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에 보면 헬리코박터균의 이름을 딴 유산균 음료가 절찬리에 광고되고 있다. 그 광고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세균에 대해서 잘 모르는 일반사람들도 헬리코박터균의 이름을 알고 있다. 아울러 헬리코박터균이 슈퍼박테리아라는 이야기나, 균이 있으면 위암이 된다는 등의 이야기도 심심치않게 들리고 있다. 헬리코박터균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개선되고 있다고 생각돼 기쁘다고 생각하나, 또 과도한 공포심을 갖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이무열 동강병원 소화기내과 전문의와 헬리코박터균에 대해 살펴봤다.
# 헬리코박터 감염
우리나라의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감염률은 보고마다 다소 차이가 있어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1990년대 연구에서는 성인의 70~80%에서 감염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결과(2015~2017년)를 보면 40~50% 내외까지 감소하는 등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유병률 감소는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의 인식과 제균 치료의 확산으로 생각된다. 요즘은 실제로 진료현장에서 환자분이 먼저 헬리코박터균이 있는지 확인해달라고 요청해주시는 환자분도 자주 보인다. 심지어 본인이 헬리코박터균 치료한 이후, 가족들도 헬리코박터균이 있는지 확인해달라며 공복 상태로 데려오는 경우도 있어 균 확인과 치료에 대한 인식이 확실히 개선된 것으로 진료하는 입장에서는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 전파
헬리코박터 파이로리에 대한 과도한 공포를 가지는 것을 자제하려면, 균이 어떠한 생태를 가지고 전파되는 것을 아는 것이 우선이다. 사실 헬리코박터가 어떤 경로를 통해 인체에 감염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 다만, 대변에 오염된 음식물이나 식수 등에 의해 전파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타액이나 치석에서도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가 배양되므로 구강에서 구강으로도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환경이 개선되면서 오염된 음식물이나 식수에 의한 감염의 위험성은 줄어든 반면에, 가족 내 구강 대 구강의 모자 감염비율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동양권, 음주자에서 유병률이 높아서, 같은 음식을 다같이 숟가락 넣어서 떠먹거나 물병이나 술잔을 돌려마시거나 하는 행동이 문제가 되지않나 의심하고있다. 따라서, 이미 제균 치료를 완료한 환자들에게 재감염을 피하기 위해 이같은 행동에 대한 주의를 시키고 있으며, 서양의 뷔페문화처럼 깨끗한 스푼으로 퍼서 각자 앞접시에 옮겨 먹도록 교육하고 있다. 간혹 환자들 중 같이 생활하는 것만으로 서로 균을 옮기는지, 식기를 따로 써야하는지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다. 이에 대해, 같이 생활하는 것만으로는 서로 옮기지 않고 균은 인체 밖에서 금방 죽고 식기를 세제로 잘 씻으면 사멸된다고 보기때문에 식기 개별 사용을 권고하지는 않는다.
# 위장질환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는 위 점막에 기생하는 균으로 위 점막을 침습, 즉 파고들어가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위장질환의 원인이 되는데, 그 이유는 균 자체에서 생산하는 효소나 독소가 직접 위의 손상을 일으키고, 감염에 대한 반응으로 염증을 유발시켜 위산의 분비를 촉진시키는 반응을 통해 만성 위염이나 위궤양, 위선종, 위암 등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흔히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가 곧바로 위암이 된다고 생각하고 몹시 무서워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가 있다고 하면 당황하고, 심지어 암 진단을 받은 것처럼 심하게 걱정하며 당장 치료하기를 원하는 환자도 많다. 하지만,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감염 환자 중 15~20%에서 위궤양이나 십이지장궤양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 중 1~3% 미만에서 위암이 발생하기 때문에 균이 있다고 무조건 위암이 발생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틀린 말이다. 위암 발생 원인에는 헬리코박터 외에도 가족력 등의 유전적 소인이나 짜고 매운 음식, 흡연 등의 다양한 원인이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 치료
현재 일본에서 전국민 대상으로 헬리코박터균 확인 후 제균 치료를 시행해 위암 발생률 감소에 기여하고 있다는 보고가 있지만 아직 확실하게 검증되지 않은 상태이다. 따라서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감염 자체만으로 위암이 무조건 발생하지도 않을뿐더러 현재까지는 제균 치료가 위암 발생을 억제하는지에 대한 근거도 명확하지 않다. 게다가 전국민 대상 헬리코박터균 확인 및 제균 치료 시에 보험재정 부담 문제도 있고, 제균 치료 자체가 2주간 균을 죽이는 독한 항생제약을 먹어야하는 불편함이 있기 때문에 현재 국내에서는 무조건 헬리코박터균 확인 및 치료를 권유하지는 않는다. 과거에 궤양 흔적을 포함해 소화성 궤양이 있거나, 특발성 혈소판 감소증, 위 MALT 림프종, 위선종, 조기위암의 내시경절제술 후의 환자에게는 제균을 강력히 권유하며, 단순한 위염이나 십이지장염 환자에게는 일반적으로 제균을 권하지 않는다. 다만, 이 경우에도 위암의 가족력이 있거나, 아스피린이나 진통소염제 장기 복용자, 위축성 위염이나 장상피화생 등으로 환자가 치료를 원하는 경우에는 제균 치료를 고려한다.
# 당부
결론적으로,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가 위암을 곧바로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만성 위염이나 위궤양, 십이지장궤양을 유발하고 악화시키며, 소화불량이나 위 MALT 림프종 등에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관련한 가족력이 있거나, 만성 위염 및 궤양을 장기간 앓고 있고 아스피린이나 진통소염제를 장기간 복용하는 사람이라면, 적극적으로 위내시경 검사를 시행하면서 현재 기본 검진항목에 없기 때문에 원한다면 헬리코박터 균 확인을 요청하고 결과따라 제균 치료를 하면 무병장수 및 삶의 질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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