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이 '공해도시'에서 '생태도시'로 거듭나는 데에 시민들의 노력이 수십년 동안 이어져 왔다. 그 결실로 2002년 전국에서 가장 큰 울산대공원이 도심 속 터를 닦았고, 40여년간 민간인 출입이 금지됐던 선암댐이 녹음이 가득한 호수공원으로 재탄생했다. 과거 오·폐수 유입으로 '죽음의 강'이라 불리던 태화강을 이제는 연어가 올라오는 '생명의 강'으로 복원시켰고, 생명이 살아숨쉬는 강변은 전국에서 단 두 개뿐인 국가정원이 됐다.
그리고 이 같은 도심 속 생태 공간들을 모두 관통하는 매력적인 숲길이 있다. 이번에 소개할 '울산의 생태통로' 솔마루길이다.
솔마루길은 울산 도심 24㎞를 연결하는 도심순환 산책로이며, 선암호수공원~울산대공원~태화강국가정원 둔치까지 울산의 대표 생태공원들을 모두 거쳐 간다. 솔마루길은 소나무(솔)가 우거진 산마루를 연결하는 길이란 의미처럼 남산에 빽빽하게 심겨진 소나무 군락이 시작부터 끝까지 이어진다.
도심과 인접한 산과 산을 연결하고 있어 신정동·옥동·삼호동·무거동·수암동·대현동·선암동 등 도심이라 할 수 있는 남구의 대다수 행정구역에 발을 걸치고 있고, 그 덕에 솔마루길에 진입할 수 있는 크고 작은 길만 10여개가 넘는다. 큰 틀에서 기종점을 구분한다면 선암호수공원에서 출발해 신선산을 트래킹할 수 있는 1코스, 울산대공원 내 산림을 관통하는 2코스, 삼호산 넘어가는 3코스, 삼호산과 능선으로 이어진 남산을 타고 태화강변에 접하는 4코스로 나뉜다.
선암호수공원에서 출발할 경우 공원에 주차장이 잘 마련돼 있고 무료라 승용차를 주차해놓고 이동하거나, 대중교통으로 지선버스 3개 노선(남구 03, 남구 11, 남구 15)을 이용하면 좋다.
이곳은 오래 전부터 선암저수지가 있던 자리였는데, 1960년대 조성된 울산공단·온산공단에 공업용수를 대기 위한 선암댐이 들어섰다. 이 과정에서 인근 마을 세 곳이 수몰됐는데, 공업강국으로 비상하기 위한 '원치 않은 희생'이었다. 청송 심씨들의 집성촌으로 가장 규모가 컸던 대리마을의 흔적은 지금도 공원 내 기와집에서 찾을 수 있다. 수질보전과 안전을 이유로 수십년간 철조망에 둘러쌓여 있던 이곳은 지난 2007년 생태호수공원으로 시민들의 품으로 되돌아왔다.
선암호수에 담겨진 물은 마치 맑은 거울에 햇빛이 투사된 것 마냥 은은한 빛을 내는데, 잔잔한 물결을 타고 넘실거리는 빛무리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봄꽃은 이미 졌지만 사시사철 연분홍빛을 내는 무궁화와 물 위를 가득 메운 연꽃, 수국이 대신 눈호강을 시켜준다. 호수를 따라 조성된 산책로에는 물안개를 분사하는 '쿨링포그'가 설치돼 있어 무더위 속에도 걷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놨다.
선암호수의 또 다른 원천인 신선산 자락을 오르면 본격적인 솔마루길 산행이 시작된다. 신선들이 내려와 놀았다는 전설에서 유래한 신선산은 해발 79.7m의 나지막한 산이지만 의외로 가파른 오르막이 군데군데 자리잡고 있어 마치 낚시의 '손맛'처럼 '오르는 맛'이 있다. 정상부에 우뚝 세워진 신선정에 오르면 가까이 선암호수공원부터 멀리 울산 도심과 공단을 배경 삼아 적절한 주전부리만 있다면 그 이름의 유래처럼 '신선놀음'을 즐길 수 있다.
신선산 아래 완만한 능선을 따라 두왕로를 가로지른 육교를 건너면 울산대공원에 들어서게 된다. 20세기 끝자락까지 울산의 젖줄 태화강은 공장에서 나온 각종 오·폐수가 스며들여 푸른빛을 잃었고, 하얀 솜사탕처럼 피어오른 공해는 푸르른 대기에 몸을 숨긴 채 바람을 타고 사람의 몸에 웅크려 '온산병'을 만들어냈다. 울산대공원은 이처럼 빛을 잃은 공업도시 울산을 생태도시로 전환하게 한 가장 큰 원동력 중 하나였다. 쭉 뻗은 산림 속 도심공원은 이제는 시민들의 대표 유원지로 자리매김했다. 371만여㎡ 달하는 전국 최대 규모 도심공원인 만큼 솔마루길을 걷다 끊어지는 구간에는 마디마디 구름다리로 이어져 있다.

주요 능선마다 레트로와 고전의 향수를 자극하는 오래된 산스장(산+헬스장의 합성어)과 향토를 발라넣은 맨발걷기길들이 마련돼 있어 등산 말고도 다양한 운동이 가능하다. 최소 수십년이 넘어보이는 산스장들은 개개인이 채워놓은 장비와 설비로 무료 운영되며 맑고 탁 트인 전망 덕에 찾는 주민들이 많다. 다만 야외에 노출돼 있어 녹이 슬거나 일부 파손된 경우가 있기 때문에 장갑 등을 착용하고 이용하는 게 좋다.
이예로와 문수로를 가로지는 하늘길을 넘어가면 삼호산과 남산 정상부가 각각 마련된 솔마루정과 남산전망대에서 울산 도심을 조망할 수 있다. 특히 일몰 때면 도시를 삼켰던 태양빛이 태화강 서쪽으로 검붉게 물들고, 이에 대비되는 하나둘 불이 켜진 도시의 야경을 볼 수 있다. 남산을 따라 내려오면 강 건너 태화강 국가정원을 빽빽히 둘러싼 십리대숲의 대나무 군락이 태화강의 도도한 물결과 함께 어우러져 어둔 밤속에서도 푸르른 빛을 녹여낸다.
윤병집 기자 sini20000kr@iusm.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