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의 탈 쓴 ‘시한부 선고’ 받은 개들
21일 찾은 울주군 온산읍의 한 마을 깊숙이 들어가자 슬레이트 지붕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농장이 나타났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오염되고 녹슨 철창 내부에서 힘없이 축 늘어져 있는 누런 대형개들이 목격됐다.
농장 안쪽으로 들어가자 예상보다 훨씬 빽빽하게 들어찬 철창들이 끝없이 이어졌고, 그 안에서 잔뜩 겁에 질린 눈빛의 개들이 일제히 거칠게 짖어댔다.
철창 상태는 참혹했다. 곳곳이 뒤틀린 채 훼손됐고 바닥에는 배설물 등 오물과 빗물이 뒤섞여 위상 상태가 심각했다.
언뜻 보기에도 개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흔적이 역력했다.
이처럼 최소한의 사육 환경조차 갖춰지지 않아 질병 노출 위험도 커 보였다.
해당 부지는 농지로 되어 있어 농업 외 목적으로 운영하려면 관계 법령에 따라 농지전용 허가 또는 신고를 해야 하지만 이 농장은 해당 절차 없이 운영 중이었다. 이외에도 무단신축 등 건축법 위반 사항도 확인됐다.
다만 내년 특별법 개정을 앞두고 폐업 수순을 밟고 있는 중이라고 울주군은 설명했다.
농장주는 지난 2024년 1월 ‘개 식용 목적의 사육, 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대한 특별법’인 이른바 ‘개식용 금지법’ 제정에 따라 같은 해 7월 울주군에 개식용 종식이행계획서를 제출했다.
해당 법이 3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7년 2월 본격 시행함에 따라 그 전달인 1월까지 개체 수를 줄인 후 문을 닫겠다는 내용이다.
이에 지난해 500여마리였던 개체 수는 올해 3월 기준 168마리로 줄었다.
#내년 2월 금지법 시행 전까지 ‘배짱’
울주군에 따르면 개식용 종식이행계획서를 제출한 개농장은 이 농장을 포함해 총 6군데이며, 현재 3군데는 폐업하고 나머지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단계적 감축은 결국 남은 8개월 유예기간 동안 현재 있는 개들을 식용으로 유통하고 도살 처분하겠다는 것이어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철창 속 개들은 합법의 탈을 쓴 ‘시한부 선고’를 받은 채 죽음의 순번을 기다리고 있는 것과 다름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잔여 개들의 도살을 막을 뾰족한 묘수가 없어 절망감을 키우고 있다.
한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개들을 구조한다고 해도 유기동물보호소에 가게 되면 10일 뒤 안락사를 당하게 된다”라며 “불법을 정상화하기 위해 너무 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지만 대안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식용으로 도살당해서 죽느냐, 안락사를 당하느냐인데 결국 생명을 온전히 살릴 수 있는 출구는 어디에도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