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의료계에 따르면 ADHD 치료제는 원칙적으로 의사의 정확한 진단과 처방전이 있어야 구입할 수 있는 약물이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집중력 향상을 원하는 수험생 등 사이에서 ‘공부 잘하는 약’으로 입소문을 타며 무분별하게 약을 구하려는 수요와 처방 건수가 전국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울산 환자 수, 2년 새 80% 급증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지난 2020년 약 8만명이던 ADHD 진료 환자는 2024년 약 25만명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상황은 울산도 마찬가지다. 울산의 경우 2021년 2,517명이었던 ADHD 환자는 2023년 4,502명으로 80% 가까이 늘어났다. ADHD 치료제 사용 또한 수년 사이 3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해외 직구 사이트에서 이 같은 ADHD 전문의약품을 누구나 손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다수의 해외의약품 직구 사이트를 확인해 본 결과, ADHD 치료제로 쓰이는 아토목세틴(Atomoxetine) 계열 약물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었다. 이 약물은 비 정신자극제로 세로토닌이나 도파민에는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또 다른 치료제인 메틸페니데이트보다 부작용이 적다고 알려졌지만, 임의 복용 시 환각, 망상, 공격성 등 정신과적 증상과 자살시도까지 나타나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엄연히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병원 진료 없이는 구할 수 없는 약물이지만 무분별하게 유통되는 상황이다.
해당 사이트들은 “5분의 1 가격으로 동일한 성분·효과를 가진 인도 의약품을 제공한다”며 “주의력과 집중력에 도움을 주고, 전반적인 학습 및 사회적 기능을 향상시킨다”고 홍보하고 있었다.
약을 구매한 사람들의 후기를 살펴보면 “병원 가기 부담돼서 사봤다”, “반신반의하며 구매했는데 보조 도구로서 상당히 유용하다”, “루틴화하면 꽤 괜찮은 도핑 아이템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등 오남용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심지어 이곳에서는 기면증 치료제마저 ‘수면 몰아내기와 집중력 향상에 특효가 있다’며 판매 중인 상태였다.
#보건 당국, 불법 유통 단속 나서
전문의들은 약물 오남용 위험성을 강력하게 경고한다.
울산대병원 박장호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아토목세틴을 썼을 때 기분이 불안정해지는 등 부작용 가능성이 있고, 급성 자살 사고가 보고되기도 했다”며 “특히 정서 조절이 민감한 아동·청소년이 복용할 경우 매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반드시 병원 처방을 통해 증상에 맞는 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보건 당국 역시 불법 유통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단속에 나서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불법으로 유통·판매 되는 치료제는 출처가 불문명할 뿐만 아니라 위조 의약품일 가능성도 있어 안정성과 효과성이 전혀 검증되지 않았다”라며 “전문의약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광고하는 행위는 명백한 불법이므로 소비자는 절대 구매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약사법에서는 온라인으로 전문의약품을 불법 유통·판매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구매자는 스테로이드 등 규정된 전문의약품을 구매한 것이 아니라면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