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실시된 민주당과 진보당의 울산시장 후보 단일화 재경선에서 승리한 김상욱 당선자가 김종훈 후보와 손을 맞잡고 있다. 울산매일 포토뱅크
지난달 28일 실시된 민주당과 진보당의 울산시장 후보 단일화 재경선에서 승리한 김상욱 당선자가 김종훈 후보와 손을 맞잡고 있다. 울산매일 포토뱅크

민주·진보 진영 시장 후보 단일화라는 ‘동남풍’이 울산의 선거 판세를 단숨에 갈아엎었다.

노동의 도시이자 보수의 아성이었던 울산이 8년 만에 다시 진보 단체장을 선택하는 정치적 지각변동을 눈앞에 두고 있다.

6월 3일 치러진 제9회 지방선거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더불어민주당 김상욱 후보가 52.8%를 기록하며 현직 시장인 국민의힘 김두겸 후보(43.2%)를 오차범위 밖인 9.6%p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개표 결과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선거 막판까지 숨 막히는 초박빙 접전이 이어졌던 점을 감안하면 출구조사 수치는 김상욱 후보의 사실상 ‘완승’ 기류를 보여준다.

격전지 울산에서 김상욱 후보가 현직 프리미엄을 깨뜨리고 승기를 잡을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은 사전투표 직전 극적으로 타결된 ‘민주·진보 야권 단일화 효과’로 분석된다.

이번 울산시장 선거는 한마디로 ‘단일화로 시작해 단일화로 끝난 판세’였다. 선거 막판 단일화 여론조사 중단 사태라는 초유의 파행 위기를 겪었지만, 김상욱 후보는 끈질긴 협상 끝에 진보당 김종훈 후보와의 화학적 결합을 이뤄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과 극적 타결의 스토리는 선거판의 ‘언론 블랙홀’로 작용했다. 유권자의 시선이 야권 단일화 드라마에 집중되는 동안, 현직 김두겸 후보의 성과 홍보와 정책 이슈는 완전히 묻히는 결과를 낳았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 절반 이상을 단일화 문제가 지역 언론을 도배하다시피 하면서, 민선 8기 성과를 성벽 삼아 승기를 잡으려던 김두겸 후보는 미처 반격의 기회를 잡을 겨를도 없이 선거 기간이 끝나버렸다.

결국 북구와 동구의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 거대 노동계 표심이 단일 후보인 김상욱에게 온전히 결집했고, 이는 보수 강세 지역의 가용 표를 상쇄하는 강력한 방파제가 됐다.

60%를 돌파한 높은 투표율도 전통 보수의 ‘조직 선거‘를 무너뜨린 핵심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통상 지방선거는 투표율이 낮아 거대 여당의 콘크리트 조직 표와 현직 프리미엄이 맹위를 떨치기 마련이다.

국민의힘 김두겸 후보 역시 탄탄한 당원 조직과 민선 8기의 강력한 추진력을 무기로 수성을 자신했다. 사전투표율이 전 선거보다 높게 나오기는 했지만, 전체 투표율이 55% 수준에 머물 경우 조직을 앞세운 보수가 이길 것이라는 게 지역 보수 정가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울산 시민들의 자발적인 투표 열기는 60%라는 벽을 가볍게 넘어섰다.

선거공학적으로 높은 투표율은 조직의 통제를 받지 않는 일반 시민, 부동층, 그리고 30대부터 50대에 이르는 허리 계층 직장인들이 대거 투표장으로 쏟아져 나왔음을 의미한다. 개표 결과를 추후 상세히 분석해 봐야겠으나, 이들 자발적 투표층이 현 시정의 안착보다는 ‘견제와 변화’에 무게를 두었다는 점에는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김상욱 후보의 또 다른 승리 요인은 네거티브를 배제하고 데이터와 대안을 제시한 ‘실용주의 정책 캠페인’이다.

김상욱 후보는 선거 기간 내내 확성기 소음과 대규모 동원 유세를 포기하는 ‘3무(無) 선거’를 실천하며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단 한 번밖에 없는 방송 토론에서 상대 후보들이 과거 이력이나 신상 문제를 제기하며 공세를 펼쳤지만, 김 후보는 “제발 정책 얘기 좀 하자”며 정면 돌파해 판을 주도할 수 있었다. 특히 울산의 미래 생존 카드로 제시한 ‘제조업 AX(인공지능 전환) 대전환’과 기술 혁신 이익의 ‘시민 공동체 환원’ 공약은 진보 성향의 노동자와 합리적 중도층 모두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반면 국민의힘 김두겸 후보는 보수 분열의 덫을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무소속 박맹우 후보의 완주로 인해 보수 표심이 일정 부분 잠식당한 상태에서, 야권의 극적인 단일화 폭발력을 막아설 막판 보수 총결집의 강도가 부족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이번 울산시장 선거 판세는 조직과 현직 프리미엄이라는 과거의 흥행 공식이 ‘야권의 명분 있는 연대’와 ‘미래지향적 정책 대안’ 앞에서 무릎을 꿇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가 됐다. 출구조사의 흐름이 개표 완료까지 이어진다면, 김상욱 후보는 단순한 야당 시장을 넘어 울산의 산업 구조와 행정 패러다임을 통째로 바꾸는 ‘울산 대전환’의 강력한 리더십을 부여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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