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학교 학생들이 하교 시간이 되자 휴대전화를 넣어둔 파우치의 잠금을 해제하고 있다. 독자 제공
미국 중학교 학생들이 하교 시간이 되자 휴대전화를 넣어둔 파우치의 잠금을 해제하고 있다. 독자 제공

미국 뉴욕주가 이른바 '벨-투-벨', 스마트폰 전면 금지 정책을 시행한지 한달여. 정책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학교 내부의 세밀한 운영 체계가 필수적이다. 특히 학생들의 휴대전화 보관 방식, 긴급 연락 상황 대응 체계, 학부모와 학교, 교사간 소통 시스템이 현장에서 핵심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뉴욕주는 공립학교에 특수 잠금 파우치를 제공한다고 선언했다. 뉴욕주는 파우치, 보관함 등 휴대전화 보관 장치에 1,350만 달러, 약 196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잠금 파우치는 학생들이 등교할 때 자신의 휴대전화를 파우치 안에 넣고 잠금 처리한다. 잠금 장치는 자석식인데, 학생들은 휴대전화를 파우치에 넣은 채 하루종일 소지하지만, 학교 밖이나 하교 시간에 학교에 설치된 해제 장치를 이용해 잠금을 풀 수 있다.

휴대전화 잠금장치 파우치 업체 홈페이지 캡처.
휴대전화 잠금장치 파우치 업체 홈페이지 캡처.
휴대전화 잠금장치 파우치 업체 홈페이지 캡처.
휴대전화 잠금장치 파우치 업체 홈페이지 캡처.

11학년 마이클 첸(Miacheal Chen) 군은 "휴대전화가 가방 안에 있지만 꺼낼 수 없다는 사실에 처음엔 답답했다"라며 "그런데 3주 정도 사용해보니 이제는 그냥 없는 것처럼 살게 되더라.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도 휴대전화를 보지 않고 학교 생활을 즐겁게 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교사 오드리(Audrey) 씨는 "잠금 파우치 사용으로 학생들은 휴대폰이 없는게 아니라 '꺼낼 수 없다'는 점이 핵심이다"라며 "자기 통제 연습이라고 보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 파우치가 제공되지 않은 학교는 스마트 락커(PIN, RFID, QR기반)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또 학교 사정에 따라 보관함을 사용한다.

스마트 락커 시스템은 학생이 등교 후에 휴대폰을 보관함에 넣고 전자잠금을 하고, 하교 시간에만 해제된다.

Beacon School 한 교사는 취재진에 "우리 학교는 10월께 휴대전화 잠금 파우치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학생들 등교시 보관함에 넣도록 하고, 휴대전화 유무를 통해 출석체크를 하고 있다"라며 "만약 휴대전화가 없어지면 결석 처리한다고 공지했더니 학생들이 몰래 휴대전화를 가져가는 일이 사라졌다"라고 설명했다.

스마트 락커 장치는 휴대전화 보관시 분실·파손 분쟁이 사라져서 교사 단속 부담이 줄었지만, 비용이 든다는 단점이 있었다. 보관함의 경우 비용은 적게 들지만, 도난 또는 파손 책임 문제가 있어 교사들이 실시간 단속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뉴욕시 교육청은 보관함 사용은 징계, 갈등이 가장 많이 생기는 방식이라고 판단하고 사용 자제를 권고했다.

미국 워싱턴과 보스톤에서는 스마트폰 소지는 허용하되, 네트워크 차단, 앱 접근 제한, AI 모니터링으로 통제했다. 이 방법도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휴대전화 사용 금지 정책 시행 초기, 가장 큰 민원은 비상연락 불가능 우려였다. 학교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통합 소통 플랫폼, Remind 앱을 도입했다. 교사, 학생, 학부모 사이의 빠르고 안전한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플랫폼이다.

이 앱은 교사가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실시간으로 문자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개인 전화번호를 공개하지 않고도 소통 가능해 개인정보 보호가 유지된다. 또 전체 학급 공지, 숙제 미제출 학생 그룹 등 특정 그룹 메시지, 일대일 대화 모두 가능하다. 메시지를 90개 이상 언어로 자동 번역해주는 기능이 있어, 다문화 학부모와 소통하는데도 유용하다.

긴급하게 수업시간이 변경되거나 숙제 마감일, 학교 행사 등을 설정해놓으면 알림을 보낼 수 있다. 때문에 긴급 연락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 플랫폼을 사용하도록 한 것이다.

학부모 Cristine 씨는 "자녀들이 학교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못해서 긴급한 상황시에 연락을 어떻게 취할까 걱정했는데, Remind 앱을 통해 실시간 소통할 수 있어 좋았다"라고 말했다.

앱 사용 외에도 학교에는 자체 비상연락망을 만들고, 학부모와 직접 연락할 수 있도록 체계를 구성했다.

그럼에도 아직 모든 게 안정화된 것은 아니다. 잠금 파우치의 경우 일부 학생들은 잠금해제 장치를 몰래 들고 다니며 휴대전화를 사용하기도 한다. 휴대전화 사용에 따른 강도 높은 위반 규칙에 불만이 나오기도 한다. 학생 입장에서는 긴급상황이라 판단해 스마트폰을 사용했는데, 교사는 규칙 위반이라고 보면서 이견이 생기는 모양새다.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나에게 말하라"라고 주의를 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뉴욕주가 학교 현장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정책을 본격화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주정부의 강한 정책 의지와 재정 지원, 현장 요구가 맞물린 영향이 컸다.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는 스마트폰 의존 문제를 '학생 정신건강과 학습권 침해' 문제로 규정하고 주 의회와 교육청을 적극적으로 설득했다. 단순히 규제를 선언하는데 그치지 않고 학교가 휴대전화를 보관, 차단하는 장비를 도입할 수 있도록 주 차원의 예산을 별도 편성에 현장의 부담을 줄인 것도 정책이 안착한 요인으로 꼽힌다.

뉴욕주는 일부 공립학교를 '폰 프리 스쿨' 시범학교로 운영해 효과를 체계적으로 검증해왔다. 이 과정에서 수업집중도 향상, 점심시간 대화문화 회복, 디지털 괴롭힘 감소 등 긍정적 결과가 나타나면서 학부모와 교사단체의 지지 여론이 확대됐다. 특히 교사단체가 정책의 현장 지지세력 역할을 함으로서 정책 도입의 원동력이 됐다는 분석이 크다. 학부모 여론도 금지 찬성 입장으로 돌아선 것도 한몫했다.

미디어 중독에 맞서는 어머니들(MAMA, Mothers Against Media Addiction)의 설립자이자 대표인 줄리 스셀포(Julie Scelfo)는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에게 이러한 기술 제품을 주고 안전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중독성을 갖도록 설계된 스마트폰에는 '안전'이라는 것이 없다. 스마트폰은 아이들의 주의를 산만하게 하고 집중력과 학습 능력을 저해하며, 건강한 발달에 필수적인 중요한 실생활 경험과 상호작용을 대체한다. 호컬 주지사가 제안한, 학교 수업 시간 중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일관된 주 전체 제한 조치를 통해 학생들을 보호하고 학교에서 방해 없는 진정한 학습을 지원하는 법안에 박수를 보낸다"라고 말했다.

강은정 기자 kej@iusm.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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