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진 개운초 교사
김은진 개운초 교사

 # 어느 초등 2학년 교실 공개수업 이야기

- 예림이의 속마음 : 교실을 가득 채운 엄마들 사이에 우리 엄마가 안 보여. 분명히 온다고 했는데. 우리 엄마 아직 안 왔는데 내 발표 차례잖아. 수많은 눈들 속에서 그만 울음부터 터져 나왔어.

- 예림이 엄마의 속사정 : 2교시에 공개수업이랬는데 그게 몇 시 몇 분이지? 준비하다 보니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 조금 늦어도 괜찮겠지? 어머나, 벌써 이렇게 다들 와 있었어! 우리 예림이 어디 있지? 아고, 울었네. 늦지 말 걸, 미안해서 어떡하지.

- 예림이 담임샘의 속사정 : 고학년만 내리 하다가 2학년은 처음인데, 참관수업에 학부모가 애들보다 더 많네! 떨린다. 그래도 학부모님 눈에는 자기 애만 보인다지, 괜찮아, 괜찮아.

“예림아, 왜 우니? 엄마가 안 오셨다고? 못 오실 수도 있지, 괜찮아. 아? 오시기로 했는데 안 오셨다고? 늦으시나 보다. 예림이 조금 기다렸다가 발표할래? 그래, 그러자. 다음 친구가 먼저 발표할게요." 상황을 수습하고 수업을 진행시킨다. 그런데 오늘따라 우리반 금쪽이가 너무 잘하잖아? 좀 억울하네...

# 초등 학부모가 된 김 선생 이야기

  첫 아이는 코로나가 시작된 해에 입학을 했다. 교실 수업은 6월까지 미뤄졌고 당연히 학부모 공개수업은 생략됐다. 2년 동안 공개수업은 없었고, 덩달아 교사인 나도 수업공개 부담에서 벗어나 있었다.

  그러다 아이가 3학년 되던 해에 처음으로 교실 공개수업이 재개됐다. 당시만 해도 가족돌봄휴가를 당당하게 쓰기가 심적으로 쉽지 않아서 그 해에는 엄마인 나만 수업을 두 시간 조정해서 외출을 쓰고 학부모 공개수업에 다녀왔다. 첫째랑 둘째의 공개 시간이 같아서 두 교실을 오가며 봤는데 그 잠시라도 아이들은 흘깃흘깃 엄마를 확인하며 행복해했다.

  ‘아이고, 선생님께서 공개수업 준비한다고 고생하셨네. 근데 진짜 내 애만 보이네.’

  공개수업을 하기만 하다가 학부모가 되어 자녀의 수업을 보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앞으로 나의 수업 공개 준비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 중앙현관에서 마주친 친구(학부모) 이야기

- 친구 :오늘 공개수업 오느라 너무 힘들었어. 대체 인력을 구해놓고 와야 하는데 조건에 맞게 구하려고 하니 사람이 있어야지. 결국 조건 안 맞아도 한 분 채워놓고 왔어. 공개수업 안 오면 우리 애들은 뭐라 하지, 근무 빼는 건 너무 힘들지, 공개수업 좀 그만하면 좋겠다.

- 김 선생 : 진짜? 공개수업 없어도 안 서운하겠어?

- 친구 : 안 서운해. 나야 안 서운한데, 공개수업 한다고 하면 와야지. 다들 이렇게 오는데, 내가 안 오면 우리 애는 어쩌라고. 그래서 오는 학부모들 많을 거야. 수업하는 거 보면 좋긴 한데, 이제 안 봐도 괜찮다. 잘할 건데 뭘.

  모두 흔히 볼 수 있는 초등학교 공개수업 풍경이다.

  학부모 커뮤니티에서 공개 수업에 대한 이야기들을 훑어보면 자녀가 어릴수록 공개수업에 관심이 많은 걸 볼 수 있다. 품 안의 자식이던 내 아이가 커다란 책가방을 메고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면 부모는 아이의 학교 생활이 궁금할 수 밖에 없다. 아이와의 대화, 학부모 상담, 학급 알림장과 사진첩을 동원해서 학교생활을 엿볼 수 있지만, 그래도 한 번쯤 교실에서의 아이 모습을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이를 채워줄 기회가 바로 학부모 공개수업이다. 학부모 공개수업은 내 자녀를 보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겨냥해 학생 발표 중심 활동이 많고 아이들도 이날 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바르게 앉아 수업에 임한다. 아이가 틈틈이 고개를 돌려 부모와 눈을 맞추며 웃어줄 때, 부모님들 모두 공개수업에 안 왔으면 어쩔 뻔 했나 하는 마음을 가지셨을 것이다.

  이렇게 학부모 공개수업을 소중한 이벤트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지만 한편으로는 불편과 상처를 받는 사람들도 있기에 일각에서는 공개 수업을 없애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보호자들의 관심이 쏟아지는 상황 속에서 본인의 가정환경이 그렇지 못할 때 어린 마음이 받는 소외감은 누가 안아줄 수 있을까.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부모의 미안함은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까.

  공개수업을 통해 내 아이의 학교 생활을 볼 수 있어서 기뻤던 엄마로서 공개수업이 유지되는 한 난 또 참석을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소외되는 소수를 위해 공개수업을 없애기로 한다면 그 또한 기꺼이 반길 것이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배우고 자라나도록 공교육이 지켜지고 가정에서 아이와 학교를 믿음으로 대해준다면, 단 하루의 공개수업이 없더라도 보통의 날들 속에서 감사함을 누릴 테니 말이다. 김은진 개운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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