름으로 주로 해안과 산악을 모두 돌아볼 수 있게 코스를 짜놨다. 2㎞ 내외의 짧은 코스는 물론 6㎞에 이르는 장대 코스도 있다.

강동사랑길·강동누리길 안내도. 북구 제공
강동사랑길·강동누리길 안내도. 북구 제공

강동사랑길의 첫 구간은 정자항에서 시작된다. 오랜 전 마을 가운데 24그루의 포구나무(느티나무) 정자가 있어서 정자(亭子)라는 지명을 얻게 된 울산 북구 최대항이다. 선사시대부터 귀신고래가 회유했던 곳이라 고래잡이 전진기지가 있었던 곳인데, 이를 증명하듯 남·북방파제에는 귀신고래 형상을 한 등대가 나란히 서 있다.

지금도 정자항은 문어, 가자미, 대게 등 바다 자원을 캐내는 전진기지 역할을 하고 있어, 포구를 따라 조업 준비 중인 수십대의 어선과 뭐 하나 얻어먹을까 싶어 주위를 멤도는 갈매기 떼를 볼 수 있다.

정자항을 벗어나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면 제멋대로 나 있는 골목길이 고즈넉한 감성을 끌어올린다. 대다수 건물이 소형 주택이고 골목도 군데군데 나 있어 길을 잃기 쉬운데, 그럴 때면 마을 한 가운데 홀로 높게 서 있는 정자교회를 중심으로 방향을 잡으면 된다. 더 외곽으로 가면 얕은 둔덕과 함께 조선시대 왜적 방어를 위해 평산성으로 쌓았던 유포석보와 박제상 발신처 등이 문화유적도 남아 있다.

남쪽으로 정자교를 넘어서면 판지항과 판지마을로 이어진다. 이곳은 푸른 바다와 마치 불에 탄 듯 새까맣고 평평한 반석이 흑백 대비를 이루고 있어 색다른 경관을 선사한다. 판지(板只)란 이름의 유래도 반석이 판자처럼 깔려 있다해서 붙어진 것. 이곳에 늘어진 반석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건 돌미역이 나는 '곽암'이다. 돌미역이 붙어 자라는 바닷속 암반을 미역바위라고 하는데 울산에서는 이를 곽암(藿巖)이라고 부른다. '흥려승람(興麗勝覽)', '학성지', '울산박씨세보' 등의 문헌과 사료에 따르면 울산 박씨 시조인 박윤웅이 고려를 세우는 데 협조를 해 곽암 12구를 하사받았다고 전해진다.

울산 북구 우가포 포구 내 설치돼 있는 해녀 동상.
울산 북구 우가포 포구 내 설치돼 있는 해녀 동상.

여기서 길이 크게 나뉘는데, 해안 따라 제전항과 우가항 등 항구 마을로 가거나 바로 옆 우가산을 타고 산행으로 진로를 틀 수도 있다. 산행을 택했다면 해발 160~170m 정도에 위치한 옥녀봉, 까치전망대에서 산과 바다의 경관을 더 넓게 볼 수 있다. 각 구간이 산길이 이어져 있기 때문에 산행만으로 여정을 마치는 것도 한 방식이다.

우가항 일대에 펼쳐진 주상절리.
우가항 일대에 펼쳐진 주상절리.

해안길을 택했다면 바다와 바짝 붙여 조성한 강동누리길을 이용하면 좋다. 약 7㎞ 거리의 해안길로 강동사랑길 구간에 구애받지 않고 오직 바다를 따라서 행진하면 된다. 판지항을 아래로는 북구 마을기업 1호인 '사랑길 제전장어'가 있는 제전항, 스킨스쿠버·투명카누 등 각종 레저를 체험할 수 있는 '우가어촌체험마을'을 보유한 우가항, 바다 위에 조성된 해양낚시공원과 현대차오션캠프 덕에 먼 바다 풍경을 볼 수 있는 당사항이 이어진다.

여기에 길 도중에는 신생대 시기 마그마 활동으로 마치 벽돌을 층층이 쌓아 올린 듯한 주상절리도 빼어난 풍경을 보여준다.

제전항에서 당사항으로 가는 강동누리길 구간. 투박한 암반길과 파도를 막기 위해 세워둔 돌담이 길게 이어진다.
제전항에서 당사항으로 가는 강동누리길 구간. 투박한 암반길과 파도를 막기 위해 세워둔 돌담이 길게 이어진다.

특히 강동누리길 중 제전항부터 당사항까지 구간은 군부대의 해안초소가 있는 구역으로 비교적 최근 길이 닦이며 다른 곳보다 맑고 자연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흙과 모래 대신 투박한 암반을 고르게 펼쳐진 길이 이어지고 있고, 이를 따라 파도를 막기 위해 세워둔 돌담이 길게 이어진다.

강동누리길 끝지점인 주전해변은 첫지점이었던 강동해변과 같은 몽돌해변이라 비슷한 느낌을 내는데, 처음과 끝이 같은 문학의 '수미상관' 구조처럼 진한 여운을 남겨준다.

강동누리길 나무데크가 파손돼 출입 통제되고 있다.
강동누리길 나무데크가 파손돼 출입 통제되고 있다.

정해진 길을 따라 강동의 산과 바다 환경을 느낄 수 있는 점은 좋았으나, 곳곳에 관리부실로 인한 파손과 부정확한 안내 등 불편이 있었다.

해안을 따라 만든 나무데크의 경우 구간마다 파손된 부분이 있어 고정나사가 풀려 흔들리거나, 아예 바닥이 뚫려 출입이 막힌 곳도 있었다. 또 자갈과 바위로만 이뤄진 길도 있었는데, 크기가 균일하지 않고 중간중간 패인 부분이 있어 걸을 때 발목에 큰 무리가 갔다.

길 안내에도 아쉬움이 이어졌다. 가장 심한 부분은 강동사랑길 1구간이었는데, 유포석보로 가는 부분에서 북구가 안내하는 길과 네이버 지도·카카오맵에 등록된 길이 달라 초행길이라면 혼동이 올 수 밖에 없는 상태였다. 현장에도 별도의 이정표가 없는 데다 주기적으로 벌초를 하지 않은 듯 길이 수풀로 덮여 있어 찾을 수가 없었다. 또다른 구간에서는 표지판과 이정표가 부서진 채 방치돼 있기도 했고, 주민들이 임의로 세운 '출입금지' 간판 때문에 길을 잘못드는 경우도 있었다.

윤병집 기자 sini20000kr@iu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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