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기기가 일상을 침투하며 생활을 지배하고 있다. 교실도 예외가 아니다. 항상 켜져 있는 스마트폰은 학생들의 집중력과 또래간 상호작용, 학습 분위기까지 흔드는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미국 전역에는 이미 여러 주에서 학교 내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거나 금지하고 있다. 뉴욕주는 9월부터 K-12 공립학교에서 교내 휴대폰 사용 전면 금지에 돌입했다.
한국도 내년 3월부터 수업시간 내 학생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는 정책이 시행될 예정이다. 이 정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선행 사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이에 본지는 뉴욕주의 결단과 그 시행 과정을 비롯해 정책 성과와 논란, 교육 3주체인 학생, 교사, 학부모의 반응까지 5편의 기획보도를 통해 심층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미국 뉴욕주는 9월부터 모든 공립 K-12학교에서 수업 시작 시간부터 종료까지 학생 개인의 인터넷 연결 가능 스마트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이 시행됐다. 이 조치는 뉴욕 주지사 캐시 호컬(Kathy Hochul)의 의지가 담겨있다.
캐시 호컬 주지사는 "우리 아이들이 학습하고 성장하는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클릭하고 스크롤하는데 시간을 빼앗기지 않겠다"라고 선언하며 지난 1월부터 추진돼 5월에 확정됐다. 시행은 9월부터 된 것이다.
이 같은 결정이 이뤄진 것은 교실 내에서 스마트폰 등 스마트기기가 수업 중 방해요소로 인식되고 있다는 통계들이 뒷받침됐다.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가 2023년 가을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공립 K-12교사 3분의 1은 학생들이 휴대전화로 인해 주의가 산만해지는 것은 교실에서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고, 20%만이 사소한 문제라고 인식했다.
특히 고등학교 교사들은 10명 중 7명이 학생들이 휴대전화로 인해 주의가 산만해지는 것이 교실에서 심각한 문제라고 답했다. 반면 중학교 교사는 33%, 초등학교는 6%에 불과했다.
센터 설문조사에 따르면 13세 17세 사이 미국 청소년 95%는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비벡 머시(Vivek Murthy) 미국 공중보건국장에 따르면 13~17세 청소년의 약 95%가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며, 그중 3분의 1 이상이 '거의 항상 접속해 있다'라고 응답했다. 하루 3시간 이상 SNS등 온라인 기기를 이용할 경우 불안, 우울 등 정신건강 위험이 2배 이상이라는 결과도 도출했다. 특히 여학생, 정신건강이 취약한 청소년에게서 피해가 더 크고, 온라인 괴롭힘, 신체 이미지 왜곡, 섭식장애, 수면장애 등 부정적 결과가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학생들과 교사들에게 안전하고 생산적인 학습 환경을 보장할 필요성을 인식한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는 학교관리자, 교사, 학생, 공공안전 전문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주 전역을 돌며 의견청취(Listening Tour)를 했다.
이 과정에서 호컬 주지사는 스마트폰이 교실환경, 학업 성취, 학생 정신건강, 학교 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활발한 토의를 벌였다. 이 결과를 토대로 주지사는 집중 방해 없는 학교 환경을 만들기 위해 뉴욕주 차원의 기준을 마련하고, 예산 1,600만 달러(을 확보했다. 주 전체의 일률적인 스마트폰 정책을 시행해 교사와 학생 모두 학교 생활을 개선하고 뉴욕주의 우수 교사 확보와 유지 노력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판단이 뒤따랐다.
이번 조치는 단순히 휴대전화 사용 금지만이 아니라 교실 안에서 학생의 몰입을 높이고, 직접 얼굴을 마주한 상호작용과 학습 분위기를 되살리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뉴욕주 정부는 이번 결정에 대해 "미국에서 최대 규모의 스마트폰 금지 조치"라고 규정했다.
국내에서도 수업 중 스마트폰 제어 문제가 오랜 기간 제기돼왔다. 특히 휴대폰으로 인한 집중 저하, 사이버 괴롭힘, 수업 방해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따라서 뉴욕의 결단은 국내 교육계에도 적잖은 참고가 될 수 있다.
제도 시행 속에서 제기되는 문제점도 있다. 학부모나 학생 일부는 아이와 비상 연락이 안되면 어떻게 하느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또 학교마다 기기 보관 방식, 교사와 학생수 대비 관리인력 확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소지도 있다. 뉴욕주는 이 목소리를 반영해 제도적, 현장적 변수를 감안하고 각 학교에 유연한 운영방식을 허용하고 있다. 다만 캐시 호컬 지사는 수업시간 뿐만 아니라 점심시간, 자유시간, 수업 사이에도 학생들이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사실상 학교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이 전면 금지되는 것이다.
뉴욕주는 스마트폰 없는 교실을 향한 첫걸음을 뗐다. 국내 교육계도 이 움직임을 지켜보며 우리 교실에 맞는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는 스마트기기 교내 사용 금지를 놓고 학생 인권 침해와 학습권 침해라는 쟁점이 불거져있다. 내년 3월 시행되는 스마트기기 제한 정책에 교사와 학교장 권한이 확대되는데, 수업 중에만 금지할 것인지 등교시부터 하교시까지 모든 사용을 제한할 것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뉴욕주의 정책은 원칙적으로는 학교 내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시킨 결정은 학습권을 존중하기 위한 조치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울산 교육계 관계자는 "스마트기기 사용 방안에 대해 형식적인 토론회가 아닌 전방위적 공론화 자리가 마련돼야 한다"라며 "학교 자율성도 좋지만 공통된 방식을 적용해 효과적인 결과를 도출해내는 방안도 필요하다"라고 제안했다.
강은정 기자 kej@iu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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